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불량품처럼 느껴져서,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너무 걱정돼요
안녕하세요, 곧 서른을 앞둔 여자 취준생입니다.
앞으로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세상을 알아갈수록 제가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불안하고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
왜냐면 제가 남들보다 부족한 불량품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입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으로, 왕따당하지 않을지, 소외되지 않을지 늘 걱정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7살 때 일찌감치 이혼했고 외조부모 손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가 챙겨준 옷을 입고 갔다가 이상하다고 같은 반 애들이 놀리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애들보다는 책과 만화영화가 제 친구였던 더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 엄마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 잘 시키겠다며 학군지로 저를 데려왔어요. 일주일에 한 번만 보던 엄마와 같이 살게 되니 너무 좋았죠. 엄마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줬다는 사실이 고마워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성적이 생각보다 너무 좋게 나왔어요. 엄마는 학원도 안 다닌 제가 학군지에서 온갖 과외받는 애들을 이겼다고 너무 좋아했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 더더욱 큰 문제가 터졌어요. 자세한 과정을 말하면 너무 길어져서 요약하자면, 초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친구 사귀는 건 힘들었고, 나름 노력을 해봤지만 유지하지 못했고, 어떻게 하다보니 많은 아이들 앞에서 망신, 모욕당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엄마는 특목고에 가야 한다며 제가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머리채를 잡고 때리고, 제 핸드폰 내역을 일일히 감시했어요.
그때는 정말 숨쉴 구멍이 전혀 없었고, 스트레스가 누적되자 더 이상 학교를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엄마는 부랴부랴 제가 자살할 게 걱정된다며 학교를 자퇴시켰어요.
자퇴한 이후에도 너는 천재라고, 요즘 머리 좋은 애들은 검정고시로 좋은 대학 간다고 하던 엄마... 가끔은 제가 남들에게 공부 잘하는 딸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트로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후에도 정말 일들이 많은데 다 쓰려니 너무 힘드네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결국 인서울 지거국 대학도 가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정신없이 달려왔어요.
사회생활은 늘 힘들었지만 남자친구를 만들어 의지하니 친구 하나 없던 학창시절보단 훨씬 괜찮았어요.
방황을 하느라 대학을 늦게 갔지만 남들보다 늦은만큼 더 열심히 해서 졸업식 때 대표로 상을 받기도 했구요.
무얼 하든 그 힘들었던 중학생 때보다는 괜찮더라구요. 나도 취직해서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싶었어요. 제가 불행했던 만큼 나중에 가질 제 아이만큼은 엄청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죠.
하지만 한편으론 제 자신이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요. 이혼가정, 정상적이지 않은 엄마, 친구 하나 없던 학창시절, 아직도 어떻게 사람을 사귀어야 하는지 모르는 제가 나중에 아이를 가진다 한들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애초에 왜 학창시절 내내 따돌림을 당했는지, 아스퍼거 증후군 같은 병이 있었던 거 아닌지 불안할 때도 많았어요.
정상이었다 한들 너무 많은 실패와 상처를 겪었는데 이제 불량품이 되지 않았을까요. 화목한 가정에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을 보면 제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져요.
제가 선택한 직업에서 밥벌이 하고, 실력도 쌓고, 결혼해서 가정 꾸리고, 아이 낳아서 잘 기르고, 가끔 취미생활 하고, 돈 모아서 불리고...
제가 바라는 건 이 정도인데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애초에 내가 정상은 맞는지 가끔 너무 불안하고 슬퍼져요.
더구나 최근에 제 버팀목이 되주던, 4년 7개월 사귀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져서 더더욱 힘들어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잘 될거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열심히 살았어요.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이젠 제 자신이 누군지도 희미해지는 거 같아요.
과거 겪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좀 더 잘 이해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현명하게 대처를 하고 싶어요.
겪었던 일이 너무 많으니 꾸준히 상담을 받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상담센터로 가는게 좋을까요? 정신과로 가는 게 좋을까요? 같이 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