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당한 기분이 들어 우울하고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인간관계가 좁은데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이성과의 접점도 거의 없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일도 거의 없어요. 어릴 때부터 낯을 가려서 불편하진 않습니다.
그 대신 모두 다른 지역에 사는대도 가족들과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고 가장 많이 의지합니다.
특히 언니와는 매일 연락하고 주변인이 다 알 정도로 절친같은 자매사이인데요. 어릴 때부터 내꺼, 내 사람에 대한 집착이 좀 있어서 그런건지 최근엔 제가 좀 가족들에게 너무 몰입해 있나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언니가 형제들이 각자 결혼을 하고,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든 때에는 적당히 모른척 하는게 잘 사는 거라고, 갑자기 이야기를 던졌어요.(제가 형제들의
배우자에게 무조건 착하게 굴거나 나서서 친하게 지내지는 않는 성격이에요.)
내가 참견을 한다는 건가? 내가 뭘 얼마나 잘못 한건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났고. 언니는 그냥 그렇다는 거다, 성인이니 각자 사는 방식이 있다는 것뿐이라고 섭섭했다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화가나면 상처주는 말을 잘해서 오히려 입을 닫는 타입인데요. 큰 말 실수는 아니고 사과도 받았으니 며칠 마음을 가라앉히면 될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 수록 제가 가족에게 행했던 행동이 모두 의미없고, 그만큼 돌려받지 못한 사랑이 생각납니다. 조금 섭섭한 마음에서 이제는 배신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모든 가족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가져야 한다는 건 저도 알지만 이성적이게 반응하지 못하겠어요. 가족이 지긋지긋해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이대로 평생 안 보고 살고 싶고, 한 편으로는 이런 말에 흔들리는 불안정한 제가 싫기도 합니다.
몇 년전에 우울과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았어요. 타지 생활에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이었습니다. 공황증상은 완전히 사라진지 좀 됐고,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이정도로 우울감이 밀려오는 건 몇년만이에요. 계속 울고 허탈하고 지금 제 심정을 그대로 전해서 독한말로 사이를 찢고 싶은데 그러면 더 후회할 것 같아 응답하지 않은지 3일 됐습니다. 죽고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가족과 멀어지는 게 좋을까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