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는데 불안하기만 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진로|취업]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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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는데 불안하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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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이야기가 엄청 길어질 것 같지만, 읽어봐주실 수 있나요? 저는 상업계 고등학교를 다녔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반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해왔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3학년 때는 비록 다른 반, 그리고 다른 과지만 친구가 생겨 그나마 즐겁게 학창 생활을 즐겼어요. 그리고 저는 학교를 졸업한 뒤, 연초, 추웠던 겨울 날, 저는 학교의 중개를 통해 한 건설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첫 취업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습니다. 막 졸업한 미숙한 학생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제가 멍청한 건지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어리버리 하기도 했고, 하루종일 긴장을 하고 있어서 제대로 식사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정확히 출근 3일차에, 저는 퇴직을 권고 받았습니다. 그 3일간 제가 일을 너무 못한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팀장님은 제게 '니가 너무 어려서 사장님이 널 데리고 있는 걸 불안해하셨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에 학교에서 더 중개도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연초가 엉망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그 해에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운전 면허도 취득했고, 한국사 검정 시험을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스펙이라는 걸 채워보려고 했어요. 다행히, 사무업무에 관련된 자격증은 학교를 다닐 때 취득할 수 있어서 그것만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곧 취업이 될 거라고,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하지만 정확히 딱 1년 뒤에,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취업이 더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그러면 차라리 그동안 대학을 가자, 하지만 취업 활동은 계속 해야하니까 사이버 대학을 가자,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저는 한 사이버 대학의 영문과에 들어가 수업을 들으면서도, 계속 취업 활동을 했지만,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럼 진로를 바꿔보자 싶어서 디자인 학원도 국비로 반년 동안 다니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디자이너 직무를 구하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다녔는데, 취업이 안됐어요.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자존감도 점점 낮아지고, 자꾸만 내 포트폴리오를 다른 수강생들의 포트폴리오와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 해를 엉망으로 보냈어요. 정말로, 무슨 폐인이 된 것 마냥, 하루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게임만 하고, 그러면서도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을 하는 걸 보면서 점점 자존감은 박살나고, 불안은 점점 더 커졌죠. 마치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어요. 고작 20대 초반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나는 못해' 라며 포기도 여러 번 했죠. 그렇게 한 해를 보내려다, 10월의 어느 날, 저는 친척분의 권유를 받게 되었어요. 친척분은 제게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리를 보니 월급이 엄청 높았다. 이쪽으로 취업을 하고 싶으면 내가 우리 아파트 소장과 친하니 소장을 통해 일자리를 알선해주겠다.' 고 말씀하셨어요. 당시 자존감이 박살날 대로 박살난 저는, 그 말에 솔깃했어요. 그래, 이렇게라도 취업을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저는 10월 말부터 아파트 경리 실무를 배우기 위해 야간에 학원을 다니면서 무척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연말이 되어서 수업이 끝났죠. 그래서, 그 다음 해가 되면 반드시, 취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벚꽃이 예쁜 봄, 저는 생애 두 번째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엉망이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실무를 해본 적도 없는 제게 인수인계도 없이 그저 일을 하라고 지시하셔서 저는 도저히 일을 따라갈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고작 첫 출근 하루 만에 못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못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취업처를 알선해준 친척분과 친척분과 친분이 있으신 소장님이 떠오르더라구요. 너무, 너무 죄송해서. 저는 이 후에도 2번 더, 취업처를 소개 받았어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소개를 받았습니다. 여름에 소개 받은 곳은, 다행히 인수인계를 해주실 분이 계시다고 했지만, 그 인수인계도 고작 3일, 2시간 정도. 그리고 그 인수인계 마저도, 그냥 옆에 멀뚱히 앉아 그 분이 일하시는 걸 보는 게 전부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멍청하게 인수인계 이틀 차에 도망치듯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겨울에 소개를 받은 곳에서는 이틀을 실제로 근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곳의 상사분들은 제가 일을 무척 잘한다고, 그렇게 말해주셨어요. 그리고 본인께서 일을 다 가르쳐주시겠다고도 하셨죠. 그래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 직장에서 느꼈던 부담감이 다시 제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그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저는 출근 이틀 차에 울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너무 힘들었거든요. 