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에 전문대 졸업 후, 우정직이니 직업상담사니 뭐니 시험과 온갖 자격증 딴다고 보낸 허송세월이 5년.
그 5년도 마음 편하게 보낸게 아니다.
대학시절 알바도 안해본 나는 알바 경력이 없어서 그런지 여러 알바를 지원해도 뽑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22살에 주 2회, 월급 30만원 받기로 하고 병원 원무과로 첫 알바를 했는데 간호조무사들 텃세와 괴롭힘으로 한 달만에 그만 두었다. 간호조무사들 텃세가 진짜 장난이 아니더라. 괜히 태움 같은거로 사람이 죽.고 하는게 있을 수 밖에 없더라.
어쨌든 유일하게 날 받아준 곳을 그만뒀으니 늘 돈은 쪼달렸고 학창시절엔 느껴본적 없는 온갖 기분을 그때 다 느꼈다.
그때도 간간히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었다. 하지만 한글, 엑셀 등 대한민국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려면 당연히 언급하지 않아도 있어야 하는 기본 자격증만 있어서 그런지 여전히 아무도 뽑아주지 않았다.
죽.고싶을때 기록하는 일기장엔 매일매일 같은 말이 반복이었다. 취직하고 싶다. 나도 돈 벌고 싶다. 사실 그때 죽.으려고 시도도 했었다. 평소에 잘 들어오지 않던 엄마가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와서 수다 떨어서 계획은 무산 되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죽지 못해서 괴로워 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얻어서 할 수 있게 된 사무직 알바가 있었다. 처음 들어갈땐 당연히 무서웠다. 병원 원무과에서 간호조무사들이 나한테 했던 괴롭힘들이 생각났다. 누명 씌우기, 무시, 갈굼 등등..
그래도 계속 이대로라면 인생이 고달플거 같아서 알바 하기로 했다. 기간은 고작 2주.
급여는 대략 80만원 정도였다.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거라 긴장 하면서도 정말정말 열심히 했다.
원무과와는 다르게 이 곳은 달랐다. 사람들이 다들 좋았다. 고작 2주였어도 동료애가 끈끈한 분위기 덕분에 나는 금방 그 속에 스며들었고 이 직장 상황상 인력을 더 늘릴 수는 없었기에 이 곳이 취직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이 곳에서 정직원으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열심히 한 덕분인지 그 뒤로 1년 후인 27살, 그때 날 좋게 봐주신 상사의 도움으로 그 상사가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비슷한 사무직으로 취업을 성공했다.
첫 취업인만큼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그치만 내 마음처럼 잘 되진 않았다.
새로운 상사는 내가 적응이 느리다고 갈아치우고 싶었는지 1~2개월만에 엄청 갈구기 시작했다.
야근을 해도 모자라서 주말출근까지 해야 간신히 끝나는 업무 양을 주고 상사가 해야할 일을 나에게 다 맡겨버리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내 실수라고 우기며 나에게 화풀이 하고 진상 민원 상대도 전부 나에게 맡겨버리고..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하고 주말출근 했었다. 어떤 날은 새벽에 퇴근하기도 하고 밤에 퇴근하면 양반이었다. 주말에도 오전에 나와서 밤에 집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럼에도 갈굼은 더욱 더 심해지고 도를 넘었고 내 몸은 쉼 없이 지속되는 야근과 갈굼에 야위어지고 병들어가고 있었다. 내 몸의 이상신호를 본 가족들은 그만두라고 매일매일 말했고 결국 4개월만 하고 그만 두게 되었다.
그 뒤로는 병원을 한동안 다녔었다.
온 몸이 다 아파서.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28살.
내부사정이야 이렇다 해도 사회는 냉정하다.
난 그저 알바 1개월 2주, 그리고 경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직장 4개월짜리의 사람이 되어있을 뿐이다.
다시 구직을 하고 있지만 아무도 뽑아주지 않더라. 누가 4개월 같은 흠을 쓰느니 차라리 아무 말도 쓰지 않는게 낫다 그러길래 아무 말도 안 쓰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자기소개서가 그동안의 공백을 설명 할 답이 없어 4개월이라도 다녔다고 썼는데 역시나 이게 문제인걸까..
