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관심표현이 너무 두려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어린시절부터 결혼한 지금까지, 엄마의 이상한 관심 표현 때문에 괴로운 사람입니다.
저희 엄마는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사람이에요. 나긋나긋한 말투, 사랑이 가득해보이는 행동 (상다리가 휘어지게 밥상을 가득 차려준다거나) 거기에다가
"난 당신을 가족처럼 생각하니까 이렇게 주고싶었어요." 같은 정감 어린 멘트까지.
그래서 누구나 이런 엄마를 둔 저를 부러워하지만, 사실 엄마의 본모습은 그게 아니에요.
엄마는 사람들에게 조건이 없는 듯한 호의를 베푼 후에 반드시 대가를 요구해요. 그걸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그 새끼가 감히 그럴수 있어. 내가 차린 밥은 그렇게 맛있게 먹어놓고!!!"
하는 식으로 뒤에서 소리를 지르고, 온갖 악담을 퍼붓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자기 인생에서 완전 투명인간 취급을 해요.
일례로 저희 친척 언니가 결혼을 했어요. 언니 남편분, 즉 제 형부되신분 직업이 의사시래요.
엄마는 자기 사위도 아니고 먼 친척인 형부를 굳이 집에다가 불러다가 밥을 먹이고, 자네가 내 자식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언제든지 와서 편히 지내라 같은 달콤한 말을 했어요.
언니랑 형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종종 와서 밥을 먹었나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의사인 형부가 우리 아빠의 위험한 지병을 알아냈어요. 형부는 빠른 조치를 취해주고, 대형병원에 아빠를 보냈어요.
대형병원에서 듣기로 아빠가 정말 위험한 상태였대요.
정말 형부가 아니었으면 큰일날뻔 했고 형부에게 감사한 일입니다. 생명의 은인이죠.
그런데도 엄마는 그런 형부를 증오하고 연을 끊은 상태입니다.
왜냐면, 형부가 제 결혼식에 안왔거든요.
형부는 그 날 친어머니가 응급실에 가시는 바람에 오실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제 결혼식 후에 길길이 날뛰며
어떻게 그 새끼는 내 밥을 그렇게 뻔뻔스레 쳐먹어놓고 결혼식에 안올수 있냐. ***라며 욕을 하기 바빴습니다.
형부 친어머니가 아파서 못오신건 당연한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깟거 별것도 아닌거 핑계를 댔다는둥 자꾸 억지를 부립니다.
언제는 분명 형부를 아들같이 생각한다느니
가족이니까 언제든 밥먹으라느니
아주 대가를 하나도 안 바라듯이 이야기하더니
결국 자기 딸 결혼식에 의사 지인이 오는걸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한 것 같아요.
그 목적이 수행이 안되니까 분노를 느끼는 것 같구요.
더 한 문제는...
엄마가 그 일을 가지고 수동공격하면서 결국 형부의 사과를 받아내던데, 자꾸 저를 피해자인것처럼 묘사해서 형부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가더라구요.
정작 저는 형부가 결혼식에 안온 이유도 100% 알고있고,(애초에 오시든 안오시든 상관도 없었고) 오히려 아빠를 살려준 형부를 감사한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전 졸지에 형부가 안와서 대단히 상처받고 피해입은 사람으로 몰려있더라구요...
형부가 안왔다고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분노한건 엄마였는데, 갑자기 제가 그런것처럼 몰려서는
결국 형부가 저한테 사과메세지까지 보냈어요.
예시가 길었는데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입니다.
정이 많은척 굴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반드시 원하는 대가를 주지 않으면 엄청난 분노와 수동공격을 동반하는 사람이요.
전 이런 엄마의 딸로 살면서 수많은 '엄마식 관심'을 받았고, 대부분 대가를 충족하지 못해 많은 벌을 받았습니다.
유치원인지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인지는
엄마 생일때 선물만 주고 편지를 주지 않은 벌로
제 선물을 밟고 쓰레기통에 버리는걸 지켜보고,
울며 무릎꿇고 엄마를 존경한다는 편지를 써야 했구요.
수학경시대회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엄마의 자랑이 되지 못한 죄로 계속 맞았습니다.
첫 애완동물로 물고기를 키웠는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어항을 슥 들더니
물고기를 변기에 붓고 물을 내려버린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보란듯이, 관심가지란듯이 소리내서 울 때가 있는데요. 그럴때 엄마 옆에 다가가서 관심 가져주고 위로를 하지 않으면 바로 머리채 잡혀서 끌려나갑니다.
제가 뭘 받았길래 저런걸 다 해내야 하냐면요.
엄마가 아침 6시마다 일어나서 새 밥을 짓거든요.
자기가 저 때문에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헌신을 하기 때문에 저도 당연히 위의 것들을 잘 해내야 한답니다.
전 갓 지은 뜨거운 밥 싫어해요.
엄마가 저 '갓지은 뜨거운 밥'을 핑계로 수십년간 괴롭혀온것 때문이 제일 크겠지만, 애초에 전 뜨거운 음식을 잘 못먹습니다.
