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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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havenotime
·한 달 전
어렸을 때 가족과의 불화가 조금 있었었어요. 남동생은 남자아이니까 뛰어놀고, 건강하기만 하면 그만이고, 전 첫째에 여자애니까 부모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이상적인 여자아이로 키우시려 노력했거든요. 처음엔 칭찬받는 게 좋아서 정말 하라는 거 다 하고, 아무리 제가 억울해도 다 순응하고, 받아들이고 했는데, 중학교 올라가니까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조금만 울어도 종아리 피터지게 맞고, 정말 억울해서 울음을 못 참았더니, 일주일동안 의자에 제대로 못 앉을 정도로 맞았어요. 정말 그냥 맞고 살았어요. 학교나 학원에서의 대인관계 문제나 학업 문제에 대해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해도 '항상 너만 힘드니, 네가 힘들면 다 힘들어'라는 대답만 돌아오고... 대인관계는 책으로만 배웠어요. 어디 놀러 가거나 친구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여자애니까 그런 것보단 집에서 책이나 읽어라, 그 집에 남자 형제 있지 않느냐, 너 그러다 *** 당한다, 등등 이유로 못 놀러 갔거든요. 그래서 대인 관계도 엉망이었어요. 왜, 어린 애들 읽는 책에선 착하고, 선행하고, 배푸는 주인공들이 나오잖아요. 그런 책만 읽고 커서, 그러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착하기만 하니까 여기저기서 이용당하고, 깔봄당하고, 살았네요. 마음 아파도, 어머니께선 다들 너만큼 힘들게 산다니까 순응하고. 이게 이상하다는 걸 중학교 올라와서야 알았어요. 이 날 좀 심하게 싸웠거든요, 어머니랑. 제가 시험공부 하다가 저녁을 늦게 먹은 날이었어요. 10시쯤 카레를 먹으려는데, 어머니께선 초등학교 때 올백 맞아오던 제가, 중학교 되니까 80점도 간신히 나오는 모습이 보기 싫으셨나봐요. 정말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심한 말을 하셨어요. 욕도 아니었고, 그냥 말이었는데. 기억하는 거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고 상처고, 힘들어서 까먹어버렸어요. 뭔가 말이 이상한데... 그 날 집에서 뛰쳐나가서 새벽 늦게 집에 들어왔거든요. 그 날 이후로 어머니랑 대화 안 하고 살아요. 싸우면서 제가 억울하고 속상했던 일들 다 말하니까, 그건 다 제가 잘못했던 거라 때렸던 거래요. 분명 어린아이의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전 정확히 기억하거든요. 그냥 다 제가 잘못 한 거래요. 그래서 때렸고, 왜 제가 화내는지 잘 모르겠데요. 그래놓고 이 상태로 성인이 되니까, 그제서야 잘못했다네요. 처음엔 잘못했다고 빌다가, 제가 끝까지 무시하니까, 자기가 언제까지 이래야 되겠녜요. 너 때문에 병원까지 가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마음이 풀릴거녜요. 너 때문에 가족 분위기 침울하고, 그냥 계속 모든게 저 때문이래요. 전 이런 가족사 너무너무 감추고 싶고, 부끄럽거든요. 어렸을 때 가족은 화목한 거라고 그렇게 죽도록 책으로 배웠으니까. 아닌 거 다 아는데... 어렸을 적 배웠던 정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어요.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를 무시하면서도, 아버지만 선물 챙겨드리면 후폭풍이 너무 심하게 돌아와서 같이 챙겨드린 적 있는데, 그 때 "그래 사실 너도 나랑 말 안하니까 서운하지?" 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런게 아니라... 어머니 말 무시하면 세상이 무너질거라고, 넌 진짜 나쁜아이고, 쓸모없는 아이라고, 하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서 그런 건데. 