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지쳐요. 뭔가 최근 느꼈던 것들과 다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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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
하루하루 지쳐요. 뭔가 최근 느꼈던 것들과 다른 지침이에요. 예전에 이러다 아주 많이 안 좋아졌던가?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지난 며칠은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때로는 멈춰 있는 기분이었어요. 무언가를 계속 하기는 했던 것 같은데 돌아보면 뭘 했는지 모르겠고,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꼈지만 다시 떠올리기는 싫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지난 월요일에는 예약되어 있던 정신과에 가지 않았어요.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어요. 지난번 진료 때부터, 아니 사실 훨씬 더 전부터 그만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버티다가 최근 몇 번의 진료로 마음이 정해졌던 것뿐이에요. 하지만 그 말을 분명하게 하지는 못해서 자동으로 다음 예약이 잡혔던 거고, 예약 시간이 지나면 전화가 오지만 제가 그 전화를 받지 못할 거라는 것도 그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일부러 그 시간에 예전 직장 동료였던 지인을 만났습니다. 6시 5분 예약이었는데, 저녁을 먹는 동안 9분, 18분에 전화가 한 번씩 왔어요. 일부러 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엎어놓았는데 스마트워치에 뜨는 수신 전화를 상대방이 보며 왜 전화를 안 받냐고 물었어요. 병원 이름을 풀네임으로 저장해놓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며, 안 받아도 되는 전화라고 둘러댔지만 내내 대화에 집중이 되지 않고 손이 떨렸어요. 샐러드바라 중간중간 지인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눈물이 나려 했어요. 뭘 먹었는지 기억도 없이 체해서 집에 와서는 내내 누워 있었습니다. 병원에는 ‘이제 그만 오겠다.’고 분명하게 통보하지 못했을 뿐, 그런 기색은 내내 보였기 때문에... ‘결국 안 오는구나. 그럴 줄 알았다.’ 생각하고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무책임하다, 저러니 나아지지 않는 거다’ 생각해도 좋으니 그냥 그렇게 잊어줬으면 좋겠어요. 당일 이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아, 이제 끝났나 보다 생각합니다. 문득 예전에 상담을 앞두고 불안이 심해져 시간을 지키지 못했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8회기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상담에 대한 불안으로 시작해서 그냥 모든 걸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그때는 잠시 입원을 했었어요. 이후에 상담사님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도망이었고 저는 지금도 도망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라도 버티고 있다.”는 마음이 다시 “이렇게까지 버텨야 하나.”로 돌아가는 건 금방인 것 같습니다. 답답했어요. 어렵게 털어놓은 마음은 상처와 후회로 돌아왔어요. 역시 뭔가 잘못하고 있구나 하는 게, 이제 불안보다는 확신에 가까워졌어요.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마음들의 끝은, 언제나 같았어요. 얼마나 울어야 눈물이 더 나지 않을까요. 몸이 아픈 건 결국 익숙해졌는데, 이런 마음들은 언제쯤 익숙해질까요.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편안해지겠지 하는 기대는 사실 없습니다. 가끔 좀 괜찮은 순간에는 희망적이었다가, 대부분의 순간 지쳐버려 다시 회의적으로 돼요. 그저 너무 가라앉지만 말자, 너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만은 피하자 생각하며, 지치고 우울하고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그래도 괜찮았던 일, 감사했던 순간, 따뜻한 말들로 끌어올려 보려 노력해요. 그렇게 플러스마이너스의 결과가 0이라고 해도, 그 0으로 유지만이라도 해보자 생각해요. 할 수 있었으면 해요. ■ 30일 챌린지 : 나를 사랑하기 ■ DAY 1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자기 DAY 2 내 방 깨끗이 청소하기 DAY 3 나에게 꽃 선물하기 DAY 4 하루 동안 SNS 들어가지 않기 DAY 5 샤워하면서 노래 부르기 DAY 6 10살의 나에게 편지 써주기 DAY 7 서점에 방문해 좋아하는 책 사기 DAY 8 음악 들으며 산책하기 DAY 9 나를 행복하게 하는 5가지 써보기 DAY 10 혼자 사치스러운 점심 먹기 DAY 11 모든 휴대폰 알림 꺼두기 DAY 12 자기 전 30분 스트레칭하기 DAY 13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바디 용품 사기 ▶ DAY 14 8시간 푹 자기 ▶ DAY 15 가까운 산에 등산 가기 ▶ DAY 16 5분간 명상 도전하기 ▶ DAY 17 스스로의 장점 10가지 써보기 ▶ DAY 18 오랫동안 연락 못한 친구에게 전화하기 사실은 몇 번이나 ‘이런 게 의미가 있어?’, ‘지금 내가 이럴 힘이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힘들어서, 오늘은 하기 싫어서 하나씩 미루면 그냥 그대로 끝이 날 것 같았어요. 이런 것마저 하지 않으면 제 하루는 흐르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처음 했던 다짐을 기억해요. ‘무리하지 말고, 되는 만큼만, 할 수 있는 만큼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두기.’ 그 마음으로, 지난 나흘의 챌린지는 대부분 흘려보냈습니다. - 8시간 푹 자는 건 가볍게 도전하는 하루 챌린지가 아니라 어쩌면 평생의 과제일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원래 많이 자는 편이 아니라 그래도 어찌어찌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은 직장에서도 못 버틸 정도로 피곤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이 정도면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자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건 또 되지 않았어요. 