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 블루 치즈를 먹었다. 하수구를 씹는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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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저녁으로 블루 치즈를 먹었다. 하수구를 씹는다면 바로 이런 맛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한 입 베어 물곤 역해서 씹지도 않고 바로 뱉어 전부 버렸을 그것들을 꾸역꾸역 씹어가며 위장에 억지로 꾸겨 넣었다.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설사를 참듯 다시 삼켰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다. 지금 내겐 먹을 것조차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먹은 이 블루 치즈 두 덩이조차 작년에 할인마트에서 호기심으로 샀던 것을 아침, 점심을 거른 후 결국 꺼내 들었다. 신년이 되었을 때 나는 올해는 나의 해가 될 거라 기대했었다. 순수한 결정 상태의 가넷을 본 적이 있는가? 가넷은 나의 탄생석인데 그 결정구조가 다른 보석들과 유달리 가히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운 24면체를 이루고 있어 줄곧 나는 24라는 숫자를 좋아했었고 올해가 그 백년에 한 번 오는 24의 해라 나에게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올해 생일은 특별했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의미로서의 특별함은 아니었다. 정확히 내 생일이 끝나는 정오가 되자마자 돌풍이 일어 이 지역 일대가 크게 정전이 되었다. 기대와 달리 나의 해는 시작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생일 바로 다음 날 밤늦게 집에 와 계단에서 넘어져 손이 베이고 엄지손톱이 깨졌다. 응급실에 간 것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일 때문에 나는 며칠이나 일을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전에 살던 집에서 빚 독촉장이 날아왔다. 이제껏 아무 얘기도 없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미 반년도 더 넘어 놓고 갑자기 내가 무슨 돈을 안 냈다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자동차 보험사에선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내게 보냈다. 처음 이 차를 살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여기서 유행하는 기아 보이즈 때문에 앞으로 내 차는 아무 보험사에도 가입할 수 없게 되었다. 여차저차 다시 출근하게 되었지만, 이번엔 응급실에서 미납비용을 내라는 고지서가 내게 도착했다. 뭐지? 나는 분명 보험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응급실에서 겨우 소독하고 반창고나 붙인 그 잠깐동안 내게 3천 달러나 청구하고 보험은 겨우 1,900달러까지 밖에 커버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래서 여기서 아프면 그냥 죽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던 것이었다. 일을 다시 나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차가 고장나버렸다. 도로에서 차가 멈추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부품을 사다가 수리했는데 하필이면 그때 엔진 내구성에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요한 부품 하나를 깨뜨리는 바람에 그것을 수리하느라 직접 수리를 하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나갔다. 그렇다고 차가 완전히 수리된 것도 아니었다. 아마 정비소 쪽에서 이 부품이 귀해 호환되지 않는 부품을 일단 끼운 것 같은데 다른 걸로 교체해 준다고 하니 일단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나를 해고했다. 내가 군대 있는 동안 허리를 다쳤다는 것을 관리자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그것을 안쓰럽게 여긴 관리자는 상부에 보고했지만, 그 보고가 올라가자마자 나는 회사로부터 마약 검사를 당해야만 했다. 그것도 미덥지 않았는지 병원에 가서 더 정밀한 마약 검사를 받아오라고까지 시켰다. 그들은 나에 대한 보고 때문이 아닌 그저 무작위로 하는 검사일 뿐이라며 둘러댔다. 당연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회사에서 나를 해고하기 위해 벼르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부서를 옮겼지만, 그 부서도 이전 부서와 일을 공유했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멀리 있는 부서로 옮겼다. 이곳의 관리자는 이 부서는 생산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품질이 최우선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회사는 나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나를 해고했다. 해고하기 전에 부족한 부분을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나도 고쳐보려고 했을 것이다. 이 부서에 온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적응할 때까지 지켜봐 줄줄 알았다. 물론 손가락을 다치고 완전히 다 낫지도 않은 채 억지로 일한 것은 사실이다. 나는 결국 일 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하루하루가 블루 치즈를 먹는 듯한 나날의 연속이다. 역하고 토할 것 같고 울렁거리지만 참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삶 말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그토록 술을 찾나 보다. 억지로 삼켜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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