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일 vs 정신건강 회복
글이 다소 길 수 있습니다.
3줄 요약 : 직전 직장에서 재발한 우울증으로 퇴사 후 고정지출을 위해 다시 돈 버는 중. 이게 맞는건지, 적은 소득으로라도 무너진 정신건강부터 되찾아야 할지 고민
우선 저는 20대 중반이고 이렇다 할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공부도 못했어서 대학도 못 갔고, 언제나 지금 당장의 상황만 바라보고 돈을 목적으로 살다보니 주구장창 일만 해왔는데
그 마저도 목표없이 그냥 살다보니 저축 없이 하루 벌면 하루 쓰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2년정도 근무했던 직장이 폐업을 하게 되면서 지인 추천으로 자격증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사는동안 그 쪽으로는 쳐다도 안 볼 정도로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당장 딱히 원하는 직업도, 하고싶은 것도, 배우고픈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어찌저찌 현실과 타협하며 배우게 됐습니다.
운 좋게 한 번에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집 근처 직장에 취업했습니다.
3개월 정도 근무 하다가 더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다른 회사에 지원 후 단체면접에서 1~2년 경력자들 제치고 또 운 좋게 합격을 했어요. 그래서 이전 직장 정리 후 바로 그쪽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 부분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마치 ‘넌 이 일이 천직이니 이거 해라’ 라고 하늘이 정해준건가 싶을만큼 운이 많이 따라줬습니다.
간단히 적자면 옮긴 직장은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지만, 심적으로 너무 퇴폐해져가고 무너지는 기분만 들었어요. 하루 3-4시간 자면서 주6-7일을 12시간 넘게 근무하고, 교육 듣고, 공부하고 복습 하려니 머리가 하얘지더라구요. 더 자세히 말씀 드리기엔 너무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이쯤 적겠습니다..
결국 도망쳤습니다. 말 그대로 도망이에요..나이 이렇게 먹고 그런 무책임한 짓을 했습니다.
당일 날 아침에 직장 앞까지 갔는데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더라구요.
앞에서 한 시간을 계속 서성였어요
저 문만 열고 올라가면 출근인데 그 문이 지옥문처럼 보이고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직장에 연락 드려서 통화 후 그 날로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2년 정도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1년간 약 복용 후 괜찮아진 것 같아서, 그리고 내원이 귀찮아서 약을 끊었었어요.
그렇게 1년 반을 보냈는데 이번에 또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근데 이전의 증상들과는 달라서 병원 말고 심리상담소에 먼저 방문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구체적인 계획도 정말 자세히 세워도 보고 제 자신을 엄청 괴롭혔는데, 이번엔 그냥 뭔가 행동으로 옮긴다거나 한 적도 없고 무기력함만 가득했어서 우울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상담 선생님께서는 우울증인 것 같으니 병원 예약을 해보심이 어떻냐 권장하셨고, 그래서 오랜만에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결과는 우울증이 맞았고 저는 다시 또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또 우울증을 얻고 엄청난 무기력증에 아무것도 못 한 한 달을 지냈어요.
그러다 곧 연체될 것 같은 카드값과 고정지출들이 겁나고 막막해서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신청을 하고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이대로 살다간 진짜 망하겠구나.
살면서 단 한 번도 연체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진짜 연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조정 신청 후 알바라도 이곳저곳 알아봤습니다.
그렇게 여러군데 면접 보고 결국 음식점 홀서빙 직원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어제 첫 출근을 했고, 주5일 12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이것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거지..하는 한심함과 창피함이 물 밀 듯 밀려와요.
그치만 당장 고정지출들과 병원비 등은 벌어야 해서 일은 해야겠고,,
관둔 일도 다시 시작하긴 해야하는데 무너진 제 자신은 아직 회복을 못하여서 정말 답답합니다.
아직도 불안증과 무기력증은 나아지질 않고
채무조정을 하게 되면서 머리로는 정신 차려라 이럴 때 돈이라도 왕창 벌어놔라 하는데
몸은 아무 말도 듣질 않아요.
모든게 무너져내리고 다 망가져버리고
그래서 다 망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홀서빙 일을 하며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적은 금액이라도 모아둬야 할지,
아님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금 신청 후 간단한 알바 하며 회복에 집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요.
국취제+알바 소득으로는 생활비가 한참 모자랄 것 같고,
홀 업무 하는 건 금전적 여유가 분명 생기겠지만 심리 회복이 전혀 안 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더 심해질까봐 불안합니다.
(참고로 현재 음식점 월급은 세후 250정도이고, 국취제 신청시 월 소득 100~130으로 보고있습니다. 고정지출은 매달 식비제외 100만원 내외입니다.)
그래도 6개월 전후로는 이전 직종에 들어가 다시 시작을 해야 할텐데..
지금은 정말 뭘 하던 시간 버리는 짓들 같고 막막하고 불안해서 판단도 잘 안 서네요.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다보니 많이 길어졌네요.
이렇게 몽땅 터놓고 고민을 상담 할 곳이 없어서..
지금 가장 큰 고민을 정리하자면
1. 지금 시작한 홀 근무 꾸준히 해서 어느정도 여유자금 생기면 이전 직종으로 옮기기
2. 국취제+알바 하면서 금전적으로는 버겁더라도 내면강화에 집중하여 회복 후 이전 직종 재취업하기
이렇게 두 가지 인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이, 혹은 주변 가까운 누군가가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