약을 임의로 줄이고 있어서일까 생각도 들고, 잠시 잠드는 것도 불안할 만큼 생각이 너무 많아서일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필 가장 잠들지 못하는 일요일에 마주한 챌린지라 더더욱 불가능했어요. - 비가 오기도 했고, 매일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뭔가 ‘오르는’ 행위는 더 하고 싶지 않아 등산도 자연스럽게 패스했어요. 그런 구구절절한 핑계들이 아니더라도 아마 그럴 기력이 없다고 느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어차피 가까운 산이 없기도 하고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기운이 나면 수목원이나 휴양림 정도는 한번 가고 싶기도 해요. - 명상은 작년에도 올해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예전에 다른 앱에서 그래도 자주 시도했던 명상 음악/영상을 녹화해 둔 파일이 있는데 그때보다도 집중이 되지 않아요. 그래도 5분 조금 넘는 그 영상을 틀어놓고, 최대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배경 예쁘다, 음악 좋다 그런 생각만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노력은 했습니다. - 장점 하나도 떠올리기 힘든데, 10가지를? 질리는 기분이 먼저 들었습니다. 쥐어짜면 나올까요? 억지로 지어내면 만들어질까요? 제 스스로 돌아보면 떠오르는 건 도저히 없고, ‘혹시 이게 장점이 될까?’ 생각했던 것도 곱씹어 보니 결국 저를 힘들게 만든 점들인 것 같았어요. 잘하는 것? 자랑스러운 것? 내세울 만한 것?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말들이 떠오르지만, 적기에는 자신이 없어요. 이건 언젠가의 숙제로 남겨두려고 해요. 다시 비슷한 챌린지가 나오거나, 이런 생각을 할 만한 무언가에 닿게 되는 어느 날로 미루려고 해요. -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에도 떠올랐던, 한번은 다시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연락하지 못하는 채로, 그런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가서 마음의 짐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중 한 명에게 어제 카톡이 왔는데 열어보질 못했어요. 그러다 오늘 챌린지를 보며, 이 핑계로라도 답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마음의 짐이 되어 하루 종일 답답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망설임을 누구도 이해 못 하겠지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 끝까지 이 불안을 안고 있고 싶지 않아 그냥 포기했어요. 적어도 어제 연락해 온 친구에게는 며칠 안에 답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힘들 것 같아요. 결국 이렇게 제대로 한 것 없이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실망스럽거나 후회스럽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안 되는 건 그냥 넘기기로 했었고, 그런 날이 며칠 내내 이렇게 이어진 적은 없었지만 그냥 그만큼 지금은 힘든 거라고 합리화를 해요. 그리고, 합리화가 아니라고 말해줄 것만 같은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해요. 나를 이해하고 살펴준 거라고 말해줄지도 모를 누군가가 떠올라서 결국 다시 눈물로 이어져요. 언제쯤. 언제쯤 나아질까요. ■ 오늘의 행운 20240414 ■ << 오늘은 당신이 더 많은 도전을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날입니다. >> 지치고 불안한 일요일이었습니다. 최근 조금 달라졌던 일요일에 익숙해졌다고 믿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걸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어요. 저는 어디쯤 서 있는 걸까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요? ■ 오늘의 행운 20240415 ■ << 당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오늘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 어쩌면 점점 더 힘들다고만 느껴지는 정신과에 스스로 가지 않은 게, 당장은 저를 위한 행동이었을까요? 대책도 없이 그렇게 결정했지만, 그 결정을 하지 못해 병원에 갔더라면 저는 또 힘들었고, 후회했고, 울며 돌아왔을 것 같아요. 더 버티기 힘들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몇 달 동안 고민하던 것을 실행하기까지는 쉽지 않았어요.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게 저를 위한 작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 오늘의 행운 20240416 ■ << ...... >> 이날은 오늘의 행운을 열어보지 못했어요. 그냥 뭐 하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갔어요. ■ 오늘의 행운 20240417 ■ << ...... >> 무슨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앱을 여러 번 켜면서도 ‘지금은’ 오늘의 행운을 열어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따가, 조금 이따가, 퇴근하고, 뭐 좀 하고, 12시 되기 전에만, 그렇게 생각하며 미루다 그냥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 오늘의 행운 20240418 ■ <<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해 행동할 용기와 결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감을 잃지 마세요. >> 무언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라요. 돌아보면 어떤 건 후회스럽고, 어떤 건 다행스럽습니다. 