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편하게 돈 적게 명예도 없이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싫으신가봐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집착|불행]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여유롭고 편하게 돈 적게 명예도 없이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싫으신가봐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cannt05
·3년 전
안녕하세요, 17살 여학생입니다. 저는 나름 부유하게 잘 자랐어요. 학원도 다니고 싶으면 다니고 유학도 다녀와서 지금 유급해서 중3이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거의 뭐든 사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돈이 사라진다는 거에 대한 공포가 생기면서 의사나 법조인처럼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살다보니 돈에 집착할 수록 불행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또 전 공부에 뜻이 없고요 그 걸 확실하게 느꼈던 게 이번 시험이였습니다 부모님 덕에 나름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었는데 역시 노력에선 어떻게 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특히 수학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제가 생각하던 점수에 못 미치자, 그리고 전교권 애들의 성적을 듣자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노력했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제 자신이 비참해보여서 집에 와서 죽어라 울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나아지질 않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해도 기말고사가 크게만 느껴졌습니다. 엘리트만을 원한다는 세상이 이런 거라는 걸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저는 안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제가 이 때까지 집착했던 모든 걸 내려놓고 풀어주며 가볍게 살아가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돈에 대한, 명예에 대한 집착을 전부 내려놓고 편하게, 평범, 평범 혹은 그 이하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루저겠지만 저에게 있어선 그 게 위너니까요. 그랬는데, 그러고 싶은데 미성년자라는, 의사의 딸이라는, 이 때까지 엘리트였고 자신만만했었다는,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발목 뿐일까요, 제 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숨 쉬기가 힘듭니다. 부모님도 그럽니다. 아버지와는 애초에 대화를 잘하지 않지만 도에서 1등하시던 아버지께 제 성적이 마음에 들리가 없습니다. 실망하실게 뻔합니다. 그 게 무서워서 아예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말도 못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문제는 어머니 사이에서 터졌습니다. 전 사교성이 좋지 못해서 전학 온 뒤로 반에서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질 못했습니다. 발표는 잘하지만 사적인 얘기는 하나도 하질 못합니다. 이런 제게 친구라고는 전학 오기 전 학교에 있는 친구와 캠프에서 만났던 이 지역 근처 섬에 사는 친구 뿐입니다. 문제는 그 섬에사는 친구로 인해 시작 됐습니다. 서로 고민을 전부 털어놓고 전화도 자주하고 서로를 엄청 의지하다보니 노는 시간이 늘어나자 어머니께선 그 게 맘에 들지 않으셨나 봅니다. 걘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냐? 야 걔랑 그만 놀아. 그 거 아냐? 우리가 하는 말 걔네 부모님도 해. 너 전화 이제 다신 못하게 핸드폰 끊어버릴 거야. 이런 말도 가족들 모두 앞에서 들었을 정도입니다. 그 친구도 유급했는데 그 애는 저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성적은 좋지 않지만 노력을 엄청 합니다. 외국어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그림도 잘 그립니다. 그 걸 아신 어머니께서 "그 애도 공부 열심히 하는데 넌 뭐냐? 넌 외고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 넌 못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 전에 어머니께서 제게 여러번 이제부터 열심히하자 했었을 때 안 들었긴했지만 진심으로 전 공부가 제 길이 아니란 걸 아는데도 공부에 목 매달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엔 여유롭게 사는 거 인정해준다면서.. 그리고 외고 갈 생각 없는데.. 거기에 동생들은 머리가 좋습니다. 저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심히하고 잘하고.. 신이 너무 밉습니다.. 어른들조차 제게 기대고 감탄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힘과 작고 일상적인 것에서도 교훈을 얻고 지혜를 깨우칠 수 있는 힘과 남들과 다른 사고회로와 글을 잘 쓰는 힘이 있으면 뭐합니까. 공부도 못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지도 못하는데 그 힘을 쓰지도 못하는데 제게 그 글을 세상에 알려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는 없는데.. 친구도 너무나도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자기 때문에 고민하는 줄은 꿈에도 모를 겁니다. 말도 하지 않았는 걸요. 방금도 톡이 왔는데 답장할 수가 없습니다. 웃으면서 그 애를 대할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 말하면 절교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 애는 잘못한 게 없는데.. 진심으로 편해지고 싶습니다.. 사람 별로 없는 시골에서 꽃과 채소같은 걸 기르고 그 거로 하루하루 밥 해먹고 제대로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서 가끔 원하는 옷같은 걸 사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왜 그런데 왜 안 되는 걸까요.. 왜 저는 어리고 힘도 없는 걸까요.. 왜 세상은 이렇게 공부만을 바라는 걸까요.. 전 그냥 그냥 예술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냥 그 뿐인데 큰 걸 바라지도 않는데.. 남들에 비하면 소박한 거라는데...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하기도 싫은 공부에 얻기도 싫은 명예에.. 던지고 싶어요.. 차라리 가난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걸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말은 듣지도 않으신데 대화라는 명분하에 강요하시고.. ..... 절 인정 안해주면서 어떻게 대화가 되겠어요.. 진심으로 벗어나고 싶고 도망치고 싶어요.. 저한테 나가라고 외쳤을 때 그 때 모든 걸 내려놓고 나가지 못했던 제가 원망스러워요 저한테 죽지도 못하면서라며 비웃었을 때 그 때 죽지 못했던 제가 너무 미워요 그냥 멀리멀리 저 날아가는 새처럼 멀리 도망치고 싶어요...
짜증나힘들다속상해불안해답답해우울우울해무기력해슬퍼괴로워스트레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2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naphone
· 3년 전
부모님이 유능해선지 인간의 가장 큰 재능이 작성자님께 전달되었네요 「사고」 이것에 대해 작성자님은 모아니면 도밖에 없지않나 싶어요 이걸 그만두면 작성자님은 앞으로 알파고 초기버전 입니다 이걸 계속하면 작성자님은 앞으로 cannt05입니다 선택은 이 글을 읽기 시작했을때부터 내심 이루어졌지 않을까 하네요 작성자님께 여러모로 하고싶은 말이 많아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20%는 말씀하신 부분들중 제 마음에 거슬리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고. 30%는 작성자님이 안타까워요. 그리고 50%는.. 작성자님을 응원해 드릴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JINIus22
· 3년 전
글 쓰신 걸 보니 평소 생각과 필력이 뛰어나시네요.. 뭐라 해결책 드릴 건 없을 것 같고, 사실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박차고 나가는 건 좀 무모하지 않을까요.. 일단 3년 정도는... 부모님이 바뀌지 않는 한 크게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본인 가치관이 확고하니, 이 시기만 지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