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으로 도착한 식료품을 가지러 나가야 하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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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나의새벽
·한 달 전
새벽 배송으로 도착한 식료품을 가지러 나가야 하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있는 주말 아침이에요. 엘리베이터가 멈춘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적응이 되는가 싶다가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너무 힘들고, 처음엔 새벽 2시든 4시든 새벽 배송 물품이 도착하면 바로 가지러 내려갔었는데 이제 그것도 너무 귀찮아요. 언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정이라, 비축해 둔 생수와 고양이 모래가 떨어져 가는 걸 보고 있으니 막막하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적응’이란 표현을 많이 쓰게 돼요. “이제 적응해서 괜찮아요.” “적응한 줄 알았는데 사실 너무 힘들어요.” 그게 삶의 다른 부분과 닮아 있다고 생각될 때도 많아요. 재활센터에서는 통증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요즘 통증 정도는 어떤지 걱정하며 물어주시는 말에, 어디가 어떻게 아프지만 적응해서 괜찮다고 대답하곤 해요. 그게 적응이 되면 안 되는 거라고 늘 말씀해 주시지만, 잘 모르겠어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없는 일에는 그냥 적응을 하는 게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아파서 간 곳이니까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말을 할 뿐이고, 그게 정말로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할 뿐인데 뒤의 말은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말로 괜찮은데. 직장생활도, 직장을 벗어난 하루하루도 많이 힘들어요. 그런데 그 힘든 것들이 전혀 새로운 건 아니라서, 나아질 수 있다면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니면 아닌 대로 살아지겠지 생각하는 순간들도 생겼어요. 상황에 순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체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없이 힘들다가 한 번씩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나아질 거란 기대가 생길 때가 아니라 그냥 이대로 괜찮은 것 같다고 받아들이는 때였어요. 그렇게 괜찮은 순간이 길지 못한 건 그게 희망이 아니라 체념이었기 때문일까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11층에서의 삶은 힘들지만, 계속 이대로여도 그냥 살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거운 짐을 올려야 한다든지, 몸이 너무 안 좋은 날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엘리베이터 사태가 장기화되며 이사도 고려하셨다고 하는데, 이런 아파트에 새로 들어올 사람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이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그냥 다 포기했다는 것 같아요. 저도 이사오던 날에야 알았지만 저희 동은 사다리차를 이용한 이사가 어려워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한쪽은 화단이고 반대쪽은 지하 주차장 내려가는 길이라 사다리차를 댈 곳이 없습니다. 이사를 나갈 수도, 편하게 외출을 할 수도 없는 아파트에 갇혔다고 표현하는 주민들도 있어요. 저는, 괜찮아요. 요즘은 집순이로 살고 있어서 외출은 줄이면 그만이고, 배달 음식 덜 먹고 계단 많이 타면 건강에도 좋겠거니 생각해요. 택배 받기가 힘들어지니 확실히 소비도 줄기는 했어요. 다행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원래 재활센터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계단으로 인해 몸에 무리가 되는 부분도 그때그때 케어를 받아서 생각보다는 괜찮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없는 생활도, 하루하루 버티는 날들도,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 30일 챌린지 : 나를 사랑하기 ■ DAY 1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자기 DAY 2 내 방 깨끗이 청소하기 DAY 3 나에게 꽃 선물하기 DAY 4 하루 동안 SNS 들어가지 않기 ▶ DAY 5 샤워하면서 노래 부르기 이건 좀. 아파트인데. 화장실은 소리 울릴 텐데. 이거 층간소음인데. 괜히 그런 핑계들을 떠올리며 시작부터 회피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샤워를 하다 보니 생각은 났어요. 물소리에 묻혀 들릴 듯 말 듯하게, 부르는 건지 흥얼거리는 건지도 구분되지 않게, 그냥 떠오르는 노래 몇 개를 조금씩 불러보았습니다.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승환의 <당부>, 마골피의 <비행소녀> 같은 노래들을 불렀어요. 퇴근하고 재활센터 가기 전에 급하게 씻는 거라 시간이 길진 않았어요. 어색했고, 어쩌면 숙제처럼 해서 그런지 기분이 달라진다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집안일 하며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곤 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평소에 안 하던 일, 결론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는 시도를 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 오늘의 행운 20240405 ■ << 잊지 마세요. 당신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 요즘은 좀 힘이 들어서, 그 ‘가능성’이라는 것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언가 나아지거나 이루는 것보다는, 그냥 제게 일어날 수 있는 것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 다양한 방향으로의 가능성들이 떠올라요. 지금은 별로 그런 생각들을- 피하고 싶은 건지, 에너지가 부족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몸도 마음도 좀 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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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에도따뜻한봄날이
· 한 달 전
엘레베이터가 2달이나 멈춰있다니, 엄청 불편하실 것 같아요. 택배주문도 많은데 아파트 관리자는 뭐하시나요??ㅜㅜ 엘레베이터 문제가 빨리 해결되면 좋겠어요ㅜ 마카님은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 같아요. 마카님이 쓰신 글을 보니,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시군요!저도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ㅜ 저도 힘들면서도, 저에게 자괴감이 들 때 조차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였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했어요. 지금 처해있는 상황은 벗어날 수 없고,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만 집중하면서 살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모든 걸 받아들이면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니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구요. 예전에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군대가면 안되는게 없다. 주어진 상황에 무엇이든 생각해내 주어진 도구를 이용해서 생활하고 이겨내게 되어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서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면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마카님의 긍정적인 생각들도 멋있어요. 계단이 없다고 불평, 불만을 가질수도 있는데 그런 면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다니, 정말 저가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엘레베이터가 고장나서 못 쓰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마카님 정말 잘 해내시고 계세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끔 쉬어가야할 때가 있어요. 저는 까먹게 될까봐 생각하지 않고 싶어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폰이나 종이에 메모해두면 맘 편히 잊고 쉴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카님의 긴 글을 보고 많은걸 느끼고 배워 가요. 마카님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가봅니다.^^마카님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사람이고, 이번주도 고생많았어요. 이제 꽃들이 여기저기 피고 있더라구요.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즐겨보겠어요. 체력이 되신다면 모든걸 잊고 꽃사진을 찍으며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푹 쉬시고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래요!! 엘레베이터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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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글쓴이)
· 한 달 전
@내마음에도따뜻한봄날이 남겨주신 따뜻한 댓글이 너무 소중해서 몇 번이나 아껴 읽었어요 :D 사실 좀 힘든 주말을 보내느라 답글을 쓰다 말기도 했었는데, 그 시간 지나 보내고 다시 하나하나 읽다 보니 더욱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사실 자신이 없는 것들,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힘든 것들을 한 번 더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괜찮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정말로 괜찮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도 생각했어요.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편안하게는 아니었지만 주말 동안 꽃을 보러 다녀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노력에 긍정적인 힘을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히 하며 편안한 날들을 향해 가야겠어요. 마카님의 하루도 늘 편안하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