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는 말은 상담에서만 듣는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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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는 말은 상담에서만 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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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
상담을 여기서 받고 있어서 상담사님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요. 긴 시간 뵙고 있지만 제 직업도 똑바로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일하다 힘든 이야기는 자꾸 하게 돼요. 현실에선 인사치레 말고는 누구도 제게 잘했다고 하지 않고, 고작 그런 일로 힘들어하냐, 그것도 빨리 제대로 못하냐 하는 말을 더 많이 들어요. 저도 모르게 서러움이 쌓였는지 상담사님이 제가 뭔가 잘했다,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면 많이 울어요. 하지만 저를 실제로 보신 게 아니고, 제가 한 이야기로만 저를 알고 계신 상담사님의 그 말에 의지해도 되는 건지 문득문득 두려워져요. 일주일의 그 50분에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도 상담사님은 그런 환경에서 그만큼이나 해낸 게 대단하다고, 스스로 칭찬해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진실은 제가 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거예요. 스스로 그 노력을 인정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아요. 제 직업을 구체적으로 모르시니 자세한 사정도 아실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잠시 쉬기도 어렵고 실수나 부족함이 용납되지 않는 일이에요. 제가 택한 일이니 버틸 뿐이지 괜찮다, 충분히 노력했다는 마음은 도저히 들지 않아요. 잘했다는 말, 잘하고 있다는 말에 그리도 눈물이 나는 게, 그게 현실에서 결코 듣지 못할 말이라 서러워서인지 사실 저도 그 말이 고팠던 건지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저는 상담에서 듣는 위로와 응원에 너무 의존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현실 / 상담을 구분 짓고 있는 것조차 현실을 사는 저와 상담에서 위로받는 제가 일치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상담사님께 그거 아니라고, 저 이렇게 엉망이니 차라리 혼을 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상담에서 받은 힘을 끌어안고 버티기엔 한 주가 너무 길어요. 힘들어요. 분명 상담에 의지해서 긴 시간을 버티고 있는데 아직 많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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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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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전
마카님,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요. 상담사님께서 해주시는 칭찬과 위로가 마카님께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마카님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저도 느껴져요.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서러울 수 있지만, 마카님은 정말 잘하고 계신 거예요.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보세요. 그리고 여기서도 언제든지 마음을 나눠주세요. 함께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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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jf
· 21일 전
저도 그거때문에 상담고민중이에요...직업을 안밝히면 효과가없을까보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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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실외
· 21일 전
평소에 듣지 못하는 잘했다 대단하다 이런 말들이 얼마나 듣고 싶으셨으면 그렇게 의지하고 계실까요 엄마아빠한테 항상 칭찬 듣고 싶어하는 순수한 어린 아이의 모습 같아요 안아주고 싶고 기특하세요 비록 나이는 먹고 어른이 되었어도 우리 모두 마음 속 한구석엔 예전에 아이였던 모습이 남아있잖아요 아무리 나이 먹어도 겉모습은 노인네지만 정말 깊은 마음속엔 여전히 아이가 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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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실외
· 21일 전
@실외실외 아이 때 부모님에게 듣고 싶었던 칭찬, 지금은 다른 사람들, 상담사님에게 듣고 싶은 칭찬 그 칭찬을 본인이 본인에게 제일 해주려고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물론 처음에는 의미없다 느낄지 몰라요 남들은 다 날 혼내고 잘했다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데 내가 나한테 말해주는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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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실외
· 21일 전
@실외실외 말도 안되는 기적을 믿는단 생각으로 나를 칭찬해주고 예뻐해주는 일이 하루하루씩 그렇게 점점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내 말이 중요해지기 시작해요 내가 나를 계속 칭찬해주다보니까 분명 내말보다도 크게 느껴졌던 다른 사람들의 말들은 조금씩 별로 안 들리게 되고요 정말 오랜 시간 후에는 내가 해주는 말들만이 의미있게 돼요 의존하는 상대가 내 자신이 되니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겠죠? 의지하는 상대와 한시라도 떨어질 틈이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