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 받아본 상담이 끔찍하게 힘들었고, 마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불안|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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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나의새벽
·3달 전
저는 처음 받아본 상담이 끔찍하게 힘들었고, 마지막으로 상담센터를 나오던 날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밤길을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제가 발견된 곳은 가장 의지하는 분의 직장이 올려다보이는 버스 정류장이었어요. 새벽이라 그때 그분이 거기에 있을 리도 없는데,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곳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너무나 따뜻하고 든든한 분을 다시 보고 싶어서 그 순간을 넘겼어요. 그런데 우습게도, 제가 상담을 받아보겠다고 결심한 건 애초에 그분의 영향이었어요. 그저 다 끝내고만 싶던 제가 그분으로 인해 내일을 꿈꿨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상담을 받아본 거였어요. 그리고 그 상담 때문에 죽도록 힘들었고, 그 힘든 순간을 그분 덕에 넘겼어요. 애초에 그분을 몰랐다면 상담받을 일도 없었을 텐데. 그분께는 이후로도 많이 의지했어요. 그 마음이 너무 깊어져 불안이 자라났어요. 그때쯤 비대면 상담을 처음 알게 되고 다행히 너무 좋은 분을 금방 만나 상담을 받고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무서울 만큼 의존하는 마음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상담사님은 그분과의 이별을 말씀하셨어요. 제가 결국 힘들어질 거라고, 이 마음을 표현하고 마지막 인사를 전할지, 그저 다시 만나러 가지 않는 걸로 이별을 고할지 생각해 보라고. 그 상담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정말 많이 울었고, 깊은 생각 끝에 저는 ‘이별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이후 상담 때마다 ‘이별’이라는 키워드가 떠나질 않았어요. 그리고 그 상담사님은 얼마 후 제게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을 남기며 상담을 종결하셨어요.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건 충분히 이해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떠올리면 너무나 그립고 아파요. 다시 그분께 상담을 받고 싶은 건 아닌데 무언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요. 상담이라는 게 점점 불안하고 힘들어졌어요. 그때 어떤 상담사님께서 제게는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뭔가 불편한 표현들이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말들에, 그리고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에 그분께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상담은 또 다른 의미로 너무나 힘들었고, 마지막에 제 의지로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버림받는 두려움’에 대해 알려주셨던 분이 제게 마지막에 남겨주신 건 ‘결국 버림받았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기억들을 꺼내놓을 수 있게 된 건, 아마도 조금은 괜찮아져서일 거예요. 제 탓이었든 상담사님의 사정이었든, 여러 번의 상담이 힘들게 끝났지만 저는 지금도 상담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도 많이 불안해요. 이전의 상담에서 불안하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사실 떠나지 않아요. 혹시 내가 진상 내담자는 아닐까? 문 열고 나오라고 손 내밀어주는데 내가 자꾸 그 문을 닫고 방구석에 스스로 처박히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나를 언제까지 받아주실까? 이 상담이 끝나면, ...나에게 다음이 있을까? 그래도 지금은 불안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어요. 느리게나마 달라진 부분을 떠올릴 수 있고, 좀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요. 2022년부터 여러 곳에서, 여러 상담사님과 만났어요. 이 상담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적도 사실 있지만, 대부분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저 스쳐 가고 흘러 나갔다고 생각한 좋은 말들도 사실은 제게 남아 쌓이고 쌓여 지금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의미 없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노력하고 노력해도 여전히 힘든 지금 순간도 다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싶어요. 여전히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힘을 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보는 새벽이 되어보려고 해요. 찾지 못하더라도, 그 시도가 의미 있었다고 여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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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응원할날이오길
· 3달 전
나를 어둠에서 꺼내어 줄거 같았던 상담이 마카님과 맞지않아 힘들고 아팠을거 같아요 오히려 적절한 해답보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저는 당신을 위로하고 응원할게요 그럴 수 있어요 많이 힘들었죠? 저도 이렇게 썼지만 버려지거나 버리지 않을까 두렵지만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좋을거 같아 용기내서 써봅니다 그러니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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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ForN
· 3달 전
🫂 고생많으셨어요. 토닥토닥. 많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와주셔서 고마워요🥰 새벽님은 정말 강한 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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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글쓴이)
· 3달 전
@모두를응원할날이오길 따뜻한 댓글 너무 감사드려요. 혼잣말 같은 긴 글을 지나치지 않고 응원해 주셔서요 :) 살다 보면 위로와 공감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적지 않은 상담을 받아오며 지금은 제가 그걸 구분해 낼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상담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던데 정말 그런가 봐요 :) 지금은 힘들었던 상담의 기억조차, 이후에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좋게 기억하지는 못해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아픔이었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때부터 시작된 불안들도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죠.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잘 보내 볼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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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글쓴이)
· 3달 전
@LoveForN 아니에요. 사실 이렇게 계속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제 약한 모습을 감추려는 시도일지도 모르는걸요. 그래도 돌아보면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떠오르는 긍정적인 말들이 아직은 대부분 상담에서 들었던 것들인데, 언젠가 상담사님이 자연재해만 아니라면 과실은 비바람을 맞으며 결국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고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제가 겪은 일들이 자연재해나 다름이 없다고, 저는 결국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저 듣기에만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연재해와도 같은 일을 겪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있으니 어쨌든 지나갔나 봐요. 어떻게든 그 시기를 제가 버티고 지나왔나 봐요. 어...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강할지도...?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직은 많은 부분에 자신이 없어서, 아직도 여러 사람에게 의지하며 지내요. 마치 걸음마를 다시 배우고 말을 다시 익히듯이, 의지하되 언젠가는 혼자 서기 위해 연습하고, 전에는 하지 못하던 많은 말들을 배우고 있어요. 지난 며칠은 참 힘들었는데 상담받고 나서 좀 나아지기도 했고, 그래서 이런 글도 썼던 것 같고, 오늘은 또 의지하는 분을 만나러 가요. 아직 조금 남았지만, 괜찮은, 무사한 한 주를 보낸 것 같아요 :) 마카님의 한 주도 무사하고 평온했기를 바랄게요. 오늘도 많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