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해소되지 않는 많은 짐들을 안고 주말을 맞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커피콩_레벨_아이콘나의새벽
·한 달 전
뭔가 해소되지 않는 많은 짐들을 안고 주말을 맞이했어요.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여유는 분명히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리고, 아파트 문제로 엘리베이터 이용을 두 달째 못하고 있는데 그동안 부디 생기지 않길 바랐던 – 고양이가 병원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밤새 고양이를 돌보며 병원을 고민하다가, 결국 오늘 오후로 진료 예약을 해두고 펫택시를 예약했어요. 진료를 볼 때 상황을 잘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의 경과와 다른 병원에서 처치 받았던 내용, 먹는 약, 사진 등을 정리합니다. 생각보다 택시가 빨리 예약 확정되어 다행스러운데, 고양이 + 캐리어 도합 13kg을 지고 계단을 내려갈 일이 걱정이에요. 올라오는 게 더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입원까지 가지 않고 일찍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변 문제가 있어 어제오늘 집안 냄새가 심해진 터라 공기청정기를 돌리다가, 최근 필터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아 필터를 꺼내 먼지를 털었습니다. 저는 아끼는 가전제품에 종종 애칭을 붙이곤 해요. 애칭이라기에는 제품명에서 한두 글자를 빼는 수준이지만요. 나름 열심히 돈을 모아 샀던 공기청정기의 이름은 ‘청이’, 비슷한 시기에 고민하다 샀던 광파오븐은 ‘분이’ 같은 식이에요. 요리도 못 한다면서 식재료를 사는 제게 사람들이 의문을 품으면 ‘요리는 우리 분이가 하지.’ 대답하거나, ‘오늘 청이 열일해야겠다.’ 이야기하기도 해요. 처음 그렇게 무언가에 이름을 붙였던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 써 본 컴퓨터였습니다. 아빠가 다니던 회사에서 새 제품으로 교체를 하며 이전에 쓰던 컴퓨터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지금 보면 저게 뭐 하는 물건일까 싶은 흑백화면의 286 컴퓨터였지만, 거기에 ‘이월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열심히 배웠던 걸로 기억해요. 286이었고, 2월에 가져와서 ‘이월이’ 였어요. 같은 원리로 그다음 사용했던 컴퓨터는 ‘삼월이’였습니다. 30년도 더 된 일인데 ‘이월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떠오르는 걸 보면 그게 참 인상적인 기억이긴 했나 봐요. 어쩌면 지금도 제가 아끼는(혹은 비싼) 가전에 이름을 붙이는 게 그때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릴 때의 기억은 참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요즘은 그런 기억들 중에 부정적인 것이 좀 더 많이 떠오르는 게 참 아쉽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했더라면 ~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미 지난 일, 의미 없는 것 같지만요. 아니 어쩌면 의미가 있을까요? ■ 30일 챌린지 : 글쓰기 ■ DAY 1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어? DAY 2 최근에 산 것 세 가지는? DAY 3 학창시절 장래희망은? DAY 4 평생 단 하나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면? DAY 5 기억에 남은 가장 오래된 영화는? DAY 6 살면서 잘한일 하나는? DAY 7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DAY 8 좋아하는 노래 가사는? DAY 9 해본적 없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DAY 10 좋아하는 계절은? DAY 11 10년 뒤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은? DAY 12 내 인생의 황금기는? DAY 13 나에게 부모님이란? DAY 14 학창시절 내 별명은? DAY 15 지금 내가 그만해야 하는 것은? DAY 16 지금의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나? DAY 17 나는 어떤 동물과 닮았을까? DAY 18 최근 무언가 망설였던 일은? DAY 19 나의 첫사랑은? DAY 20 평소 즐겨입는 옷은? ▶ DAY 21 지금 눈에 들어오는 책 제목은? 우선 저는, 독서를 전혀 하지 않아요. 그게 뭐 자랑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사실인걸요. 자발적 독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억지로 간 독서토론 때문에 할 수 없이 숙제처럼 읽었던 적이 있고, 독서 시간이 정해진 곳에서 잠시 생활하느라 책을 펼쳐놓고 딴생각에 빠져 1분마다 페이지만 넘겼던 적도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편이라고는 해도 저만큼 안 읽는 사람은 없는지, 스무 살 이후로 책 읽어본 적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우습게도, 취미는 책 구입입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들면 사서 책꽂이를 ‘장식’해 두곤 해요. TV도 없는 거실의 한쪽 벽은 전체가 책꽂이이고,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으면 가로로도 책을 꽉꽉 채워 넣었을 만큼 저는 책이 많아요. 그걸 본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 제 말을 믿지 않거나, ‘겸손’이라고 오해하기도 해요. 그렇게 모아둔 책은 한 번씩 대청소 바람이 불었을 때 주변에 나눔하기도 하고, 오래되었다 싶으면 버리기도 해요. 