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기분이에요. 때로는 길을 잃는 것도 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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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나의새벽
·9일 전
길을 잃은 기분이에요. 때로는 길을 잃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나 춥고, 지치고,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만 느껴지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다는 걸까요?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길은 잃었지만 적어도 목적지는 잃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모르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제가 어디에 왜 서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희집은 이제 석 달 가까이 엘리베이터가 중지된 아파트 고층입니다. 약 200세대가 하나의 계단을 이용해서 오르내리고 있어요. 계단이 꺾이는 부분의 작은 비상구 표시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층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힘들게 올라가다가도 몇 층인지 확인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사람들이 층마다 계단 통로의 문에 나름대로 표시를 해두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자기가 사는 층에 표시를 해두고 그걸 보며 다 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함일 거예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4층 문손잡이에는 하얀색 곱창 밴드가 걸려 있었고, 6층 문손잡이에는 예쁘게 땋은 하얀 끈이 금색 빵끈으로 묶여 있어요. 또 어느 층에는 하트 모양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다른 층에는 연보라색 리본이 붙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쉬어갈 수 있게 간이 의자가 놓여 있는 층도 있어요. 저희 층에는 제가 그냥 A4 용지에 층수를 크게 출력해 붙여놓았어요. 아무도 합의한 적은 없는, 가지각색의 이정표예요. 어느 지친 날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의 시신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정상에 거의 다다랐지만 추위나 부상 등으로 그 자리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산 아래로 데리고 내려올 방법이 없어 그대로 둔 것이 수백 구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붙은 시신들은 정상 근처의 이정표가 되어준다고 해요.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사람들이 시신을 발견할 때마다 각각의 별칭과 함께 ‘얼마나 남았다.’, ‘여기서는 쉬어가야 한다.’, ‘이제 다 왔다.’ 말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굉장히 비극적이기도 한 장면인데, 이해도 되지 않는 이유로 몇 달째 단지 전체 엘리베이터가 멈춘 어이없는 상황에 왜 그게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표식을 만들고, 또 누군가는 그걸 보며 여기가 어디쯤인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며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꼈던 걸까요? 에베레스트와 비교할 수야 없지만, 손잡이의 하얀 끈이 보이면 반쯤 왔으니 잠시 쉬어가고, 연보라색 리본을 보면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생각하고, 제가 붙여놓은 종이가 보이면 드디어 도착했구나 생각합니다. 몇 달 째 그렇게 지내다 보니 그냥 그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어요. 하루에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보다도 지치는 제 삶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저는 지금 뭘 하고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향할 곳이, 향해도 되는 곳이 있기는 할까요? 지금 있는 곳은 제가 있어도 되는 곳일까요? 한참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가. 또 갑자기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요즘이에요. ■ 30일 챌린지 : 나를 사랑하기 ■ DAY 1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자기 DAY 2 내 방 깨끗이 청소하기 DAY 3 나에게 꽃 선물하기 DAY 4 하루 동안 SNS 들어가지 않기 DAY 5 샤워하면서 노래 부르기 DAY 6 10살의 나에게 편지 써주기 DAY 7 서점에 방문해 좋아하는 책 사기 DAY 8 음악 들으며 산책하기 DAY 9 나를 행복하게 하는 5가지 써보기 DAY 10 혼자 사치스러운 점심 먹기 DAY 11 모든 휴대폰 알림 꺼두기 DAY 12 자기 전 30분 스트레칭하기 DAY 13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바디 용품 사기 DAY 14 8시간 푹 자기 DAY 15 가까운 산에 등산 가기 DAY 16 5분간 명상 도전하기 DAY 17 스스로의 장점 10가지 써보기 DAY 18 오랫동안 연락 못한 친구에게 전화하기 DAY 19 생각만 해왔던 취미 도전하기 DAY 20 입고 싶었지만 도전 못 했던 옷 사 입기 DAY 21 호캉스 가기 ▶ DAY 22 - 30분 요가 혹은 댄스 ▶ DAY 23 옆의 친구나 가족 꼭 안아주기 ▶ DAY 24 평소 가던 길이 아닌, 경치 좋은 길로 돌아가보기 ▶ DAY 25 거울 보면서 내 예쁜 점 5가지 찾기 챌린지 주제에서부터 다 무의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것마저 붙들지 않으면 더 무기력해질 것 같아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걸 찾아봅니다. - 요가에는 관심이 없고 춤을 출만한 기분도 아니에요. 한 번쯤 해볼까 하는 마음도 딱히 생기지 않았어요. 치료를 위해 늘 하는 간단한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대신했어요. 그저 건강이나 치료 때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가장 꾸준히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 친구도 가족도 옆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가족은, 놓고 싶지만 놓을 수도 없는 가족은 최근에 더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어요. 사람 가족은요. 지금 제 삶에 가족이라고 생각되는 건 10년 내외로 함께한 고양이들뿐이라, 늘 안아주고 있지만 조금 더 애정을 담아,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오래도록 안아주었어요. - 경치 때문은 아니었지만 병원에 다녀오며 평소와 다른 길로 걸어왔어요. 그늘진 곳에 늦게 핀 벚꽃이 조금 남아 있었고, 조금 쌀쌀한 저녁 공기가 좋았어요. 최근에 추천받은 예쁜 길이 떠올랐어요. 차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라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고 한 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거울을 보고 싶지 않아요. 