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고등학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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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leo4869
·3달 전
이제 고등학교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엄마, 연년생 언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저희는 제가 10살 때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엄마가 응급실에서 일하시면서 월 200 조금 넘게 버세요. 아빠가 쓰러지시기 전에 워낙 돈을 많이 모아놓아서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언니와 저를 학원 보내 줄 형편은 안돼요. 그래도 혼자 힘으로 최선을 다해서 시험 어렵다고 소문난 중학교에서 항상 상~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어요. 그런데 방학이라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제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어요. 엄마와 언니에게 힘들다고 말해보기도 하였지만, 엄마는 자기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집에서는 쉬어야 하지 않겠냐고 거의 울다시피 말씁하시고, 언니는 자기가 이제 고2인데 집안일까지 해야겠냐며 모른 척 해요. 청소, 빨래, 설거지, 식사 준비 등 그냥 가정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저도 공부해야 하고 학원을 안 다니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뒤쳐지는데, 하루종일 집안일 하다 보면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어요. 저희가 원래 명절을 챙기지 않아서 이번 설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병원에 계신 아빠가 전이 너무 먹고 싶다며 꼬치전만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냥 무시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5년 넘게 병원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얼굴도 못 본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어제 밤 10시에 꼬치전을 만들었어요. 저는 당연히 엄마가 도와주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녁 설거지 다 끝내고 재료 준비 다 해서 엄마를 부르러 갔는데 크기는 작게 해라, 다 한 자리는 깨끗하게 치워라라고 말씀하시며 아예 저한테 다 떠넘기셨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혼자 다 만들고 부치고 있었는데 기름이 튀어서 손에 화상을 입었어요. 큰 화상은 아니었지만 종이에 베인 것처럼 너무 따갑고, 몸도 너무 힘들어서 엄마에게 뒷정리는 내일 일어나서 할 테니 이제 그만 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일을 키웠으면 끝까지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결국 설거지까지 다하고 잤네요. 새벽 3시였어요. 그런데 오늘 일어나 보니 부엌이 더려워져 있더군요. 언니한테 이게 뭐냐고 하니 자기 아침 먹은 거래요. 당근 껍질이 사방팔방 튀어있고, 프라이팬이 3개나 꺼내져 있길래 제가 왜 뒷정리 안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정리는 원래 설거지 하는 사람이 하는 거라며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따지더군요. 저도 이런 생활을 한달 넘게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점심 먹은 거 치우지도 않고 이렇게 글 쓰고 있어요. 물론 엄마 힘든 거 압니다. 39살에 남편이 쓰러져서 지금까지 저랑 언니 부족하지 않게 키워주셨어요. 언니도 고2인데 공부 때문에 많이 불안하겠죠. 엄마와 언니 원망하는 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희생하는 게 당연하지 않고, 고마운 일인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좀 둔하고 단순한 편이라서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와 대단하다, 진짜 고마워, 이런 말만 들으면 기분 좋아져서 더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런 얘기 친구들에게 해봤자 어차피 공감 못하는 다른 세상의 일이고, 자기들도 바쁜 게 있으니 잘 들으려 하지 않더라고요. 한달 동안 쌓이고 쌓여 이렇게 한번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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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눈사람030
· 3달 전
성인이라도 감당하기 힘들 일을 17살이 감당하려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ㅜㅠㅠㅜㅜ 전 19살이고 저도 17살인 동생이 있는데 애기같은 애가 그렇게 집안일을 다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아프고,, 그냥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버텨줘서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들어요.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어머님이나 언니가 좀 무책임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다들 본인 힘들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떠넘기는데, 본인도 힘든 일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집인일 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고ㅠㅠㅠ 이런 상황을 버틴다는 게 진심으로 대단한 것 같아요. 성적은 이렇게 열심히 사는 본인을 나타내는 게 아니니까 성적 안 나온다고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근데 이런 상황은 얼마든지 슬퍼하고, 남탓해도 돼요. 본인이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잖아요! 어머니나 언니를 원망한다고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에요. 충분히 탓할만 하고, 감당하기 힘든 일을 혼자서만 감당하고 있는 것도 맞아요. 그러니까 본인도 힘들면 힘들다 얘기하고,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라고 강하게 얘기하세요. 자꾸 혼자서 삭히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쌓여서 나중에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 화날 땐 화를 내는 것도 방법이에요. ㅜㅜ 본인 감정을 너무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되네요...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듣는다거나, 잠깐 산책을 한다거나, 맛있는 빵을 사먹는 등의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자주 풀어주세요! 본인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할 말은 하면서!! 그리고 다른사람이 고맙다거나 칭찬 안 해줘도 저같이 본인을 멋지고 착하고 기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본인을 많이많이 아끼고 충분히 칭찬해주세요!!! 진짜 제가 언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말뿐이라는 게 너무 미안하네요ㅜㅠ 힘든 시간이 긴만큼 나중에는 행복한 시간이 많을 거예요!! 제가 꼭 그렇게 되길 기도할게요. 본인 너무 예쁘고 기특하고 존경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