그리고 그 빈자리에 또 새로운 책들을 사서 꽂아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제게는, 정말 많이 힘들었던 순간에 만나 지금까지 많은 힘이 되어주시고 있는 분이 계세요. 그분과의 대화나 시간이 너무 좋았고, 저는 그 앞에서 늘 괜찮아 보이고 싶었어요. 온 힘을 다해 웃었고, 나름 밝은 이야기만 골라서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게 다 헛수고였구나 느끼는 때가 왔어요. 처음부터 제 어두운 속은 다 들여다보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가 정말 많이 힘들었고, 다행스럽게도 그 ‘고비’를 잘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로는 이전에 하지 못하던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었고, 저를 덜 숨기게 되었고, 그 관계를 덜 불안하게 여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많은 걸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게 있었던 일은 아시지만 그로 인해 제가 어디까지 떨어졌었는지는 모르실 거라고, 그분과 만나는 시간을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도,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그리고 제가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다 모르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무렵 그분께 정신건강과 관련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을 잘 안 읽는다고만 했었는데, 그래도 하나쯤은 읽을 거라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후에 책 읽어봤냐고 물으시는 말씀에, 읽고 있다고 예의상 대답을 했고 또 얼마 후에 다른 책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역시 비슷한 내용의 책이었어요. ‘표지가 예뻐서’, ‘그냥 신간이어서’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다음에 또 비슷한 책을 주셨기 때문에 의도가 있으시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로 올해 초까지 한 달에 한두 권을 늘 사주셨습니다. 사실 안 읽는다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계속 받았어요. 그리고 그게 죄송해서 가끔은 두세 장씩 읽기도 했어요. 지금은 다시 읽지 않아요. 하지만 그 책들의 제목 하나하나는 마치 그분이 제게 해주려던 말인 것처럼 느껴져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다 고개만 들면 바로 보이는 눈높이에 모두 꽂아두고, 힘든 순간마다 제목을 한 번씩 읽어 봅니다. - 나를 지켜내는 연습 - 불안에 대처하는 법 -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 -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 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지쳤다는 건 노력했다는 증거 -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나는 너의 불안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 그냥 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 한 번뿐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잘 살고 있어요, 농담이에요. - 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 그 책들의 제목이에요. 저도 읽어보지 않아서 어떤 책인지, 추천할 만한 책인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다만 제게는 누가 저를 신경 써 주었다는 증거 같은 것들이고, 제목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날이 있기에 소중해요. ‘책’이라기보다는 눈앞에 붙여놓은 문장들 같은 느낌이지만, 어쨌든 챌린지의 질문 그대로 지금 눈에 들어오는 책의 제목들이었습니다. 읽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냥 한 번 펼쳤는데 마음에 깊게 들어오는 내용들이 있기도 해서, 이러한 주제의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검색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오늘의 행운 20240322 ■ <<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할 수 있는 일만 해도 돼요. 노력해온 당신을 스스로 위로해주세요.>> 상담에서도,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자주 들었던 말이에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 잘한 것만 세기. 무리하지 않기. 아직 다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런 말들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있어요. 여전히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그럴 때 한 번씩 멈춰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그런 초조함과 불안함의 시작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씩, 편안해졌으면 해요.
30일챌린지오늘의행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따옴표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