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장녀|죄책감|녹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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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커피콩_레벨_아이콘24mirelle
·한 달 전
엄마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녹내장이 많이 심해졌단다. 2년 전에도 녹내장 의심 소견이 있었는데, 그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엄마도 그게 그렇게 심각한 건 줄 몰라서 병원도 가지 않은 채 그냥 2년이 지났는데 이번에 결과 보니까 더 심해졌다고 나온 거다. 엄마가 갑자기 우리한테 엄마가 눈이 안 보이면 어떨 것 같아? 라고 물어봤다. 나는 그냥, 정말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떨지 가볍게 물어보신 건 줄 알고 그럼 무서울 것 같은데 하고 웃으면서 대답했는데 그때 엄마가 건강검진 결과를 얘기해주셨다. 그러면서 너희들 이제 못 볼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하루 종일 기분 안 좋아 보이셨던 엄마가 계속 마음에 걸리면서도 결국 나도 짜증이 나서 엄마한테 뭐라뭐라 했다. 근데 그게 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심란하셔서 그랬던 거였는데.. 엄마한테 왜 이제서야 말하냐고, 그때 진단받고 왜 병원을 안 갔냐고 괜히 엄마한테 또 애꿎은 소리만 했다. 그때 티비에서 예능이 나오고 있었는데 웃긴 장면이어도 하나도 웃기지가 않았다. 엄마는 그 말을 하고선 티비를 보면서 웃고 계셨는데 나는 눈물이 날 것 같고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다. 엄마한테 못해준 것들만, 엄마한테 상처 줬던 말들과 행동들만 계속 떠올랐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시고, 내가 전부라고 말씀해주시던 엄마한테 내가 그만 살고 싶다고 했던 순간들, 그 말들을 수도 없이 했던 내가 방 안에 틀어박혀 울고 또 울고 아무것도 못했던 그 시간들이… 스물네 살이나 됐는데도 아직 대학 졸업도 못 했고 알바 하나도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내가 부모님 뒷바라지만 받으면서 효도 한 번, 월급 한 번 못 드린 이런 보잘것없는 내가 장녀인데도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고, 오히려 짐이 된 것 같아서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그 죄책감에 정말 비칠 것 같다. 엄마가 아픈데 이런 순간에도 또 나 자신만 생각하는 내가 그것도 너무 미안하다. 엄마는 나를 위해 정말 모든 걸 다 해주시고 다 내어주시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한테 모든 걸 바치셨는데 나는 엄마를 위해 아직 해드린 게 하나도 없는데 이제 엄마가 날 아예 못 보시면 어떡하지. 녹내장은 완치가 안되는 병이라는데.. 엄마랑 이제 같이 밥 먹고, TV 보고, 책 읽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여행 다니고 그런 평범한 일상조차 아무것도 못 하게 되면 어떡해. 엄마랑 아직 못 해본 것도, 같이 못 가본 곳도, 같이 못 먹어본 것도 정말 많은데 정말 어떡하지..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잠이 안온다 계속 눈물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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