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데 여전히 잠이 안 옵니다.
우울하거나 무슨 사건이 있었다고 표현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저는 그것조차 못 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제 스스로가 힘들다고 말을 하려면, 우선은 내가 정말 힘든지? 내게 있었던 사건이 힘들었다고 객관적으로 판단이 될만한 일인지? 내가 비이성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이 과정중에서 70%정도의 힘든 마음은 묻힙니다.
힘든 일을 털어놓을 상대방이 이런 얘기를 들어줄 수 있을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인지 생각합니다. 이 과정중에서 20%정도의 힘든 마음이 또 묻힙니다.
남은 10%조차도 상대방의 충격, 내 언어표현의 적절성, 내가 이 말을 했을때 발생할만한 문제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순화하여 말합니다. 이제 사실상 제가 하고 싶던 말은 없는 셈입니다.
검사지로 드러나는 심리적 증상도 없습니다. "나는 우울하다"는 선택지를 고를 때도, 우울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면 나는 우울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마침내 성인이 되었더니 이젠 털어놓는 법도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상담이나 정신과에 가봐도 제가 표현할 수 있는건 신체적 증상 뿐입니다.
매일 밤마다 잠이 오지 않고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들고 당장 뛰쳐나가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고 말씀드리면, 사실 정신과 선생님들이 해주실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냥 살고 있습니다. 저는 21살이지만, 이유 모를 심장마비로 어느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강하게 듭니다.
여태 말했다시피, 저는 우울하지는 않으나 우울한 사람의 신체적 증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증상의 명칭이 있을까요?
아니면 저는 제가 우울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신체적 증상은 외부적 요인 및 정신병이 아닌 단순한 제 믿음 때문이며, 따라서 제 생각만 고치면 이런 증상이 나아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