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이 제 인생 같지가 않습니다.(비현실감)
세상이 비현실적입니다. 항상 붕 떠 있습니다.
저는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고 알바를 하는 22살입니다. 요즘 집에만 있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또 아닌 것도 같은 것이, 저는 여름에는 학원도 다니고, 알바도 두 개 뛰고, 8시 반에 일어나고, 공부하는 등 나름 규칙적으로 살았습니다. 운동도 했고요.
그런데도 비현실삼은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문득 세상이 다 가짜 같고, 제가 제가 아닌 것 같은 감각에 지배당하고, 그것이 지속됩니다.
사람들이 가짜 같다는 게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상대의 인격을 세심하게 존중해주질 못합니다. 언어능력, 대화능력, 사교성 같은 게 모두 떨어져요. 제어능력, 충동조절능력, 공감능력, 집중력, 이해력 등도요.
내년에 막연히 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공부를 전혀 안해서 편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막연히 그래도 남들이랑 섞이면 비현실감이 나아지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비현실감이 2년 됐어요. 하필이면 백수로 살기까지해서 더 심한 것 같아요.
이게 뭐지 했는데, 이것저것 찾아보니 PTSD 증상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인증이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저와 증상이 같아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저는 제 삶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지 않아요. 누군가 가운데를 잘라서 강제로 이어붙인 것 같은 이상함이 있어요. 그래서 과거의 사진을 보고, 가묘한 위화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때로 살아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증거들이 저를 살아있는 게 맞다고 가르킵니다.
살아있지 않는 것 같아서,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요. 심장이 뛰면 내려옵니다. 무섭다는 걸 자각하기 전까진 이대로 뛰어내릴까 싶어집니다.
현재 정신과에 내원하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약을 꾸준히 먹지 않아 효과는 미미합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남들처럼 산 지 오래돼서, 그렇게 살 자신이 없어서 핑계를 대는 걸까요?
남들처럼 살려고 노력하다가도, 비현실감에 지배당하고, 무력해지기를 반복합니다. 물론 열심히 산다고 해서 비현실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성취감을 느끼고 뿌듯해할 때 문득 위화감을 느끼는 거죠. 게임 속에서 재화를 열심히 획득해봤자, 게임 재화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
이래도 되는 걸까요? 제 감상이 어떻든 저는 살아있고, 취업해야 하고, 살아가야 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도 있는데, 매일매일을 꿈속에 있는 것처럼 살아도 되는 걸까요?
제 비현실감이 장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워홀이나 유학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지금 제가 부모님 밑에서 집도 있고, 밥도 먹고, 편안한 이부자리도 있으니까, 도무지 편하니까 현실감을 못 찾는가 싶어서요. 그리고 제가 트라우마를 경험한 원인은 결국 이 지역이니까, 장소의 이동이 비현실감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그럴 의욕이 없지만요. …
저는 정말 길거리에 노숙해야 현실감을 찾을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