어쩌면 그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조차 그 순간의 제 결정이었을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어찌 됐든 수많은 결정이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른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에 후회가 남습니다. 앞으로도 후회할 것 같고, 앞으로도 제 행동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것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제가 덜 힘든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기를, 좀 더 제게 나은 생각과 감정을 선택할 수 있기를,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저를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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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ForN
· 13일 전
토닥토닥🫂 잘 하셨어요. 마음 잘 추스리시고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가까운 시일 내에 꼭 다시 다른 병원을 가보시길 바라요. 이번엔 라포 형성이 잘 되고.. 조금 더 세심하게 새벽님을 배려해주는 곳으로요:) 정신과는 특히 사바사사 심해서 나랑 잘 맞는 약, 나랑 잘 맞는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 꼭, 이대로 중단하지 마시구 다른곳에서 치료를 이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음... 사담이지만... MRI 검사를 받으면 핸드폰도 안 되는 곳에서 멀뚱히 누워서 눈동자도 못 굴리고 한시간 가까이 자세를 고정하고 있으면 고문이 따로 없더라구요. 마치 어릴 적 지각하고 팔을 드는 체벌을 받으면 10분이 한시간처럼 느껴지듯이, 검사끝났습니다, 라는 말이 나올 들릴때까지 생각보다 제법 체념의 과정을 겪어야 하더라구요... :) 헤헤. 반면 좋은 친구나 취미활동이나 일에 몰두하다 정신차려보면 나도 모르게 두세시간씩 시간이 지나가있기도 하구요...^^ 음... 엄청 더디고, 나아지는지고 모르겠고, 괜찮아지는지 더 나빠지는지 모르겠는 시간들이... 꼭 그렇더라구요. 체벌받는 시간 같더라구요...:) 시간은 늘 똑같이 흐르는데도요...^^ 검사에도 종료가 있고, 만남에 이별이 있듯 세상에 영원한 건 없더라구요..:) 아무리 행복해도 끝이 있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끝이 있죠. 그리고 끝은 멈춤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 짝을 지어서 오지요:) 새벽님이 눈치채지 못하셨을 뿐 보이지않는 무수한 단계들을 밟고 여기까지 와주신거에요. 매번하는 말이지만^^ 충분히 대단하구, 충분히 잘 하고 계셔요. 버틴다는 말은 싫지만..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살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꾸준히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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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13일 전
새벽님의 장점. 1. 상냥하시다. 똑같이 마음이 아프실텐데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셨다. 2. 생각이 깊으시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도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신다. 3. 친절하시다. 읽는 사람을 생각해주시며 글을 써주시는 것 같다. 4. 배려심이 깊으시다. 그래서 해주신 말씀에 상처가 될만한 부분이 없었다. 5. 글을 잘 쓰신다. 가끔 속으로 감탄을 하기도 했다. 6. 재밌으시다. 종종 엉뚱하신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예전에 지으신 닉네임 부분에서 특히 그랬던 기억이 있다. 7. 포기하지 않으신다. 힘들 때에도 삶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노력하신다. 예전에 구두 신다 발이 부었는데도 맨발로 슬리퍼를 사러 갔다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8. 꼼꼼하시다. 글과 댓글로만 접한 새벽님이지만 정말 자주 느꼈다. 자세하게 느꼈던 점을 적어주시고, 오타나 맞춤법도 신경쓰시는 것 같다. 9. 발전적이시다. 챌린지를 한다는 자체도 그렇고, 더 나은 내일과 그를 살아갈 새벽님 자신을 바라보시려고 하신다. 10. 감사함을 아신다. 글에 때때로 감사했던 분들이 나오시는데,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계시는 것 같으셨다. 전에 달았던 댓글도 기억해주시고 글에 써주셨던 부분도 내심 감동이었다. 이번 댓글도 읽으시고 감사해주시는 그 마음을 이미 알 것만 같다. 11. 선한 영향력을 베푸신다. 사실 새벽님의 글을 쭉 살펴본 적이 있는데, 보다보니 한참 예전에 쓰셨던 글에도 과거에 공감을 눌렀던 것을 발견하였다. 지금처럼 서로 응원하기 이전에도 이미 내게 도움을 주셨다고 생각하니 감사했다. 10개로 끝내면 제가 일부러 개수 맞춰서 채우는 느낌이 들진 않을까 싶어 11개를 써보았어요. 쓰다보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길어졌는데, 그렇게 되는 것도 새벽님의 장점은 아닐까 싶네요. 새벽님의 장점은 정말 많이 있을 거예요. 그로 인해 힘들더라도 장점은 장점이지요. 다만, 억지로 하실 필요는 없지요. 오늘은 제가 대신 써드렸으니, 다음에 비슷한 챌린지 부분이 나오면 그때 다시 해보아요. ㅎㅅㅎ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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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글쓴이)
· 10일 전