제가 싫어하는데도 엄마는 계속 뜨거운 밥을 짓고
자기가 이 밥을 짓느라 노력했으니
엄마를 존경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자주 쓰고
1등을 해서 엄마 모임에서 어깨를 피게 해야하고
키우는 물고기 따위한테 애착 느끼면 안되고
엄마가 '보란듯이' 울 때 다가가서 얼른 위로하고 애정을 표해야 해요.
그 외에도 엄마가 '자신의 성의'를 대가로
제 인생에서 정말 많은걸 요구했지만
엄마의 성의에서 제가 원하는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관심, 성의를 보이면
등골이 오싹하고 이걸 몇배로 갚아야 혼나지 않을지 눈앞이 어질어질합니다.
엄마한테 벗어나면 나어질까 싶어 일찍 결혼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 '관심'과 '성의'가 계속됩니다.
엄마는 집착적으로 저에게 자꾸만 자잘한 선물을 보내는데, 결혼초기엔 공사 용도로 알려준 비밀번*** 몰래 집 문을 열고 강제로 집안의 물건을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인테리어를 엄마 취향으로 바꿈)
비번을 막았더니 계속 선물이랍시고 반찬을 들고오는데요.. 엄마가 가져온 반찬이 무슨 의민줄 아니까 기를 쓰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때마다 엄마는 울고불고 어떻게 엄마 정성을 거부하냐며 난리를 쳤는데 그래도 다 돌려보냈어요.
그랬더니 요즘은 생리대처럼 환불할 수도 없고
폐경기인 엄마한테 돌려보낼수도 없는 난감한 선물을 계속 보내요.
솔직히 제가 경제적으로 매우 풍족한 상태라서
생리대 못사고 이런 문제는 절대 없는데
엄마는 제가 선물을 자꾸 거부하니까 저렇게 난감한 물건까지 사와서 반드시 '성의'를 받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 자잘한 물건을 몇개로 뭘 요구했냐면
엄마의 자잘한 병원일정을 귀신처럼 외워서
병원 다녀왔느냐, 결과는 어떻느냐, 너무 걱정된다 하고 계속 전화하는겁니다.
전 타고난 성격 자체가 그냥 무관심하고
누구한테 뭐 받는 것도 별로 안좋아하고
엄마의 자잘한 병원 일정은 커녕 제 병원 일정도 문자봐야지 아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저는 제 자신에게도, 사랑하는 배우자에게도
그렇게까지 세세한 관심을 둘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엄마의 과한 애정요구 기준에 맞추고, 마음에 없는 걱정과 애정표현을 해야한다는게 너무 스트레스에요.
물론 엄마랑의 관계 자체를 끊어버릴수 있겠지만
요즘은 제가 엄마를 거부하려고 하면
아빠가 집에 가서 맞으시는 모양입니다...
(아빠가 순순히 안맞아주면 엄마가 자살 시도 하는척 하면서 협박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빤 자기가 아무리 맞아도 엄마 사랑한다고 별거 죽어도 하기 싫대요.)
아빠가 제발 아빠봐서 한번만 엄마요구 들어달라면서
엄마몰래 제가 '걱정 문자 보내야 할 일시, 내용' 미리 써두고 때맞춰 보내주시긴 합니다
근데 솔직히 싫어요.
받기 싫은 물건, ***은 생리대 쪼가리 같은거 억지로 받는 것도 너무 싫고요. 하나도 안 고마워요.
근데 그걸 대가로 엄마 비위 맞추면서 행동해야 하고, 아니면 아빠가 맞는걸 방치해야 해요.
엄마가 심리상담 선생님이나 정신과선생님 같은
전문가들을 싸잡아 욕하고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
엄마쪽 교정은 불가능하고요.
아빠 역시 엄마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거기서 벗어날 기미가 아예 없고요.(이상하게 아빠는 엄마식 그 관심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싫지만 아빠가 맞는 것도 싫어요. 제가 언제까지 이런 엄마 밑에서, 원치 않는 관심을 받으며 그걸 일일히 갚아야 할까요.
정말 너무너무 지겨워서
이러면 안되지만 부모님 중 하나가 죽기라도 하면 이게 좀 끝나려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 정도 막장 생각이 날만큼 엄마가 싫고, 늙은 엄마가 주는 생리대 쪼가리 따위에 화나고 상처받는 제 자신도 옹졸하게 느껴집니다.
최근엔 화를 못참아서 아빠한테 화까지 냈어요.
가뜩이나 아빠가 맞는 이유 중 50% 이상이 제가 엄마가 요구한 기준 충족을 잘 못해서거든요...
저 때문에 맞고 사는 아빠한테 화까지 내다니 너무 쓰레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와중에 엄마가 어제 또 저한테 관심 표현을 보내고 있는데요...너무 화가 나고, 화가 나서 다른 생각이 잘 안 나요. 친구랑 이야기도 거의 집중을 못했습니다.
저도 엄마처럼 머릿속에 분노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엄마가 이런 식으로 제 바깥세상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해요.
어떻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