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훌륭한 부모님이지만 저에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고민|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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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훌륭한 부모님이지만 저에겐 너무도 가혹한 분들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가난한 집안의 장남 장녀로 어릴적부터 막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정신력으로 평생 버텨온 분들이시구요. 연년생의 남동생을 둔 저또한 서너살 아기때부터 맏이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아왔습니다. 단 한번의 포옹도 칭찬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오로지 못마땅한 눈빛과 비아냥과 감시가 전부였습니다. 집에서는 티비 한번 보거나 외출도 할수 없었고, 하교 후 책상앞에 앉아있어야만 했습니다. 방문을 잠그면 방문을 박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좋은 부모님으로 비춰졌습니다. 책임감 있고 성실한 분들이었으니까요. 그분들 역시 어릴적 사랑받지 못했기에 자식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도 못했던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제가 살수 있었습니다. 20대 후반까지는 늘 죽고싶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을 자식을 낳은 부모님이 미웠고,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안쓰러웠습니다. 유치원때부터 창밖을 보며 혼자 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밤새 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눈물 흘리곤 했습니다. "제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살면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입니다. "우리딸" 같은 소리는 듣지도 못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집애"같은 소리만 들었습니다. 남아선호 사상때문에 같아 살던 친할머니도 저를 저렇게 불렀고, 무서운 할머니와 아빠 때문에 엄마는 저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벙어리 수준으로 남에게 말도 못하는 소심함의 극치인 저에게 초행길인 초등학교 입학식에 혼자 보냈던 것도 기억에 크게 남아있습니다. 한살 아래 남동생의 유치원 입학식과 겹쳤기 때문이지요.. 두살~네살 무렵 연년생을 돌보기 힘들어서 저는 외갓집에 몇달씩 맡겨지곤 했었는데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어린시절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자라면서 너무도 엄격한 부모님 때문에 누구와도 관계맺기가 힘들었습니다. 손찌검은 하지 않았지만 늘 비난하고 못마땅해했기 때문에 남들도 당연히 그럴것 같았습니다. 친한사람 한둘 외에는 타인과 시선을 마주할수도 없고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살다가는 미쳐버릴것 같아서 20대 중반에 맨몸으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였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소극적인 성격은 점차 개선이 되었고, 결혼하여 가정도 꾸렸으나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삽니다. 부모님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식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을꺼라고 애써 생각하면서 원망하는 마음은 사라졌으나, 아무 이유도 모른채 사랑과 스킨쉽을 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가 되지 않고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밥을 먹고 키가 크는 것처럼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은 자라는것 같습니다. 제 마음은 아직 유아 시절의 상태에 머무는것만 같구요. 누가봐도 자상한 남편과 결혼을 하여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부부같지만, 저는 늘 외롭습니다. 밖에서만 손잡고 집에서는 멀리서 말해도 다 들린다며 눈도 마주치지 않는 무심한 남편과 살고있습니다. 결혼직후 섹스리스가 되어, 처음 몇년은 여자로서 무시받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몹시 힘들었으나, 지금은 어느정도 해탈하여 남매 또는 룸메이트 정도로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부모님에 이어 남편에게까지 같은 상황이 되고보니 이제는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죽는다면 착한 남편과 시부모님한테까지 피해가 가겠지요.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부모님과 나만 바라보는 강아지 때문에 죽음 직전에도 마음을 고쳐먹곤 했었는데, 그래도 가정이 생기기 전에 죽었으면 저 때문에 피해 볼 사람이 하나라도 줄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 태어났는지 한탄스럽습니다. 살면서 늘 힘들었기에 이제는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제가 아무리 사랑을 표현해줘도 그 아이가 외롭게 느낀다면 제 마음이 너무도 아플것 같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터놓지 못했는데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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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6년 전
안녕하세요.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 언제나 사랑이 고프고 외로우시군요. 마인드카페에 솔직한 님의 심경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냉정하고 무뚝뚝한 부모님 아래서 맏이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자유롭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내셨네요. 얼마나 답답하고 쓸쓸했을까요. 한창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시절에 책임감을 강요받고 못마땅한 눈빛을 받아야 했던 님, 창밖을 보며 혼자 울고 있었을 어린 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님은 용기를 내어 자신과 주변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무작정 상경하여 사회생활도 하면서 스스로를 바꿔 나갔고 지금의 자상한 남편을 선택해서 가정도 꾸리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 여전히 어린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며 슬프고 외롭기만 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의 부모의 사랑과 지지는 아주 중요하죠. 세상에 처음 태어나 의지하게 되는 부모가 든든하게 내 뒤를 지켜보고 지지해준다는 믿음과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아이가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원하는 가정환경을 택해서 태어날 수가 없지요.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주어져 버리는 어찌보면 참으로 불공평한 조건입니다. 조건은 제각각이지만 같은 조건이라도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아 자라나 성인이 되었음에도 나이가 한참 들어서도 부모의 그늘을 못 벗어나고 제대로 독립을 못하는 나이 든 자식들도 있지요. 돈이 많은 집은 그 많은 돈도 서로 더 가지려고 늘 재산분쟁이 발생하구요. 