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16년도였나. 친구가 너는 자신을 좀 더 사랑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머리를 맞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인터넷에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치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어요.
자존감에 대해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온갖 대인관계나 사회성 관련된 유튜브를 볼때마다, 이런 사람 곁에 두지 마라! 같은 제목의 글들을 볼때마다 제얘기 같았어요. 그럴수록 저는 마음 한켠에 <절제해야한다, 들키면 안된다, 학습으로라도 익히자> 하는 생각이 자리잡았고 어느순간 인간관계에서도 소극적이 되었어요. 제 원래모습을 감추고 주변에 멘탈 좋아보이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미러링 했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지는데, 누가 다른사람에게 공감해주는 말을 듣고 그걸 그대로 다른 상황에 적용시켜요. 마음은 전혀 공감되지 않지만, 말과 표정은 그렇게 나오도록 20대 중반 이후부터 스스로 학습했어요. 그러다 또 그모습이 사이코패스나 사회에 섞여사는 소시오패스의 모습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고 또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어요. 전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하고요.
한편, 제가 자존감이 많이 낮다는걸 깨달았지만 주변인에게 제가 자존감이 낮다고 제입으로 말하고 다닌적은 없어요. 왜냐면 저는 어릴때부터 활발하고, 현실적이고 꽤 부정적이라 비판도 잘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리드하는 편이었거든요. 성격은 어쩔수가 없어 아무리 소극적으로 변했다 해도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행동이나 말, 욱함은 여전했고 그런 행동 뒤에 하는 후회가 잦아졌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화내는 모습을 본 친구가 그런 저의 후회스러운 과거를 제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썰풀듯 얘기했단 이유로 손절하기도 하구요. 그친구는 저에게 분노조절장애 아니냐더군요.
그러다 남자친구를 만나게되었고 5-6년을 연애했어요. 그 과정에서 남친은 알게되었죠 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는걸요. 의지를 많이 하면서 주변인에게 꺼내기 힘든 말들을 남친에게 많이 했고, 다른사람은 몰라도 남친에게는 제 밑바닥까지 많이 보여줬어요. 멘탈 강한 남친은 그런 제모습마저 사랑해줬고, 결혼까지 했어요.
얼마전 남편이 여사친과 술을 마시다 그자리로 제가 데릴러갔어요. 여사친이 바로 위에 제가 손절한 친구와 절친사이라 그 여사친도 저의 과오를 다 알고있을거예요. 그러다 알게되었어요. 여사친이 우리의 결혼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고요. (지가 뭔데.) 반대했었대요. 그리고 그 반대한 사람이 본인 뿐만이 아니래요. 그리고 저에게 면전에 대고 술취해서 말하더라구요. <너랑 나랑 친한건 아니지만 우린 겹치는 친구들이 많으니.. 니가 자존감이 낮다는 얘기가 나한테는 여기저기서 들린다. 근데 자존감 낮은애들은 잘보면 본인은 괜찮다. 근데 주변사람들이 힘들다. 그래서 나는 너네 (남편과 저) 걱정을 솔직히 진짜 많이했다. 근데 00가(제남편) 그러더라. 너가 본인을 짓밟아서라도 자존감이 높아질수만 있다면 본인은 상처받아도 괜찮다고 하더라. 나는 그말에 진짜 대단하다고 박수를 다 쳤다. >라고요.
저의 자존감에 대해 지적질을 수도없이 당하고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술취해서 기억도 못하고요. 여사친 인연 끊으라고 며칠 싸워서 연도 끊었는데 박살난 제 자존심과 자존감이 회복이 안됩니다.
자존감이 낮은건 저도 알고 있는데 자기비판보다는 남탓하는 성격이고, 요즘 SNL에서 핫한 주현영기자 ㅋㅋ.. 보면 웃을수가 없어요. 저같아서요. 목소리는 떨리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데 상대에게 잘보이고자 하는 학습된 똑똑한 척+자신감있는 척 이랄까.. 예전엔 자신감이었는데 이젠 자신감 있는 척 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심해지는것 같아요.
인터넷을 쳐봐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넌 자존감이 낮아” 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 여사친이 백번 오지랖 부린게 맞지만, 제 자존감에 대해 팩폭당하니 방어기재로 쓰던 남탓도 먹히지가 않는 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많이 다친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