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감정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요
저는 대인관계가 넓지 않고 거듭된 해외 이사로 2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친한 친구 딱 한명 남았어요. 중학교때부터 베프였던 이 친구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결혼 후 가정주부가 된 저는 흔히 말하는 “고민거리”가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공부도, 시험도, 취업도, 직장동료/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보니 어느샌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에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회사 동료에 대한 불만, 남자친구와의 불화,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불편… 해외라 한국과 시차가 있는데 이 친구가 누군가와 다툼이라도 있었던 날에는 새벽에 일어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게 되었어요.
그렇게 2-3일 정도 연락 폭탄이 와요. 카톡이며 보이스톡이며 정말 본인이 잠들때까지 연락을 하다가… 딱 본인 문제가 해결이 되면 카톡을 아예 안보더라구요. 남자친구와 싸워서 거의 이틀을 전화만 붙잡고 얘기를 들어줬는데 그 다음날 남자친구와 여행 간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더니 저에게는 아무 카톡도 오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제 카톡은 안읽*** 되어있는 상태로 며칠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새로운 고민이나 짜증을 가지고 옵니다. 그럼 저는 또 한참을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같이 고민해주다가 “난 이제 자러가야지~”라는 카톡을 마지막으로 혼자 남겨져요.
반대로 제가 뭔가 속상한 일이나 고민이 생겼을땐 연락해도 하루 정도 지난 후에 ”잘해결됐어?ㅜㅜ“ 하는 카톡이 와요.
다른 사람과의 약속에 일찍 나갔다? 제게 10분이라도 전화해서 신나게 수다를 떨다 급하게 통화를 종료해요. 나는 너무 반갑고 신나서 떠들다 갑자기 싸늘하게 식는데 이 친구는 고작 5분 10분을 혼자 기다리기 심심해서 제게 전화를 걸고 맘대로 끊어요.
살면서 인생의 절반 가까이 함께 보낸 친구이기에, 그동안 내 고민도 함께 고민했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기에, 지난 2년 정도 정말 꾹 참고 있어요. 너무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너무 속상해요.
#친구 #감정쓰레기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