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 되니 기분이 괜히 싱숭생숭해요.
뭔가 다른 때보다 많은 노력과 시도를 했던 한 달인 것 같으면서도, 별다른 성과 없이 1년의 1/12을 보내버리는 느낌도 들어요.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는데, 저도 모르게 쫓기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마음은 먹었는데 잘되지 않는 일도, 잘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들여다보니 아닌 것 같은 일도 많았습니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잘한 것만 보면 된다.’고 상담에서 많이 들었고 그게 참 위안이 되었는데, 언제나 그 마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30일 챌린지 : SELF-CARE ■
DAY 1 – 산책 혹은 등산하기
DAY 2 – 아침에 명상하기
DAY 3 – 자기 전에 플러그 뽑기
DAY 4 – 아침에 춤추기
DAY 5 – 영양가 있는 아침식사
DAY 6 – 반신욕 하기
DAY 7 –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기
DAY 8 – 점심 먹고 산책하기
DAY 9 – 내 몸에서 맘에 드는 부분 3가지 찾기
DAY 10 – 저녁에 새로운 요리 만들기
DAY 11 – 간단한 운동하기
DAY 12 – 하루동안 먹을 때 아무것도 보지 않기
DAY 13 – 안쓰는 물건 정리하기
DAY 14 – 책 읽기
DAY 15 – 집에 꽃 사서 배치하기
DAY 16 – 요가하기
DAY 17 –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DAY 18 – 취침시간 정해서 지키기
DAY 19 – 아침에 차 마시기
DAY 20 – 친구와 놀 약속 잡기
DAY 21 – 한주동안 먹을 반찬 만들기
DAY 22 – 목표 정해서 적어두기
DAY 23 –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쓰기
DAY 24 – 때 밀기 혹은 긴 목욕
DAY 25 – 강도 높은 운동하기
▶ DAY 26 – 대청소하기
또래보다 조금 일찍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저만의 생활 공간이 생긴 게 너무 기뻤고, 어설프게 살림을 꾸려가는 것도 참 즐거웠어요. 그때는 주 6일 출근을 했었는데 토요일마다 퇴근하고 마트에 가서 일주일 먹을 음식을 사곤 했어요. 그때도 요리 같은 건 하지 못해서, 산다고 해 봐야 계란 10개, 라면 한 묶음, 식빵 한 봉지 같은 식이었고 그마저도 매주 똑같았지만 나름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일요일엔 항상 대청소를 했습니다. 작은 원룸이라 청소기 같은 건 두지 않았지만 일요일 아침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고, 광이 나도록 화장실 청소를 하곤 했어요. 당시에도 했던 표현이지만 현관이나 화장실 바닥에 떨어트린 음식을 주워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며 뿌듯해하기도 했어요.
이후로 혼자 산 기간이 길어져서인지, 저를 돌보지도 못할 만큼 지쳤던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집은 엉망이 되어 갔어요. 누군가 방문할 일이 생기면 급히 청소를 하긴 했지만 눈에 거슬리는 물건들을 창고방에 밀어 넣고, 바닥은 머리카락만 안 보일 정도로 대충 쓸고, 화장실은 얼룩이 가득한 거울과 수전만 대충 닦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방치된 집은 부끄러울 정도로 더러웠어요. 그나마 남자친구와 고양이가 있어서 최소한의 환경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누군가 본다면 발도 들이고 싶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루 만에 깨끗이 치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챌린지를 핑계로 대청소 비스름한 것을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여름옷들을 세탁기에 던져넣고, 화장실 구석구석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놓고, 눈 닿지 않는 여기저기에 몇 년은 쌓인 듯한 먼지도 물티슈로 닦아내고, 제 기능을 하고 있었을까 싶은 공기청정기 필터도 청소하고, 바닥은 여기 쓸었다 저기 닦았다... 뭔가 체계는 없지만 한참 동안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닦았어요. 다 치운 줄 알았던 술병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기도 했고, 구석구석에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흔적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치운다고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치운다고 끝이 아닐 거라고, 언제든 또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생각도 중간중간 들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한 달 내내 청소해도 집이 깨끗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다 한들 짧은 시간 안에 제가 괜찮아지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뭔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어제보다는 깨끗하니까, 어제보다는 나은 하루니까.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하루를 마무리지었습니다.
■ 오늘의 행운 20240126 ■
<<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세요. >>
‘가능성’이라는 말은 어떨 때는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어떨 때는 그저 희망 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이 있으니 앞으로도 가능할 거라고 하지만 지금이 끝이면, 저의 한계면 어떡하나 싶기도 해요.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그럴 힘이 제게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긍정과 부정 가운데 오늘은 부정 쪽으로 조금 더 기우는 걸 보니 지금 조금 지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내가 지금 이렇구나.’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알았으니까 좀 쉬고 다시 해 보면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깊은 구석에서 오늘의 긍정 한 조각을 찾아내 간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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