저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미래가 안 그려지더라고요. 말 그대로 미래가 안 보였어요. 다들 대학 가서 뭐 하고, 어디 학과 가고, 이런 얘기들 하던데, 전 진짜 미래를 생각하면 백지만 보였어요. 그냥 말 그대로 상상이 안돼요, 미래가 있을 거라는 게. 그냥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저도 제 음침하고, 안 좋은 가정사 들키기 싫어서 꾸며서 말했거든요. 나도 대학 갈 거라고. 그나마 성적 잘 나오는 게 영어니까 영문과 갈 거라고. 그렇게 영문과 왔어요. 대학도 왔고. 집에서 나와 사니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근데, 제가 대인 관계를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어요. 책으로 배웠어요. 고등학교 때도 그다지 친한 친구가 없어서 매번 혼자다니고 조용히, 적당히 묻어 다니고... 그 땐 그럴 수 있었는데, 대학은 그게 안 되더라고요. 기숙사 등록하니까 룸메도 있고, 학과 생활하려면 편한 동기 하나쯤은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게 가면 쓰는 거였거든요. 사람 당 대하는 방식이 전부 달라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그 스타일에 제가 다 맞춰줬어요. 그러면 다들 좋아하니까. 그러다보니 가면이 너무 많아지고, 만나는 사람이 겹치니까 또 사람이 고장나고. 사람들이 전 공부 잘하고, 활기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해줬어요. 저 나름 과에서 2~3등이고, 다들 제가 활기차길 바라길래 그렇게 해줬어요. 저랑 친하다고 하는 동기들만 20명 넘어요. 다들 제가 친절하다고 하는데, 이제 잘 모르겠어요. 전 제 성적을 말한 적 없는데 뒤에서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면서, 제 성적을 평가해요. 전 제가 1등이라고 한 적 한번도 없거든요. 애초에 1등을 한 적이 없어요. 항상 2, 3등이었어서... 어쩌다보니 동기가 제 성적표를 보게 되었는데 돌아오는 말이 어, 너 1등 아니었어? 아 뭐야 1등 아니네. 였어요. 그 이후로 다들 제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흉보더라고요. 어 쟤 오늘은 안 웃고 있네, 원래 착한애 아니었나. 쟤가 나 과제 안 도와주네, 쟤 착한애 아니었나. 쟤 이번에 좀 많이 틀렸네, 쟤 공부 잘하는 애 아니었어? 등등.. 자기 혼자 절 얕보다가, 제 성적이 공개되니 절 견제하는 애들도 생겼고요, 제가 딱 한번 거절했다고 제가 나쁜년이라는 사람도 생겼어요. 근데 다들 제가 착한 줄 아니까,.. 아무 생각 없이 저한테 너 이런 거 진짜 별로다, 예전엔 안 그랬잖아. 너라면 이럴 줄 알았는데 왜 안 그래? 라면서 절 멋대로 단정짓고 판단해버려요. 지금은 편입 준비하고 있어요. 다들 제 성적 보고 전 여기 있으면 안 될 성적이래요. 편입 준비 당연히 할 줄 알았다네요. 그래서 편입 준비하고 있어요. 미래가 안 보이니까 다른 사람이 ***는 대로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늘 진짜 죽고 싶을 것 처럼 힘들고, 감정 조절 잘 안되어서 진짜 쥐어 짜서 웃으면서 살고, 자해까지 하면서 버티는 시간이 1년에 한 두번이 있는데, 그게 오늘인 것 같아요. 솔직히 글 쓴 거ㅠ보니까 엄청 길고, 가독성도 떨어지네요. 진짜 좀 별로지만... 저 상담 갈 돈도 없고, 상담 갔을 때 주변 사람들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새벽에 여기에라도 올려봐요. 누가 딱히 봐줬음 좋겠다 보단 그냥 이런 말 할 곳이 필요했어요. 이런 거 오늘 처음 글 써보고, 처음 말해봐요. 어딘가 길게 줄 써놓으면 조금 나아진다고 해서 해 봤는데 사실 잘 모르겠네요. 이젠 무언가에 화난다, 슬프다, 억울하기 보단 그냥... 아무런 생각이 안 들어요. 진짜 잘 모르겠어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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