부럽다. 친구들아. 내 주변친구들은 다들 잘 취직해서 잘만 회사 다니고 있고 연예계도 사회적으로도 슬슬 내 나이도 안정적으로 취직하고 있는 상태고 누구는 빛을 보고 있던데.
왜 나는 그럴 수 없는걸까.
난 언제쯤 빛을 볼 수 있는걸까.
내 생에 빛을 볼 수 있긴 한걸까.
엄마가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가장 승승장구 하는 때가 온다고. 평상시 노력만 해놨으면.
난 그때가 언제인거지?
20대도 다 지나가고 있는데 도대체 어느 세월에?
뒤돌아서보니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이라는 20대 초중반이 그저 취업, 자격증으로 방구석에서 끝나버렸더라.
너무 허망하더라. 뭘 해야 빛나는 청춘인건지도 모르겠지만 백수니까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본적 없고 그냥 방구석에서 날려보낸 내 20대 초중반...
20대 후반은 빛을 보고 싶었는데.. 이젠 모르겠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그치만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라는 말... 난 이 말 안 좋아한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나라기엔 너무 비참하다. 그저 실패, 실패, 방구석, 실패, 항상 불안함으로만 이루어진 내 삶이.. 이런 삶의 주인공이면 너무 최악이잖아.. 이런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았어...
이 나이엔 누군가는 연예인이 되어서 이미 명성을 높이고 있고 누구는 교사가 되어서 이미 몇년째 근무중이고 누구는 사업을 해서 잘 번창하고 있다. 적어도 내 친구들이 그렇다.
근데 난 그 중에서 가장 초라한 사람이다.
안정적인 자신의 직업을 찾고 반짝반짝 빛나는 28살의 친구들.
그렇다고 머리 꽃밭으로 놓고 쉬어본적도 없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이뤄놓은거, 변한거 없는 백수인 나...
애들은 다들 앞을 향해 달려나가고 돈을 벌고 생산적으로 사는데 나는 아니다. 멈춰있다. 생산적으로 사는것만이 사는거라 한다면 난 사실 죽.어 있는거와 다름없다.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는다. 장기백수면 그렇게 된다고 하더니 진짜였다. 연락은 간간히 하지만 이마저도 의미없는 대화 뿐이다.
그냥 요즘 인생의 회의감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현타가 많이 온다. 혼자 멍하니 있을때 되면 꼭 한번씩 생각난다. 난 왜 살고 있는거고, 왜 난 아직 살아있는건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발전없이 사는걸까. 미래는 무섭고 캄캄하고.
웃고 있다가도 이런 생각들이 문득 떠오른다.
하늘은 왜 날 살려놨을까. 자.살에 실패한 날 나는 내가 아직 세상에서 할 수 있는게 남아있는걸로 착각했다.
그래, 아직 난 세상에 쓸모가 있는거야. 그렇지 않은 이상 이미 죽.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다시 아둥바둥 해왔는데..
계속 이 모양 이대로로 놓을거라면 왜 날 살려주셨나요.
내가 무지해서 하늘의 뜻을 몰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힘들어요. 왜 회사를 다니면 회사를 다니는데로 이 짓을 죽기 직전까지 할 생각에 고통스러워야 하고 사무직 알바 할때 만난 상사 빼고 상사들은 왜 죄다 성격이 그 모양이며 몸도 정신도 다 갉아먹어서 그냥 백수 해버리면 돈 때문에 다시 또 정신적으로 타격 입고.. 인생은 원래 고통에 고통이 반복할 뿐인가요? 웃는 날은 도대체 언제죠?
모르겠어요 이젠...
누군 직장에서 빛을 보는데 나는 열심히 신청하는 알바도 회사도 다 떨어지고... 오늘도 낮에 사무직 알바 신청서 넣었거든요. 사실 무서워요. 여전히 원무과에서 받았던 괴롭힘이 떠올라서...
그냥 나보다 지나가는 개미가 더 값어치 있을거 같아요. 적어도 지나가는 개미는 일이라도 하고 있으니 값어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