@LoveForN 따뜻한 글 너무 감사드려요. 마음이 지쳤는지 평소 가장 의지하던 것조차도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중이었는데, 정말 많이 힘이 됐어요. 결국 힘들다는 이야기만 털어놓은 글이 조금 후회되기도 하다가 두 분의 댓글이 너무 감사해서 매일 몇 번씩 읽고 또 읽었습니다. 글로만 간간이 뵙지만 요즘 많이 힘드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서, 이런 우울한 글에 마음을 내어 주신 게 더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가장 힘든 이유가 직장인 것 같은데 한없이 가라앉아 있다가도 출근 시간이 되면 꾸역꾸역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또 사는 게- 어쩌면 제가 지금 버티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버틴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저도 여러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예전에 처음으로 상담에 의지하게 되었을 때, 버텨줘서 고맙고 살아 버티기만 해도 괜찮다는 상담사님 말에 힘겹게 쌓아둔 둑이 무너진 듯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 다른 상담사님께 그저 버티는 건 삶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왠지 모르게 반감 같은 것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모든 말이 이해가 돼요.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각각의 순간에 제게 필요한 말들이 달랐던 것 같아요. 지금은 돌고 돌아, 그저 버티는 것이 최선인 하루를 다시 보내고 있어요. ‘이러다 또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도 지금은 잘 들지 않아요. 이 시간을 끝낼 수 없다면 차라리 나를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 종종 해요. 다른 때보다 생각이나 글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댓글을 몇 번 쓰다 지우다 했는데, 그래도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나아지긴 할지, 이대로 가라앉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버텨왔고 지금도 버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 그 위태로운 버팀에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어쩌면 지금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이나마 빠져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주의를 돌릴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직도 어떻게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지만 병원도 다시 잘 다닐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못 버티겠다, 그만두고 싶다 수없이 말하지만 그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하루씩 하루씩 오늘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잔잔하게 우울한 날들도 그냥 그런대로 흘러갔던 것 같아요. 어느 쪽이든 복잡한 마음 정리되고 다시 그런 잔잔한 날들이 돌아왔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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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글쓴이)
· 10일 전
@naphone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던 장점 비슷한 것들을 다 떠올려봐도 몇 가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댓글을 가득 써주셔서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그저 듣기 좋은 단어들을 나열해 주신 게 아니라 제가 한참 전에 썼던 글의 사소한 내용까지 기억해 주시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셔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써주신 많은 내용들에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착하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전혀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어요. 저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마치 ‘그러니까 당하고 사는 거다.’라는 비난처럼 들렸어요. 많이 의지하고 동경하는 분의 말씀이었는데도요. 절대 제게 나쁜 의도로 말씀하실 분이 아닌데 스스로 답답하고 불안하니까 그 짧은 말에 담긴 의도를 저 혼자 멋대로 상상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가만히 두어도 자꾸만 부정적으로 기울어지는 저인데도, 하나하나 예를 들어주신 덕분인지 써주신 것들이 자신은 없을지언정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어쩌면 네폰님께서 제 마음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씀해 주신 거구나 생각이 들어요. 다시 생각해도 저는 저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이만큼이나 정성껏 장점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댓글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고, 두고두고 읽어보며 힘들어질 때마다 꺼내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는 이런 모습이 아니지만, 언젠가 비슷하게라도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지우신 건지 수정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많이 힘드시구나 느껴지는 짧은 글을 봤었어요. 병원 기록을 포함해서, 네폰님의 글에서 많은 걸 배우고 또 위로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힘듦을 안고 있구나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더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줄의 글 너머에서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힘든 시간 지나가길 바란다고, 편안해지셨으면 좋겠다고- 저 자신에게도 어려운 말이지만 진심을 담아 전해봐요. 언젠가 시간이 흘러, 그땐 참 많이 힘들었고 이런 글도 주고받았지, 추억이다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