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너무 불안해서 잠이 안 와 일기장에 한탄하듯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
굉장히 두서 없이 적어낸 글이라 읽다가 답답해 울화통이 치밀어오르실 수도 있어요
안 읽는 걸 권장해드립니다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거든요
저는 어제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올해 9월즈음,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우울증 증세는 꽤나 오래된 일입니다
우울증이 심하다는 연유로 정신과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짧은 주기로 다녀왔지만, 학업과 병행하는 일이 꽤나 힘들더라구요.
의사 분께서도 수능이 끝나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겠다면서 수능이 끝나고 뵙기로 했습니다.
사실 병원에 처음 갔던 날, 마음이 정말 후련했어요.
제가 힘들다고 말하면 위로는 커녕 믿어주지 않는 일이 태반이었는데, 제가 힘들다는 걸 증명 받은 느낌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정신과에 처음 간다고 했을 때 입시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셨던지라 욕을 좀 먹었었거든요
정말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어서 결국에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병원을 가게 된 과정에는, 아무래도 수험생활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완벽주의와 무기력증을 동시에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일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으면 받는 스트레스와 무슨 일이든 (친구와의 약속/ 학원 시간) 그 모든게 저에겐 강박으로 다가와 그냥 침대에서 움직이기 싫었어요
얼마전 유퀴즈에 출연하셨던 정신과 전문의께서, 우울증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그 상태를 제일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차피 밥 먹고 바로 잘 거였기 때문에 밥을 먹기도 싫었고, 공부는 제게 스트레스 그 자체가 된지 오래였습니다
사실 저는 끈기와 성실성이 매우 부족해 내신 성적도 애매한 중위권이었고, 항상 무엇을 해도 그랬습니다.
발레도 하다가 때려치고, 플룻도-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미술학원도 제가 가고 싶다 해서 다니다 말았던 적도 있죠
어머니께 이런 일로 항상 구박을 받다보니 이런 제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저도 무언갈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구요
이런 제게 장기전인 수능은 더욱 모질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욕심이 많은 저는 꽤나 최상위권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꿈꿨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머리 좋다는 말을 꽤나 들어와 아마 그걸 믿고 괜히 덤빈건가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제 어머니는 제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바로 독서실에 가길 바라셨고, 저는 그런 바램을 항상 꺾어오던 자녀였어요.
집에 오면 쉽게 늘어져 아 오늘은 바로 독서실 가야지 마음 먹다가도 밥 먹을 때까지 핸드폰 하고... 밥 먹고 화장실에서 핸드폰하고... 그러다보면 한시간은 훌쩍 지나있었죠.
수능이 정말 혹독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험인데, 이런 제 모습으로는 턱도 없다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갈등과 싸움이 잦아지고, 이미 학업적인 부분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불화가 겹쳐지니 이미 썩어있던 내면이 떨어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학업의 이유로 싸운적은 많았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쭉
그러다 어느순간부터 제가 이런 불화에서 대화를 포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벽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거든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세요 부모님께서
고3이 되며, 제가 목표한 대학을 가기 위해 부모님에게 제 포부도 밝혔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높은 목표라 생각하셨고
그러다보니 느긋하게 행동하는 제 모습에 더 애가 타셨던 것 같아요
적다보니 제가 부모님께 상처받은 일도 많이 생각나지만 저는 지금 자기비하의 끝을 달리고 있어요
그냥 모든게 제 잘못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구요
수능에서 처참한 성적을 받고 끝나고나서는 모든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에 후련했던 마음이 또다시 옥죄어왔어요
저는 논술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논술 최저를 모두 못 맞춰 최저가 없는 두개의 대학교만 보러가게 되었고
하나도 최저를 못 맞출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서 멘탈이 좀 많이 붕괴됐던 것 같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학업과 담을 쌓은 후
제가 미인정 결과 조퇴 지각 사례가 많아
(제 안의 지독한 무기력으로 발생한 일입니다. 그냥 모든 약속 자체가 저에겐 날센 칼이었어요)
내년엔 논술은 꿈도 못 꾸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공부를 꽤나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봐왔던 모의고사 점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지금 뭐라고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재수를 생각하게 됐는데 이번 수험생활이 제 인생에서 가장 지옥같았던 시간이라 그런지 다시 돌아갈 생각에 숨이 막혀옵니다
최저 없는 논술은 당장 내일인데, 학원에서 특강도 못들어본 학교에요.
그냥 인생이 실패한 거 같아요
아버지께소 혼자 생계를 담당하시는데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굉장히 많이 줄었거든요
그리고 부모님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요
당장 내일 논술이 너무 걱정돼 잠이 안 와요
이제 어떻게 돈을 벌어야하나 싶고
저 때문에 우리집이 망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그냥 제가 너무 싫어요
너무 싫어요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이해가 안돼요
재수하기 정말 싫은데, 재수 없이 대학을 못 갈테고, 그럼 돈은 누가 벌어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