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건 많은데 아무것도 손대기 싫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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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건 많은데 아무것도 손대기 싫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conveyerbelt
·3년 전
안녕하세요,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저희 집은 평범한 가정이에요. 제 밑으로는 2살 차이나는 남동생이 있고 일상도 나름 행복하게 보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원칙주의에 완벽주의라 모범생 이미지로 살아왔어요. 부모님은 방임주의 교육관이셨는데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남들 부모님처럼 오히려 학원 정보나 이런 것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입시 관련해서 잘 모르셨어요. 때문에 저는 학교생활이며 뭐며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밖에 없었고 장녀라 그런지 그동안은 크게 힘든 것 없이 잘 해왔던 것 같아요. 성적도 나쁘지 않았는데 치열하게 노력했다기 보다는 벼락치기형이었던 것 같아요. 문제는 고등학교 와서입니다. 저희 학교는 특목고인데 제가 평소에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 처음에는 바짝 긴장해서 공부했어요. 그 덕에 첫 시험은 좋은 성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초심을 잃은 건지 긴장감은 사라지고 오만해진건지 성적이 조금씩 떨어졌어요. 0.6등급 정도 떨어졌는데 앞자리수가 바뀌었어요. 마지막 시험을 치른 후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때는, 아 이제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서 빡세게 해야겠다 겨울방학부터 피나게 노력해야겠다 했어요. 겨울방학 초반에는 잘 지켜졌어요. 하지만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져온 벼락치기형의 공부 습관은 어디 안가더라구요. 현재 저는 개학을 열흘 정도 앞둔 상태입니다. 목표한 바의 절반도 해내지 못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일주일이라도 하고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은데, 마음만은 정말 뭐라도 해야 하는 걸 아는데 몸이 안따릅니다. 학생 분들이라면 누구나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신 적이 있을 거에요. 한편으로는 오만함인지 게으름인지, "이렇게까지 안해도 어떻게든 살아질 텐데.. 그냥 다 놓아버리고 하루 종일 누워서 핸드폰만 바라보고 싶다.... 이미 뒹굴거리고 있지만 더 뒹굴거리고 싶다... 차라리 돈많은 백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루종일 넷플릭스만 보는 삶일텐데..." 계속 이런 생각만 드네요. 책임지고 진행해야할 일들, 내가 스스로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한 것들, 미래를 위해서 꼭 시작해야할 것들... 전부 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할지 구상도 계획도 있지만 실천이 안되고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다 보내면 죄책감과 불안감만 남아요. 특히 개학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상황에서,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점점 커다란 태산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잠깐 저 태산을 외면하려고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나의 과제들이 보여요. 도망가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아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스스로가 독기를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지가 너무 나약해요. 자꾸 제 앞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뒤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자기합리화하고, 난 아직 상위권이라는 것에 안심하고, 그러면서 또다시 나태해지는 제가 싫어요. 그동안은 저 혼자 모든걸 해왔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절 강제로 끌어서 책상에 앉히면 좋겠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에 관해서는 잔소리를 안하시고, 가끔 조언 같은 걸 해주실 때면 "그동안 나 혼자 잘해왔는데 재촉 안했으면 좋겠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 짜증 그리고 분노가 떠올라요. 하지만 그러면서 시작하지를 않아요. 의지를 갖고 실천한다는게 고민 상담만으로 나아질 문제는 아니라는 거 저도 알아요. 순전히 저한테 달린 문제죠. 저는 평소에 친구들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이라, 그동안 자기가 나태해졌다고 털어놓는 애들을 잡아주기만 했지 저 스스로를 다그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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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de6
· 3년 전
나이도, 가족관계도, 부모님도, 주변 환경에 의지까지 저와 너무 비슷해서, 아니 거의 같다시피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예비고2 여학생이에요. 그리고 이번방학 글쓴이님과 똑같은 다짐으로 시작했지만 목표 근처도 못 간 똑같은 상황에 있고요. 매일같이 밤에 잠들때마다 하루를 후회하고 잠들어, 다음날 새로운 마음으로 눈을 떴다가도 오전내내 폰을 쥔채 뒹굴거리며 속으로는 할게많다고 고민하다 오후엔 오늘은 글렀다며 놀아버리고, 다시 밤이되어 죄책감이 밀려오면 난 상위권이었다는 안도감과 자만으로 합리화하며 행복회로 돌리는 것도 일상이였어요. 방학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는데 뭘 한다고 되기나할까 싶고 계속해서 절 집어삼키는 무력감과 자책감, 우울감은 저를 계속 짓누르며 걱정만 쌓아둔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붙잡고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집환경은 너 알아서 잘 하잖아라는 분위기라 제 고민을 들어줄사람도 없으니 더 그런것같아요... 전 공부환경을 바꿔도 보고 스터디메이트(일주일만에 무의미해졌지만..)를 구해도 봤어요. 하지만 글쓴이님 말대로 모든건 스스로의 다짐과 의지에 달려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해결해내지 못한 문제라 뭐라 말씀드리기도 뭐해서 이러고 있는거 웃기기도 하네요.. 쓰다보니 그냥 이소리 저소리 막 해댔는데 제 댓글이 글쓴이님께 동기부여도, 다그침도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겠다 싶지만 똑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의 글에 너무 공감이 되어서 이렇게 댓글을 남기고 있네요ㅎㅎ..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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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yerbelt (글쓴이)
· 3년 전
@fyde6 방금도 핸드폰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댓글을 읽고 몸을 일으켰네요... 고마워요..ㅎㅎ 몸부터 움직여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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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de6
· 3년 전
이걸 슬럼프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한없이 나태해지고있지만 조금씩 나아지다보면 언젠간 다시 열심히 살아갈 힘이라는게 생기겠죠...?ㅎㅎ 오늘도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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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yerbelt (글쓴이)
· 3년 전
@fyde6 고마워요! fyde6님도 파이팅 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