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번아웃증후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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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번아웃증후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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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안녕하세요, 대학원과정 4년차 대학원생입니다. 올해 초부터 주변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여 알아보니 번아웃증후군의 증상들인 것 같더라구요 출근을 많이 미루거나 무단 결근을 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출근을 해도 기타 행정업무 및 실험들이 손에 도저히 잡히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업무를 미루다 보니 지도교수님이 맡기신 일도 잊고 안하게 되어서 교수님과의 마찰이 생겼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큰둥하거나 냉소적으로 반응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구요. 제가 번아웃 증후군이구나 라고 인지한 이후에 이런 저런 정보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하는 해당 증상들을 되짚어보니 대략 작년 늦여름, 초가을 쯤부터인 것 같았어요 그 시기쯤부터는 평일에는 학교를 왔다갔다 하는 길만 터덜터덜 다니고 밥도 대충 혼자 때우기 시작했습니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고 실험도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연구실 후배들이 뭘하던 관심도 없고 제 실험도 밍기적밍기적 미루면서 휴대폰만 보고 시간만 축내고 앉아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원래 하던 여가활동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고 부담스럽게 느껴져 집에만 누워있게 되고 집안일도 슬슬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술자리에 가게 되면 안하던 폭음을 자주 하기 시작한 것도 그 쯤이더라구요. 편두통이나 소화불량, 수면장애 등도 다 마찬가지고요. 사실 이걸 인지하게 되니까 기분이 더 안좋더라구요. 원래 책임감 있게 일을 척척 수행해냈던 모습이랑 비교가 되어서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제가 번아웃이 올만큼 뭘 많이 하지도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박사과정 남들 다 힘든데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싫기도 했어요. 제가 이렇게 된 상황에 누구를 탓하고 싶은데 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우울감이 밀려왔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그렇게 뻗치긴 했지만 호르몬의 영향이라 생각하고 일단 원인을 생각해봤습니다. 일단은 모두 대학원 생활에 연관된 문제들이었어요. 첫 번째로 대학원 과정 그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성취가 없는 환경이 너무 길긴 하더라구요. 제가 석사 2년과 박사 2년을 하면서 논문 하나 없이 해당 주제를 붙잡고 있었던 것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월급도 많지 않은 상황이고 비슷한 실험을 반복하는데 제 심리에 영향이 없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말없이 일을 빨리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맡기신 실험이나 업무를 빨리빨리 해서 드리면 그냥 그저 다음 일을 맡기셨던 것 같아요. 점점 제 속도에 익숙해지시면서 저에게는 딱히 보람이 없는 업무들을 계속 맡기신 것 같아요. 물론 교수님께서는 좋으신 분이고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랩실을 위해서 제가 티안나게 해내는 일들이 정말 많았다는 걸 알고는 계셨던건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로 대학원 생활의 연장이지만 업무량 자체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선배들이 떠나가면서 제가 랩장이 되고 연구실 관리나 행정업무를 도맡아했고, 심지어 작년부터는 학과 대학원생 대표 (정해지는 기준이 딱히 없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정하세요) 를 맡게되어 학과 업무도 하게되었어요. 가뜩이나 작은 랩실 규모에 유일하게 남은 박사인 저에게 주어지는 실험은 많았기에 평일 낮밤은 물론 주말에도 출근하여 일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휴식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낮밤과 주말 업무까지 하게 되면 그냥 늦게 자게 되고 제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날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세포를 키워야하는 실험의 특성상 친구들이 여행을 가자고 해도 그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매일마다 확인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대학원 입학 이후 4년 간 여행을 갈 때 마음 편히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친구들이 꼭 저를 찾으니 약속이나 여행은 관계 유지를 위해 가야겠으나 가기 전에도 가서도 다녀와서도 실험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적이 대부분이에요. 네 번째는 너무 많은 후배들이었습니다. 단순히 후배들이 문제는 아니겠지요. 저는 막내생활도 오래했고 랩을 거쳐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험을 가르쳐주기도 했어요. 제가 박사과정을 이어서 시작하면서 저희 연구실에 2명의 후배, 그리고 옆 연구실에 3명의 신입생이 들어왔어요. 근데 문제는 이 다섯명을 모두 제가 지도했어야 하는데, 다섯명이 하나같이 학구열이란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배경지식은 물론 공부량 또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가 입학했던 시절의 사람들과 너무 달랐구요.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응당 대학원생이라면 갖춰야할 자세들을 모두 떠먹여 줘야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석사과정 5명의 2년간 저는 알려준 실험을 계속해서 또 알려주었습니다. 알려준 것도 배운적 없다고 하거나,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계속 저한테 찾아왔거든요. 단순한 비품관리나 연구실 관리도 제가 없으면 단 하나도 스스로 하지 않고 모든 방법을 저한테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린트 토너교체 같은 간단한 문제부터 정말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맡길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결국 제가 다 맡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정서적으로 혼자 있었던 시기가 길었다는 점이에요. 제가 박사과정으로 혼자였고 저에게는 discussion을 할 수 있는 동료가 한 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해요. 저는 제 스스로 성취해나가는걸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학구적인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같이 힘든 과정을 겪고 같이 욕이라도 하고 그런 상황일 수만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후배들은 저에게 동료라기보다 짐처럼 느껴졌을 뿐이에요. 그게 아니더라도 힘들다고 생각하길 싫어하고 힘들어도 누구에게 힘든걸 털어놓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보니 친구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더라구요. 다들 힘들거라 생각해서 제 부정적인 감정을 말하는걸 꺼리는 것 같긴합니다.. 네 번째가 가장 길었는데 사실 제가 생각하는 마지막 폭탄이 저거였던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1,2,3번은 제가 어느정도 감당 가능한 일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일에만 집중하는 건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1,2,3번들도 제가 버겁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고 그 원인이 4번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2,3번이라도 오래 지속되었으면 또 비슷한 상황이었겠지만요. 혼자 오래 생각하다보니 뭐라도 탓하고 싶어 토해내듯이 원인들을 끄집어 내게 되더라구요. 사실 위의 원인들은 단순히 제 생각이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교수님과의 이야기 끝에 8월에 박사 수료로 마무리를 하는게 어떤가 하는 상황이에요. 끝이 보인다고 해도 남아있는 동안에 해야하는 일들과 인수인계를 생각하면 정말 숨이 턱 막혀요. 이전에는 정말 간단히 했던 일들이지만요. 랩실에 앉아있는 동안이 무기력하고 심장도 빨리뛰게되고 누구를 마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나 잘하던 모습만 보여주던 저였는데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게 불쾌한 기분이기도 하네요.. 1주일이면 했던 일들도 지금은 2주 3주가 걸립니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녀와서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긴 했어요. 하지만 증상에 대한 처방 뿐이더라구요. 제가 걱정되는건 이 상황을 벗어나면 예전처럼 기민하고 총명한 상태가 될 수 있긴 할지 모르겠어요. 멍한 상태로 계속 지내긴 싫고 근본적으로 뭔가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지 걱정스럽습니다..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치지만 벗어나지 못할까 혹은 벗어나더라도 제가 또 이렇게 될까 염려스럽기도하구요. 여러모로 번아웃증후군이 가져다주는 감정은 최악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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