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말투가 조금 센 편이에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는 말투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조금 지내다 보면 “말투만 그렇지 생각보다 세심하다”, “사람들을 잘 챙긴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고, 실제로 사람들과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왔어요. 몇 년째 나가고 있는 운동모임에서도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년 전쯤,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제 말투 때문에 크게 틀어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친구가 저와 남편의 대화를 옆에서 듣다가 저에게 “오빠한테 좀 예쁘게 말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부부 사이의 대화에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친구에게 조금 당황하기도 하고 기분도 상해서 “너나 잘해”라고 받아쳤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친구가 크게 상처를 받았는지 엉엉 울면서 돌아갔고, 이후 저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저도 많이 당황했지만, 그때는 ‘내 의도가 어떻든 상대가 저렇게까지 상처를 받았다면 나도 내 말하는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서로 잘 화해했고, 그 친구가 힘들 때 나름대로 많이 챙겨주면서 오히려 전보다 더 가까워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제 말이 다소 셀 수는 있어도 그 친구의 반응 역시 많이 예민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들은 이야기이니 제 편을 들어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1~2년을 별문제 없이 잘 지냈습니다. 최근에는 그 친구가 운동모임에는 뜸했지만 저와는 간간이 연락을 하고 있었어요. 마침 제가 그 친구에게 줄 것이 있어서 “모임에 오게 되면 연락해”라고 했고, 친구도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락 없이 모임에 왔어요. 반갑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해서, 멀리서 걸어오는 친구에게 이름을 부르며 평소 제 말투대로 조금 큰 목소리로 “연락하고 오라니까~.” 라고 했습니다. 친구도 걸어오면서 “아, 맞다!”라고 대답했고, 저는 그 순간에는 서로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친구에게 다시 관계를 그만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면박을 줬고, 제 목소리가 크고 언행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첫 번째 일이 있었을 때는 ‘내가 부족했구나. 고쳐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두 번째에는 저도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우리 사이와 그 친구가 받아들이고 있던 우리 사이가 이렇게 달랐나 싶어 실망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가슴이 떨릴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고요. 이번에는 저도 이 관계를 내려놓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이후부터 생겼습니다. 그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운동모임에서 평범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내가 방금 말을 잘못했나?’ ‘목소리가 너무 컸나?’ ‘저 사람도 기분 나빴던 건 아닐까?’ ‘나한테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 싫어하는 건 아닐까?’ 그 순간에는 괜찮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제가 했던 말과 목소리, 표정, 어투까지 하나하나 다시 떠올립니다. 별것 아닌 대화도 다음 날까지 복기하면서 혼자 이불킥을 할 때도 있고요. 사실 저는 누군가에게 나쁜 말을 하거나 비난하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좋은 말,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다만 원래 목소리와 어투가 강한 편이고, 친한 사람들과 장난칠 때 “왁!” 하는 식으로 말하거나 표현이 세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이게 내 말투지’ 하고 지나갔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마음에 걸립니다. 심지어 내용 자체는 좋은 말을 했더라도 목소리가 조금 컸거나 어투가 셌던 것 같으면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합니다. 물론 제 말투 때문에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고칠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싶고,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하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힘든 건 단순히 ‘말투를 고쳐야겠다’는 마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사람과 두 번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이제는 제 모습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된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또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또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또 갑자기 관계를 끊겠다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계속 상상하고,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을 살피고, 제가 하는 말을 실시간으로 검열하게 됩니다. 정작 지금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고, 저에게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줍니다. 몇 년 동안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온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겁이 납니다. 저도 제 말투에서 고칠 부분은 고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좋은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과 ‘또 누군가에게 거부당할까 봐 무서워서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을 검열하는 것’은 다른 것 같은데, 지금의 저는 후자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일이 다른 모든 인간관계까지 흔들어 놓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마음은 자꾸 그쪽으로 갑니다. 이미 지나간 대화를 계속 복기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스스로를 검열하는 이 마음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면 좋을까요? 제가 정말 고쳐야 할 부분과, 불안 때문에 지나치게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다시 편안하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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