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계 수면의 날이었다고 합니다. 정해진 날짜가 있는 건 아니고, 찾아보니 매년 3월 셋째 주 금요일인가 봐요. 1년을 구석구석 뒤져보면 비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혹은 우리나라에서 정한 많은 날들이 있어요. 수면의 날이라는 건 처음 들었지만 사실 하나쯤 있을 법한 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월 3일 삼겹살 데이니까 오늘 저녁에는 삼겹살 먹을까 생각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수면의 날에는 그래도 좀 더 잠들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술을 좀 마셨어요. 술이 숙면에 방해되는 건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냉장고에 아껴둔 편의점 신상 우동과 남자친구가 포장해 온 치킨을 놓고 술을 좀 많이 마셨어요. 남자친구와는 요즘 별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그래서 얼굴도 안 보면 정말 회복이 안 될까 봐 저녁은 되도록 같이 먹고 있습니다. 서로 말은 없어요. 그저 같이 앉아 같은 음식을 먹으며, 남자친구는 게임을 했고 저는 EBS 건강 다큐를 틀어놓고 보았습니다.
어제 재활센터 치료사님이 제가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밤 10시쯤 하는 다큐를 추천해 주셨어요. 저는 손을 많이 쓰는 편인데 작년 중반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한동안 생활도 어려웠어요. 치료를 받으며 호전은 되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뚜껑 하나 혼자서 열지 못하는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살다 보니 뚜껑 열 일이 너무 많아 정말 불편하지만 나름 요령을 익히고 도구를 써가며 어찌어찌 적응했어요. 그래도 안 되는 건 있어서 어제는 직장 동료에게 꽉 닫힌 치약 뚜껑을 열어달라고 해야 했고, 지난주에는 치료사님께 소화제 병뚜껑을 따달라고 들고 나갔고, 또 몇 달 전에는 반쯤 충동적으로 귤과 빵과 병커피를 싸 들고 바다를 보러 갔는데 비바람이 치던 날이라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바다 전세냈다는 나름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시락(?)을 펼쳤지만 결국 커피 뚜껑을 열지 못해 서럽게 일어섰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다 알고 계신 치료사님이 보라고 하신 방송 제목은 ‘혹시 물병도 못 여나요?’였습니다. 처음엔 광고인 줄 알고 광고도 사람을 약 올리네 생각했다가, 치료사님이 보내신 메시지라는 걸 알고 왜 갑자기 뼈를 때리시는 거지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방송 예고 기사였어요. 금요일 밤은 야식과 함께 그 방송을 보며 보냈습니다. 대부분 어르신들 이야기였고 다 수술 엔딩이라 별로 공감을 하지는 못했어요. 그냥 3월 시작하며 바쁠 것 같아 꺼뒀던 파라핀 치료기의 전원을 슬그머니 다시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다 치료사님이, 방송 보고 계신데 저는 어디 어디 무엇무엇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기억하지 못할 만큼 처음 듣는 의학 용어들이었기 때문에, 말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는데 저는 방송 나왔던 사람 중에 누구랑 비슷하게 아프고 상황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쨌든 수술까지 가지 않게 어떻게 어떻게 관리하라고 말씀해 주셨고, 남자친구도 잠든 새벽에 방송을 다시 보면서 치료사님이 방송을 보고 말씀하신 내용이 제가 저랑 비슷하다고 느꼈던 환자의 이야기라는 걸 확인했어요. 아픈 부위와 양상도, 평소 손을 많이 쓴다는 것도, 넘어지고 나서 크게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도 다 저와 비슷했어요.
그리고 그게 새벽의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몇 시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방송을 보다 잠들었던 것 같아요. 술을 많이 먹었을 땐 그렇게 저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금방 깨어나고, 다시 잠들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간에 한두 번 2, 30분씩 잠깐 깼던 걸 제외하면 아침까지 긴 시간을 잔 것 같아요. 아마 몇 달 만인 것 같아요. 수면의 날의 기운이라도 받은 걸까요? 이렇게 평소보다 긴 시간을 잤으니 오늘은 더 잠들기 힘들 거라는 걸 알아요. 내일은 월요일을 앞두고 있으니 또 잠들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한 주로 보고 한 달로 보면 수면 총시간은 조금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로 무엇 덕분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날들이 하루씩 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30일 챌린지 : 글쓰기 ■
DAY 1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어?
DAY 2 최근에 산 것 세 가지는?
DAY 3 학창시절 장래희망은?
DAY 4 평생 단 하나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면?
DAY 5 기억에 남은 가장 오래된 영화는?
DAY 6 살면서 잘한일 하나는?
DAY 7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DAY 8 좋아하는 노래 가사는?
DAY 9 해본적 없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DAY 10 좋아하는 계절은?
DAY 11 10년 뒤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은?
DAY 12 내 인생의 황금기는?
DAY 13 나에게 부모님이란?
▶ DAY 14 학창시절 내 별명은?
별명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중 가장 오래 불렸던 건 ‘양파깡’이었습니다.
‘깡’은 제 이름과 관련이 있는 글자였고, 양파는 제가 까도 까도 신기한 사실이 자꾸 나온다던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어요. 이제 다 파악했다 싶으면 항상 새로운 면이 발견된다고, 무심코 툭 꺼내는 말들에 놀랄 때도 많다고, 양파 같다고 하다가 이름 글자와 붙여 ‘양파깡’이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무지개’ 같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다채로운 색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선을 이루는 무지개...는 그냥 대외용 멘트였고, ‘무지’ ‘개’ 같다고 해서 무지개였습니다. 나쁜 의미로의 ‘개 같다’는 아니었고, 그냥 이런저런 일들이 있고 나서 그렇게 별명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몇몇 사이트의 닉네임은 ‘무지개양파깡’이에요. 흔한 단어와 과자 이름의 조합이지만, 이렇게 합쳐놓은 건 저만의 닉네임이라 아직까지 비슷한 닉네임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
■ 오늘의 행운 20240315 ■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
이것도 올해 초 언젠가 나왔던 문장이에요.
그리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아직 이 문장의 의미를, 샘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한편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의미를 찾아내든, 저만의 의미를 찾아내든 언젠가는 이 문장이 다르게 다가올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제 삶 속의 샘은 무엇일까요?
30일챌린지오늘의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