내가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실수라도 하면 이 취업처를 알선해준 소장님과 내 친척분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그 무렵에는 아직 대학 졸업도 못한 때였던 데다가 학점이 아슬아슬해서 제때 졸업을 못할까봐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너무 힘들었어요. 그 부담감 때문인지, 그 해 겨울이 너무 추워서 그랬는지, 저는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열을 내고 앓아누웠어요. 그리고, 결국 3일차 아침에 또 다시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이게 불과 작년의 일이었습니다. 한 해를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저는 그 이후에는 더 폐인처럼 지냈어요. 벌써 2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대학 졸업을 하려고 방학 내내 특강도 들어보고 했지만, 수업도 제대로 안 듣고, 그냥 거의 시험 일주일 전에 벼락치기로 겨우 학점을 취득했죠. 수업을 듣지 않는 동안에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방 안에서 게임이나 하고, 휴대폰만 만지막거리면서 지냈어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히 올해 8월에 겨우 턱걸이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학점도 남들에게 말하기는 부끄러운 학점이었어요. 하지만 졸업한 후에는 또다시 한량처럼 지냈어요.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살도 많이 쪘는데도 말이죠. 솔직히 누구나 다 비만이라고 할 정도로 살이 쪘는데도, 제대로 된 운동도 하지 않고, 정말 게으름뱅이처럼 지냈어요.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구직 사이트나 확인하고, 근무조건을 대충 훑어보고, 이력서만 제출했고, 그 밖에 다른 일은 그다지 도전해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뭘 공부하겠다, 그런 대략적인 목표만 말하고는 실행할 의지도 없었죠. 그래서인지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다가, 어제 갑자기 일요일 날 한 학원에서 연락을 받고, 오늘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원장님과 실장님도 좋은 분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고, 면접을 볼 때도 제 직무가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들어서, 어떻게든 취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3년 전 디자인 학원에서 만들어둔 포트폴리오도 보여주기도 하기도 했어요. 벌써 3년 전에 만든 거기도 하고, 그 이후에 포토샵을 쓰지 않았어서 지금은 다시 연습을 해야만 할 정도로 실력이 형편 없지만요. 그런데, 그 포트폴리오가 도움이 되었는지, 저는 면접을 본 오늘, 바로 취업이 결정되었어요. 얼떨떨한 채로, 이번 주 토요일 날 첫 취업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도 다른 직원들, 강사님들과 함께 워크샵을 가게 되었어요. 아무튼 그렇게 학원을 나온 직후에는 나도 드디어 취업을 했다고, 막, 소리도 지르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그런데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 기쁨이 온갖 두려움과 불안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그냥 막연히 도망치고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취업 사실을 알려드리니 기뻐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엄마는 금방 제 감정을 알아차려 주셨어요. 엄마는 제게 '처음에는 다들 잘하지 못한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배우려고 생각해라, 너는 잘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해주셨지만, 도저히 밥도 제대로 넘어가질 않더라구요. 혼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느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어요. 분명 취업이 결정되면 다들 기뻐하던데, 왜 저는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걸까요?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그 동안 제가 아주 짧게나마 겪었던 직장이 모두 무섭고, 싫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인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따돌림을 겪으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꺼리게 된 제가 갑자기 워크샵이니 뭐니, 그런 것들을 마주해야해서 버거워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다들 원래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 마저도 마치, 취업을 바라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복에 겨운 일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이 불안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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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nii
· 한 달 전
우선 저도 디자이너 입니다. 저도 회사문제로 인해 여러 일들(상사가 저를 마음에 안들어 하며 은은하게 까거나 해고를 당하고 채용취소 등)을 겪었었고, 그 뒤로 우울증 불안증에 시달려 집에만 갇혀 살았어요. 그리고 저번달 취업을 성공했는데 취업한 곳이 저와 특성이 맞지 않은 거 같고, 상사가 절 좋게 생각 하지 않아하는 거 같아 늘 불안에 살아요. 그래도 쓰니님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아가고 있고, 취업을 하려고 꾸준히 애쓰셨잖아요. 그러니 너무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에 얽매이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간 겪었던 일들이 있었으니 불안한건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불안은 나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의 일부래요. 그리고 내가 너무 걱정이 많아서 불안이 커지는거구요. 앞으로의 미래는 또 모르는 법이니 너무 불안해 않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불안하면 약물치료도 권장드려요. 저같은 경우는 불안도가 커서 약물치료도 병행하니 그나마 회사생활이 조금 낫더라구요. 저도 이번에 취업할 때 기쁘긴커녕 겁부터 났었습니다. 심지어 경력직으로 들어가는건데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더 걱정과 불안에 빠졌었어요. 어쩌다보니 저의 얘기도 같이 하면서 글이 길었네요. 불안하면 남의 말이 잘 안들리긴 합니다. 저도 그랬구요. 간단하게 불안을 없애고 싶으실땐 안정화 심호흡도 좋고, 내가 왜 불안한가 글도 적어보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안될땐 병원도 추천드리구요. 아무쪼록 쓰니님이 평안한 날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