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합니다
청소년 때부터 우울증이 왔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아직도 사춘기냐고 놀렸지만 아무래도 우울증이 왔던 것 같아요. 고3때 우울증이 심해져서 반복적으로 자살생각도 많이 하고 병원 문턱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렸습니다. 살짝 대인기피증이 있는 상태로 대학에 진학했어요. 갑자기 예민해지고 피해의식도 심하고 남들이 저한테 피드백을 줄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자존심이 상했어요. 과잉반응에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했고 마음에 안 들면 말 안하고 떼를 썼어요. 유치원생들보다 못한 반응을 한 거지요.
역시 이제는 어른인만큼 제가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제게 도움을 주지 않더군요. 그냥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만보거나 뒷담까거나 비웃기만 할뿐..
제 친구들,가족조차도요. 그럼에도 전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누군가 절 구원해주길 바라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정신병 걸린 년처럼 살다가 졸업을 하고 취준을 했어요.
제발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밤에 잠 좀 편하게 자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래야 취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영상이 아닌 '우울증을 해결하는 법', '완벽주의 고치는 법'에 대해 검색해보았습니다. 간단하더군요. 그냥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아프면 병원가고 내 성향에 맞게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한다는 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한다는 걸요. 전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서 결국 병원,심리센터의 도움없이 그냥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버렸어요.
그래서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까지 혼자 끙끙 앓으며 힘들어할 필요가 없었는데
내 꽃다운 청춘 대학생활을 더 성실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이제껏 게으르게 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