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닌 삶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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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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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어렸을 적 나는 소위 말하는 골목대장같은 아이였다. 아이들을 통솔하고 지휘하는데에서 재미를 느끼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때까지 반장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엄마는 나에게 태권도, 피아노 등 공부가 아닌 학원들을 끊어야한다고 했다. 이유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으니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동안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수학,영어 학원도 같이 다녔는데 왜 갑자기 공부만 해야한다는 것인지. 하지만 나의 의문에 엄마는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라는 답을 해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답이 되지 못했다. 그저 순응할 뿐이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3년 동안 친구들과 싸우지 않은 학년이 한 번도 없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모두 떨어지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친구들의 뒷담화를 했다는 이간질을 당했다. 억울했다. 그때의 나는 뒷담화를 할 친구조차 없었다. 친구들은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의 모든 행동에 시비를 걸었다. 내가 웃으면 자기들을 비웃었다 생각했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기들을 무시한다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나를 숨기게 됐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3학년을 거치며 나는 점점 더 무표정하고 예민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고등학교를 정해야할 때가 왔을 때 나는 더 이상 이 지역의 애들을 보고싶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갔다. 고등학교에서 좋은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중학교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만 공부하면 잘 나오던 성적이 고등학교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성적이었다. 엄마는 성적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험에서 95점을 맞으면 맞은 것에 칭찬해주는 것이 아닌 틀린 문제 하나에 질책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성적으로 칭찬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그 동안 공부했던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걸 깨닫고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왜 공부해야하는건지. 그저 나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해야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공부하는 것 뿐이었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지못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매일매일 독서실에서 숨죽여 울었다. 나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엔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날리며 수능날이 되었고 당연히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엄마는 나에게 지방대를 가느니 차라리 전문대를 가라고 했다. 인생을 실패한 기분이었다. 대학을 안 가면 인생낙오자라는 타이틀이 씌워지는 것 같았다. 며칠동안 밥도 못 먹고 방에서 울기만 했다. 엄마 아빠에게 울면서 빌고 빌었다. 재수 시켜달라고. 아빠는 재수가 아무나 성공하는 건 줄 아냐고 했다. 나는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오빠한테는 먼저 재수하라고 권하고 오빠가 편입시험 준비한다고 했을 때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엄마아빠가 나에게는 폭언만을 던졌다. 하지만 결국 재수하게 되었다. 성적이 좋지 않아 시골같은 곳에 있는 기숙학원에서 재수 준비를 했다. 6개월동안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갇혀 공장같은 삶을 살자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결국 나는 6개월만에 재수학원에서 도망쳤다. 학원에서 나온 뒤 공부하지 않았다. 하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수능 날이 오고 나는 내 실력보다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받았고 남들에게 말했을 때 쪽팔리진 않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는데 정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대학에만 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이었다. 한 학기를 겨우 버티고 엄마아빠에게 말하지 않은 채 휴학을 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고 집을 나가버렸다. 나중에 다시 집에 왔을 때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넌 내가 정해놓은 길이 있으니 그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돼. 숨이 막혔다. 죽고싶었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죽고싶다는 생각을 안 한 날이 없었다. 버스가 내 앞에서 멈추면 아쉬운 마음이 들고 자해 생각도 수없이 했고 자살 생각도 수없이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정신병원을 찾아갔다. 당연하게도 심각한 우울증이었다.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할지 말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머리로는 이 사실을 말한다해도 바뀔게 없을거라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바뀌지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나의 우울증 얘기를 들은 엄마는 나에게 꼴값 떤다고 했다. 우울증에 걸리려면 니 엄마나 아빠가 걸려야지 왜 니가 걸리냐고. 상처가 다시 헤집어지는 듯 했다. 정신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어도 내 증상은 달라지는 게 없었다. 항상 무기력하고 죽고싶을 뿐. 아직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하고싶은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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