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에 갇혀버린 소년 이야기
hunchan·3년 전
매일 밤 침대에 누워서 하는 생각이 여러가지가 있어요. 매번 다르죠. 내일 점심에는 뭘 먹을까 하는 일상적인 것부터 그냥 커다란 강아지한테 안겨서 자고싶다 또는 고래와 친구가 되고싶다 같은 망상까지 다양해요. 그런데 항상 같은 곳에서 멈춰요. 자퇴했던 고등학교의 강당 한복판에 서있는 장면에서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혼자 서서 상상을 하죠. 내가 그 때 졸업을 했다면 여기에 서있었겠지? 저쪽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을거고 나는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손에 들고 있었을거야, 그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어쩌면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어느 무리에 섞여서 다음날 아침까지 머리가 깨지도록 마셨을수도 있었을 것 같아 와 같은 상상들을요. 자퇴한 것 자체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이 반복되며 무엇하나 얻어가지 못하는 공간에 불과했으니까요. 그 당시의 학교는. 그러나 졸업 앨범 어디에도 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꽤나 오랜 시간 지켜봐왔던 아이들의 10대의 끝에 같이하지 못했다는 것은 항상 아쉽더라고요. 같이 자라왔지만 그 마무리에는 내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무살의 끝자락에 이르도록 졸업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항상 갇혀 있는거죠. 그 때 그 강당 한복판에. 내가 한 선택의 대가라고 생각은 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거죠. 이럴줄 알았으면 멀리서라도 그 때 그 졸업식을 지켜보기라도 할걸 그랬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그 강당의 문을 열고 나와서 어디든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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