저를 보는 게 싫어요. 원래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더 싫어요. 본다고 한들 내 예쁜 점 같은 건 찾을 수 없을 거라, 그냥 시도하지 않았어요. 제 모습도, 제 마음도 별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요즘이에요. ■ 오늘의 행운 20240422 ■ << 당신의 꿈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행동을 취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세요. >>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제 마음을 들어주라고. 하지만 그 말을 해줬던 사람들은 제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 봤을까요? 때로는 저도 모르지만, 알더라도 좀처럼 선택하기 어려운 제 마음들을, 누군가는 알았을까요? ■ 오늘의 행운 20240423 ■ << 오늘은 당신이 더 많은 도전을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날입니다. >> 여러 번 나온 문장이에요. 그리고 이전에도 대부분 그러했듯, 무언가에 도전할 일도 그럴 힘도 없는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말들을 반복하는 것도 지치지만, 그렇다고 떠오르는 게 없는데 무언가를 쥐어짜거나 어떤 일을 만들어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 오늘의 행운 20240424 ■ << 어려움은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기회입니다. 이기고 나아가세요. >> 저는 참 운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일 때가 많았습니다. 직장에서 특히 그래요. 그래서 그냥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 보낸 것만으로도 고생했다, 수고했다, 대단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그래도 마음이 좀 괜찮을 때는 저한테도 ‘경험’이고, ‘경력’처럼 느껴져요. 후배들한테 말해줄 무용담이 되기도 하고 술자리 안줏거리가 되기도 해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시간들을 버텨왔기에 지금도 버틸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왜 나는 이렇게 힘들어야 했을까, 아직도 힘들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다시 또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힘듦도 지난 일이 되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때도 저는 여전히... 어쩌면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이 어려움들을 다 버틸 만큼 강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렇다고 바로 무너질 만큼 약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어쩌면 이 어중간함이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걸까요. ■ 오늘의 행운 20240425 ■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와요. >> 그리고 그 깨진 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점점 더 금은 깊어질 텐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득 깨진 틈으로 무언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자라나는 뿌리에 금이 깊어져 부서지고 넝쿨로 뒤덮여 끝내는 사라지는 무엇이 될지, 그 틈에서 자라난 꽃이 되고 나무가 될지는 사실 저한테 달려 있을 거예요. 저는, 어느 쪽이 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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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당근카레
· 9일 전
위로나 공감은 아니지만, 맥락과 관계없는 칭찬이지만, 글을 되게 빠져들고 몰입하기 쉽게 잘 쓰셔요...완전 몰입해서 읽었네요.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지나쳐가는 것들을 흘려보내기 보다, 섬세히 바라보시는 분이신것 같아요. 그런 분이라면 언젠가 가야 할 곳도, 행복이라 여기는 것들도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막연한 희망을 말하는 걸 즐기지는 않지만 글을 쭉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독처럼 느껴지실까봐 조심스럽지만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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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ForN
· 9일 전
토닥토닥..🫂 음.. 최근 제가 본 우울증에 관한 영상이 떠오르는 글이네요:) 음... 어떻게 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울증은... 완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어야 더 오래 싸울 수 있대요:) 우울등도, 당뇨나 고혈압.. 통풍처럼, 한번 발병하면 낫는 데 오래걸리고...완치 되어도 자주 재발하는 것처럼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그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는 말이어요:) 몸의 고장에도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 처럼... 마음도 마찬가지라구요:)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새벽님은 정말 잘 하고 계셔요:) 토닥토닥🫂 엘베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심리적으로 많이 쪼그라들면 내가 뭘해도 미워보이고 거울을 봐도 이쁜 데 하나 없어 보일 수 있대요. 새벽님이 못나서 그런게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저런일 겪다보면 그럴 수 있대요:) 그럴땐... 억지 긍정보다도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렇구나, 그럴 수 있어. 괜찮아,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라며 스스로를 알아봐주는 걸로도 충분하대요:) 무얼 더 하려하지 말고, 무얼 거 평가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거에요:) 삶에 정답은 없다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답을 우리 모두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대요:) 그러니 이제는.. 길 잃고 헤매이는, 아픔에 몸부림치는 새벽님을.... 새벽님 스스로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손잡아주고, 이끌어주셔요:)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한 말이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오직 당근만 유효하다고 하니까요...^^ 정해지지 않는 삶이기에.. 어느길로 가든... 사막에 끝이 있는 것 처럼..., 광야를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으실 수 있는 날이 그렇게 선물처럼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