반면 불행한 가정과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를 벗어나고 대물림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조건과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인생을 현명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컨트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여야 하고 넘겨버릴 건 넘기고,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는 것이지요. 님은 그렇게 차갑고 엄격했던 가정에서 무사히 잘 자라 어른이 되었고, 당당하게 홀로 상경하여 독립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리고 비록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착한 남편을 골라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님은 참으로 장하고 멋져요.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대견스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외롭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는 의식적으로 다른 삶을 살려고 해야겠지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살아왔던 생활 패턴과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살다보면 가끔 내가 싫어하던 부모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게 되지요. 하지만 이를 인지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 역시 단순히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님 자신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장 가까워야 할 대상과의 관계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나치게 애정을 갈구하는 것은 아닌지, 남편에게 부모의 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그 대상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않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여성을 남성과 결합시키는 감정적 애착의 본질은 어머니와의 무의식적 애착을 재현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화가 나면 오이디프스기나 사춘기에 어머니에게 품은 미움을 남편에게 전이시켜서 어머니와의 문제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의 경우 지금의 배우자가 현재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라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이 문제라고 인지하는 부분에 대해서 본인 나름의 이유를 찾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었음에도 반복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과거의 아픔과 상처와 연관시키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버릴 건 버리고 털건 털고 가려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지요.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대한 의식적인 고찰입니다. 현재 스스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은 변화의 시작으로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 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자신을 고찰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요. 상담 전문가와 만나서 지금부터 상담을 시작해 나가십시요. 님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입니다. 부모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가치있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성인이고 새로운 가정이 생겼고 이 가정은 온전히 님의 선택이고 책임이겠지요. 님을 억누르고 있는 부모님의 가정으로부터 벗어나서 스스로와 현재의 가정에 마음을 쏟아보세요.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기 전에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소중히 여겨주세요. 마인드카페는 지금 이 공간을 함께하는 님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수용 #자기수용 #자존감 #반복 #반복강박 #선택 #의식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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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sweetfal
· 6년 전
마카님. 무엇보다 이 힘든 과거들을 겪고도 서울로 가서 스스로. 한 가정을. 꾸렸다.는 점에 어느 그 누구보다도 더 위대하다는 것을. 잊지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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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wnrt
· 6년 전
저도 제 사연 쓰려고 왔다가 상당히 저랑 겹치는 글을 보고 '나같이 큰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빠는 스트레스를 저한테 풀었었죠. 때리진 않았지만 극한의 소리지름과 문 두드림...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떨려요.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아직도 그랬던 부모를 이해못하겠어요. 아빠랑은 음...개인적으로 절대 전화통화는 하지않죠. 어릴때 닫혀버린 마음의 벽이 평생 가네요. 아빠로서도 딸하나 잃은 게 되겠죠? 그럼 서로 동등해진건가? 가족관계도 베푼만큼 받는법인가봐요. 그냥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며 살아요. 살다보면 그래도 좋은 일이 생기겠죠? 님은 의외로 용감하신것 같아요. 홀로 상경!까지 하시구. 부모가 만든 틀에서 철저히 벗어나보세요. 충분히 하실수 있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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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picana
· 6년 전
보면서 펑펑 울었어요 얼마나 힘드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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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2016
· 6년 전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의 부모 문제의 할머니때문이지요. 아이가 생기면 이책을 먼저 꼭 읽어보세요. 1.10대의 5가지 사랑의 언어/게리 채프만 2.아들러식 대화법/도다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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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gys11
· 3년 전
대단하세요! 힘들고 외로운 환경속에서도 잘 사셨고 잘 살아나가고 계시네요 !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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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fssf
· 3년 전
오히려세월이갈수록 유년시절에추억은 자꾸떠올라서 즐겁게하거나슬프게하는것같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