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결혼을 하는게 맞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제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저는 2021년 5월부터 한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4년이 되어가고 있고, 많은 기억과 순간들을 공유했어요.
하지만 이 관계는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22년, 저는 국가고시 준비로 어느때보다 치열하고 바쁘게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저희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남자친구가 자신의 동기 여자와 여러 차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그 여자가 저에게 직접 보낸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컸고, 저는 자살 충동에 우울증 상담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2023년 봄,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해 여름,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마음을 다잡고 또다시 사랑해보려 애썼지만,
그 후에도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고, 저는 계속 불안하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와 헤어진 사이에 다른 여자 후배와 사귀었던 사실, 다시 저를 만나는 와중에도 소개팅을 알아봤던 일들,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던 것, 전자담배가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
매일 여자 사람 친구와 카톡을 하면서도 친구를 남자라고 속였던 일들… 저 몰래 몇억 대의 빚을 지고 있던 것들... 그 모든 순간이 제 안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계속 대화로 풀어보려 했지만, 회피형인 그는 대화 자체를 피했습니다. 제가 울고 다가가거나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진심을 거의 말하지 않았어요. 저는 자존감이 계속 떨어졌고,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어리석은 마음에 제가 앞서 적극적으로 결혼을 추진했고
결국 스드메 예약과 상견례까지 마쳤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공허합니다.
요즘엔 남자친구가 어디에 가는지도, 무얼 먹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저에게 안물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저는 여전히 매일 노력합니다.
하루에 8-10시간 일하고 퇴근하고도 직접 밥을 차려주고, 집안일을 전부 하고, 먼저 다가가고, 웃어보려 해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태도, 거의 없어진 애정 표현, 외면하는 시선뿐입니다. 퇴근하고 밥먹은 후엔 3-4시간동안 핸드폰만하다 각자 방에서 잠이 듭니다. 이제는 정까지 떨어져가는 제 자신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 관계를 끝내야 할지, 아니면 제가 더 참고 나아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원래 부부관계라는게 이런걸까요?
사랑했던 사람이고, 함께했던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의 저는 우울증약을 먹으며 하루를 견디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계속 진행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짜피 제가 모든걸 이끌어 나가는 상황인데 이제는 원동력이었던 사랑도 사라져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듣고 계신 누군가가 있다면,
제 이야기를 잠시만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