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일지-9일차. 오늘은 처음으로 제법 울 것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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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업무 일지-9일차. 오늘은 처음으로 제법 울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그런 날이었다. 4가지 없는 여자 주임님이 굳은 표정과 말투로 날카롭게 지적을 하시더라. 정책이 바뀌어서 주차 등록 업무도 추가돼서 정신도 없다. 근데 원래 호텔에서 주차 등록을 해야 하긴 하지만 종이 주차권을 나눠드린 것이 오히려 신기한 거였다고 과장님이 그러시더라. 난 변화를 싫어해서 적응하기 힘들긴 한데 그래도 *** 버티자. 버티는 자가 곧 이기는 것이다. 서비스직의 비애랄까. 짜증나는 상황들이 하도 많다 보니 욕과 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더라. 진짜 다들 왜 이리도 웃음기 없고 지쳐있고 항상 화가 나 있는지 그 원인을 점점 알아가는 중이랄까... 하나같이 다들 4가지가 없다. 고객님들도 직원분들도 전부 다... 최악이다. 나 혼자만 밝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회사 분위기랑 다르게 내가 밝아보여서 과장님이 면접때 나를 유독 좋게 보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많이 어둡더라. 과장님은 내가 잘 웃어서 좋게 보셨다고 직접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근데 힘든 티는 절대 안 내고 있다. 눈물 꾹 참고, 실성해서 웃더라도 웃는 중이다. 잘못한 것 하나 없어도 죄송하다고 하고... 서비스직이 좀 그런가보다. 오늘 참 구렸다. 그냥도 아니고 *** 구렸다. 은근 여초 회사라서 뒷담에 질투에 소문도 심하고... 최악이긴 하다. 4가지 없는 여행사 가이드분들은 고객님도 아니고 우리와 같은 처지라서 싸워도 괜찮다는데 가이드분이 계속 전화로 성질 내시면 다음부턴 걍 싸우라고 그러시더라 직원분들이. 나도 절대 사과하지 말고 똑같이 무례하게 해야겠다. 난 내 잘못도 아닌데 계속 뭣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만 했네. 여행사 가이드분들 진짜 ***다. 갑질 *** 하고 독촉해댄다. 내가 단체 객실번호 문자 보내는 사람도 아닌데 자꾸 문자 왜 안 보내냐고 짜증을 내시더라.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그래서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했는데 또 똑같은 소리 하시길래 "아 네 알겠습니다." 이랬더니 끊더라. *** *** 없더라. 다음엔 가이드분이 또 ***하시면 맞대응해야겠다. 아무래도 손님들한테 쌓인 스트레스를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느낌이 드니까 조곤조곤 말로 ***놔야지. 말 똑바로 할 줄 아시면서 꼭 꼬아서 말씀하시는 주임님도 별로고 인수인계 제대로 못하고 일처리 못하셔서 민폐 끼치시는 대리님도 별로고 뒤에서 내 뒷담이나 까대는 직원년도 별로고 *** 걍 ***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민폐 안 끼치는 수밖에 없다. 에휴............ 그래도 오늘 힘들게 근무하고 내일, 모레 이틀 쉬어서 조금은 위로가 된다. 하다하다 휴무일에 위로를 받는다. 우리 호텔이 그나마 텃세가 없는 편이라고 과장님이 그러셨고 특히 우리 부서가 나은 거라고, 다른 부서들은 다 사이 안 좋다고도 하셨는데 여기가 이 정도면 다른 부서들은 어떨까...싶어서 좀 무섭기도 하더라. 이따위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더욱 말조심하고 있다. 말이 금방 도는 여초 회사라서 조심해야 한다. 힘든 티도 절대 안 내려고 애쓰는 중이다. 실성을 해서 웃더라도 웃는 중이다. 바보처럼. 서비스업 자체가 업종 중에서도 최고로 스트레스 받다 보니 어쩔 수가 없긴 한데 내가 선택한 일이다. 잘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꼭 버티자. 퇴근길 지하철이 우리 집 근처 역까지 도착해서 내리는데 참았던 눈물이 조금씩 차올랐고 흐르고 또 흘렀다. 일하는 내내 웃상을 유지하던 얼굴은 울상이 되어버렸다. 남들이 쳐다보든 말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눈물도 닦지 않고 계속 울었다. 소리도 없이 정말 서럽게 울었다. 그동안은 울 기운조차 없이 지쳐버려서 울지 못했던 건가 싶을 정도로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흐르고 흐르고 흘러 나의 양쪽 볼 전체가 축축하게 젖었다. 그렇게 나는 업무 시작한 지 9일만에 처음으로 울었다. 역시 신입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구나. 흘릴 수밖에 없는 건가. 내 마음에 꼭 와닿을 만큼 위로해줄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가치유라도 해줘야겠다. 조금만 더 울다가 집에 들어가야겠다. 가족한테는 내 눈물을 보이고 싶지가 않다. 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다. 우리 회사에서 괜찮다 싶은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걍 다들 최악이다. 내가 그나마 호감 있던 분도 알고보니 가식이었다는 것을 눈치챈 뒤부터 비호감으로 바뀌었다. 근데 난 가식이 꼭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타인한테 상처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보이는 가식도 분명 있잖아. 근데 그 의도가 선하지 않아보이는 가식 느낌이 들어서 비호감이었다. 하... 솔직히 한숨밖에 안 나오고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오늘 하루 참 고생 많았다는 말로 마무리 짓고 싶다. 수고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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