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격
결국 내 탓인걸.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사실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순간 잠시 위로가 되어줄지는 모르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게 온전히 외부의 불가항력일 때도 있기는 하지만
내 문제와 한계 때문이라고 여겨질 때가 더 많다.
그럴 때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키가 작아 저 높은 곳의 무언가에 손이 닿지 않을 때.
키가 작은 게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 상황이 내 문제인 건 맞다.
사람은 그럴 때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도움을 청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나마 사용하던 도구도 모두 빼앗기고,
도움을 청할 곳도 이제 더 이상 남지 않은 기분이야.
그나마 의지하던 것, 버티던 수단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분명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닌데, 내 문제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것도 맞다.
말장난 같다.
내 잘못이 아니면 뭐 해. 결국 내 탓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