저는 현재 30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높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왔지만, 책임감이 강해 학생으로서 공부에는 성실히 임했습니다. 다만 불안감 때문인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보다는 암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공부해 왔습니다. 숫자에 대한 감각은 좋아 수학은 곧잘 했지만, 국어를 비롯해 글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과목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름 명문대에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암기식 공부로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머릿속에 남은 지식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제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사실 불안은 공부뿐 아니라 제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늘 긴장하고 주변을 의식하다 보니 정작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도 어려웠고, 경험하거나 공부한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시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조금씩 불안에서 벗어나 저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그토록 열심히 살았는데 제 안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동안 저는 불안을 견디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온 것 같아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지식과 사고력이 요구되는 연구 업무를 맡게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성장해야 할지 막막함도 느낍니다. 물론 앞으로도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부족한 자신을 채우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야 할까.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조금은 편안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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