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오래 살 생각은 아니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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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오래 살 생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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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어렸을 때부터 걱정이 많았다. 마치 세상 모든 걱정이 다 내꺼인 것처럼 살았더니, 그런 삶밖에 겪질 못해 그런 삶만 살게 되었다. 머리가 클 수록 경쟁이 싫었다. 경쟁 환경에서 오는 긴장감, 내가 남을 적으로 보고 있을 때의 자괴감, 남보다 내가 못할 때의 열등감. 무엇 하나 좋은게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면 수능 볼 때까지 계속 그렇게 살아야한다는거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죽으려고 했다. 내가 가장 행복할 때, 그런 큰 스트레스를 아예 겪지 않았을 때, 내가 내 삶을 아름답다고 평할 수 있을 때 죽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겁이 많아서. 미래의 고통도 죽어갈 때의 고통도 겪고싶지 않았어서.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는 이제 그렇게 힘들다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내 분수에 만족했더니 경쟁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어졌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전부 불행했다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었다. 사실 하나도 해결된 적이 없었다. 여전히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해도 의미가 없는 것들을 걱정하며, 곧 내가 날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된다는 것이 싫다. 나의 위치에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고는 하나 주변인과 나를 비교하는 꼴을 보고있자니 자괴감은 여전하다. 요즘에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자꾸만 과거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리워지기만 하면 차라리 낫지, 언젠가 지금 이 순간도 과거가 되리라는 당연한 이치 때문에 행복한 순간을 마냥 행복하게 있을 수 없어졌다. 총의 반동처럼 행복만큼의 슬픔이 나를 찾아온다. 무엇보다 다들 이렇게 살고있으리라는 생각이, 그러니 어리광 부려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내일은 찾아온다. 내가 넘어져 그대로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간다. 살아간다기 보다는 살아있다. 여전히 죽음이 미래만큼 두렵기 때문에. 이 내용을 누군가 봐줬으면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앱을 깔았다. 혹은 봐주지 않았으면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앱 말고는 이야기할 곳이 없다. 한 평생 모순적으로 살았다. 자극을 쫓으면서도 자극이 나를 떠나기를 바랐다. 누구보다 평범을 원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아픈 이로 보여 위로 받기를 원했다. 이렇게까지 오래 살 생각은 아니었다. 이런 말을 적으면서도 나는 살아있다. 언젠가 내가 내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는 날이 올까. 이렇게 열등감과 걱정과 하루하루 늘어가는 그리움만 떠안은 삶이라도. 아름다울 때 죽지 못해 아름답지 않은 삶임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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