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제가 살아도 괜찮은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잘난게 없어요.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외모도 못났고, 살도 한가득 찐 상태에요. 그것 때문에 관절 건강은 망가졌고요. 이거 다 알면서 하는거라고는 그냥 먹을거 다 먹어놓고는 누워서 자책하는게 전부에요. 남들이 얇은 몸으로 사는거 부러워하면서 우는게 전부에요. 노력하지도 않으면서요.
잘하는거 하나 없어요. 이과계열 공부는 하나도 전진이 없고 오히려 포기까지 했어요. 문과계열은 재미로 조금씩 하지만 거기까지가 최대에요. 재능도 자신 없고, 집안 사정 다 알면서 돈 드는 예체능 왔어요. 공립 디자인고가 없어서 입학한 고등학교는 자연스레 사립이 되어버렸고요. 과도 입학하려고 생전 관심없는 과에 왔어요.
성격도 글렀어요. 남들 하는 말에 멋대로 의미부여나 하고, 내 기분 한 번 상하게 하면 그 사람은 거의 손절하는 마음으로 나쁜 점만 봐요. 내 멋대로 모든게 되길 바라요. 그래놓고선 말도 안하고 티도 안내니 남들은 모르고 혼자 상처받고 그래요. 부모님한테는 의미없는 걸로도 혼자 상처받아서 화내거나 혼자 삐져서 울기도 해요.
이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현실을 따지기도 해요. 말도 안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거기에 드는 비용은 얼만지 계산해보기도 했어요.
남 탓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자연스레 비난의 대상은 내가 되어버렸어요. 하루에 한 번 씩은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요. 뚱뚱해서는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없고. 그냥 부모님 돈 쓰는 법 밖에 몰라요. 그래서 드는 생각이 내 장례식 비용이 앞으로 내 앞에 들어갈 돈보다 굉장히 쌀거라는 생각이에요. 실제로 장례식 비용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말도 안된다는거 알아요. 근데 이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나열할 수 있는거라고는 내 단점뿐이고 이게 제 전부에요.
이런 제가 과연 살아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