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말을 심하게 한걸까요?
평소 아빠에 대한 감정이 좋진 않은 편입니다. 항상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시고 열심히 사셨지만, 욱하는 성질이 있으세요. 훈육 과정에서 저를 *** 취급을 하기도 하고, 대화보다는 욕을 섞어 윽박지르고, 목소리 크기로 꺾어버리려고 하시는 편입니다. 성인이 됐는데도 자존감이 낮고 자기확신이 없는 성격이 된 것에 아빠 영향이 솔직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으로 돌아가서,
어버이날 기념으로 부모님 커플 모자 선물을 해드렸어요. 몇날며칠 고민하며 골라 사드렸고, 아빠 모자 사이즈가 조금 아쉬워서 교환 신청을 했습니다. 교환 수거 택배기사님이 오시는 당일 저는 외출을 했습니다. 당시 집에 오빠만 있었고, 부모님은 두분 같이 나가계셨기 때문에 오빠랑 엄마한테 '밖에 택배박스를 내놓았으니 집에 들여놓지 말아달라'고 전달을 했습니다.
최근 취업준비때문에 힘들어서 사람을 거의 못만났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거든요. 한창 재밌게 대화를 하는데 폰에 전화가 막 와서 받아보니 택배기사님이였습니다. 오늘 하루만 세번을 왔다갔다했는데, 계속 택배박스가 안보여서 전화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바로 오빠랑 엄마한테 차례대로 전화를 했는데 둘 다 모르는 일이라고 해서 택배기사님이 주소를 혼동하신게 아닌지 실랑이를 엄청 했습니다. 곧 택배기사님이 집에 있는 오빠랑 대화를 하고서는 '아버님이 착각을 하셔서 들여보내놓으신 것 같다.'고 전달해주셨어요. 수화기 너머로는 아빠가 "택배에 반품이라고 적어놔야지!!!!!!"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구요. 기사님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아버님이 화가 나신 것 같아요.. 하셔서 죄송하다고 연거푸 사과드리고 전화 끊었습니다.
아무 일 없던 척 다시 친구랑 대화하려고 하는데 또 오빠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왜 택배 박스에 반품을 안적어놨냐며 저를 탓하는 내용이었어요. 계속 아빠가 투덜거림 + 언성 높여서 니잘못이라고 뭐라 하시는 소리가 들렸구요... 솔직히 반품이라고 적었으면 헷갈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4년을 자취를 했어서 그냥 내놓는 것이 습관이 되기도 했고,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습니다. 혹시나해서 택배박스에 대해서 가족한테 언질도 해놨구요. 부모님이 같이 계셔서 한 분께만 전달을 드렸는데 아빠가 따로 집에 오시는 것도 예상 밖이었구요. 그런데 다음부터는 잘 적어놓자고 말하면 될 일을 모르는 사람(기사님)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오랜만에 약속이 있어 나와있는 사람한테 굳이 또 전화를 해서 잘잘못을 따지는게 너무 기분이 상했어요. 더군다나 이 일이 부모님 선물을 드리려다 일어난 일이라 더 속상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인데요 ㅋㅋ..
겨우 오빠&아빠랑 실랑이를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이번엔 엄마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받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아빠가 모르고 들여놓으신 것 같다.'였고, '방금 통화해서 안다. 택배기사님이 엄청 당황스러워하셨다. 앞에서 소리를 지르시더라.'라고 대답했어요. 뭐라고 소리를 질렀냐 물어보셔서 상황 설명을 간략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돌아온 말이 "아빠는 모르고 들여놓은건데, 너가 또 뭐라고 한거아냐?" 였습니다. 여기서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말할거면 끊어 엄마."라고 말을 했고, 엄마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친구랑 아무일 없던 척 놀고 집에 들어갔는데, 이후에 엄마가 저를 일주일동안 투명인간 취급하셨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엄마가 무시하니까 뭔가 그 날 일로 기분이 나쁘셨구나,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어요. 오빠랑 아빠 둘다 아무일 없던 것처럼 저랑 잘 지내는데, 왜 엄마랑만 이렇게 서먹해졌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서 뭐라고 말을 붙여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엄마가 대뜸 저한테 화를 내시더라구요. "넌 엄마가 엄마로 보이긴 하니? 나는 내 자식은 예의 하나는 잘 가르쳤다고 밖에서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내 딸이 엄마한테 그렇게 버릇없는 말을 할 줄 몰랐다."라고 엉엉 울면서 소리를 지르셨어요. 저는 제가 상황 설명을 했는데도 제 탓을 하는 것처럼 말씀하셔서 더이상 대화하고 싶지가 않아 화를 최대한 눌러담고 끊자고 말한 거였는데, 그렇게까지 화낼 정도로 버릇없는 말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했더니 '그게 어떻게 엄마가 탓한거냐, 니가 꼬아 들은거지, 엄마는 그냥 그런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여는 식으로 말한거다, 너도 평소에 잘 욱하지 않냐' 라고 하셨습니다. 평소에 아빠랑 다툴 때 욱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빠랑 다툴 때 제가 아무리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해도 소용이 없어 똑같이 맞대응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이런 대화를 하다보니 갑자기 아빠를 존경하긴 하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사랑은 하나 존경은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아빠는 너를 키우는 보람이 하나도 없네? 널 왜 키웠니? 엄마아빠랑 너는 존재가치가 다르고 급이 다른데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럴거면 엄마도 어른 노릇하기 싫으니까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라. 독립해서 나가라. 라고 하셨습니다. 이후로 계속 투명인간 취급이구요.
저는 솔직히 이정도로 싸울 일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예의가 있는 말투였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정도로 엄마 역할을 포기하시면서 화를 내실 정도로 버릇없는 말이었다고도 생각을 못하겠습니다. 제가 엄마 말대로 꼬인 생각으로 들어먹은건지 헷갈려서 통화녹음본도 몇십번을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엄마가 하신 말씀이 저를 의심하시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아요. 엄마랑 대화를 하고는 싶은데 제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서 엄두도 안납니다. 객관적으로 절연할만큼의 버릇없는 말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서 글 올려봐요...
추가로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가르치는 사람이나, 30살 어린 사람이 저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하면.. 화를 내기보다 저에 대해 다시 돌아볼 것 같은데요.. 30살 어린 애한테 왜 나를 존경을 안하냐, 하고 질책을 하는 것 보다요. 이게 왜 "널 지금까지 왜 키웠니?"라는 말로 곧장 돌아왔는지도 이해가 안가요. 상식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어보는게 먼저가 아닌가요.. 엄마랑 싸우는 내내 한번도 저에게 왜 그런 생각을 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고, 엄마가 화났던 부분, 기분이 상했던 부분, 아빠가 불쌍하다는 얘기 이런 말만 일방적으로 들었다는게 너무 속상해요. 다시 대화를 시도해보고 싶다가도 제가 먼저 뭐라고 말을 꺼내도 결국 저만 사과드릴거고, 저만 잘못한 사람이 될거라는게 너무 힘들어서 섣부르게 시도를 못하겠네요... 그냥 어른한테 예의를 갖춰야된다 하면 상식적인거니까 바로 이해할텐데 왜 급, 존재가치와 같은 단어를 써가면서 위아래를 나누려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해안가는거 투성이라ㅠㅠ 제가 철이 없는건지...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