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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3344
2달 전
감정기복이 없는 게 장점인줄 알았는데 그냥 그런 연기 중인 거 같아요.
우선 제 삶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중학교 1학년 때는 반장도 하고 친구들 여럿을 사귀어 소위 인싸로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전교 2등과 같은 반을 하게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히 혼자 위축되어서 갑자기 소심해졌고, 아이들이랑 잘 못 어울리기 시작해서 겉돌고 있는 채로 중학교 시절을 보냈고, 고등학교는 나름 외고를 진학했지만, 1학년 때 혼자 다니는 아이를 도와주다 같이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받게 되어 역시나 졸업할 때까지 거의 혼자 다녔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여자애들 무리에서 주로 트러블이 발생했기에, 여혐이 잠깐 생겼다가 고 2 끝나갈 무렵 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다른 반 친구들을 만나면서 차츰 사라졌습니다. (같은 반은 아니라 거의 혼자 다녔죠. 밥만 같이 먹고요.) 한참 혐오하다가 3년 전에 그냥 다 용서해버렸어요. 나를 왕따 시킨 애들, 방관한 애들. 다요. 가해자들도 다른 애들한테는 좋은 친구고 방관자들이라고 해서 다 나쁜 아이들은 아닌 걸 아니까요. 그냥, 상황이 그랬던 거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최고의 복수는 용서니까요. 실은 엄마가 절 엄격하게 키우고 외모 지적도 많이 해서 중 1말~ 고3까지 우울증이었던 거 같아요. 유서는 몇 번 써봤지만 겁이 많아서 자해시도는 못했어요. 할머니께서 너무 슬퍼하실 거 같아 포기한 것도 있고요. 엄마는 최근에 용서했어요. 내가 여태껏 너무 엄마한테만 인정받고 싶어했던 거 같아서 마음을 싹다 비워버리고 엄마와 나를 모녀지간이 아닌 완벽한 타인의 관계로 조망하기 시작했거든요. 엄마도 암 걸리셨을 때 제가 병간호한 것 때문인지 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지셨고요. (진심이라기보단 의무감이었어요. 장녀로써의 의무감.) 어쨌든 이런 과정에서 회피성이 늘어나고 자존감도 확연히 떨어졌지만 받아들였어요.(그렇다고 착각한 걸 수도 있어요.)난 그냥 이럴 사람이구나. 혼자 다니는 거? 괜찮아. 남들 시선이 무슨 상관이야. 왕따? 맞지. 근데 내가 그럴만한 행동을 했나? 아니, 그냥 날 왕따시킨 애들이 이상한 거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저를 걱정하는 친구들에게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씩씩하게 말했죠. 어떻게 보면 자기최면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대학은 다 떨어졌어요. 재수를 했지만 역시나 실패(원하는 성적 X)했고, 좌절감과 회피성을 이기지 못하고 3개월 간 미친듯이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던 글만 쓰면서 시간을 보냈어요.(말 그대로 소설쓰기 같은 겁니다.) 이젠 삼수를 하고 있어요. 쌩삼수요. 삼수는 정말 죽도록 하기 싫었지만, 어떡해요 해야지 대학을 가지. 이번엔 그냥 받아들이자. 어딜 붙더라도 가자. 이런 마인드로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수능을 볼 시기가 왔죠. 그래서 이런 생각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인가 저는 저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드라마 촬영할 때 쓰는 카메라있잖아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 카메라로 살기 시작했어요. 내가 나를 보는 거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심리상태를 분석하려고 하고 내 감정도 있지만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쪽으로 행동하고, 표정 변화도 거의 안 줬어요. 예를 들자면, 동생이랑 대화할 때 동생이 사춘기 임을 감안하고 최대한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고 전달 사항을 전달하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티를 내면 그 새 그 원인을 파악하고는 싸우지 않기 위해 화제를 잠깐 돌리거나 용건만 말하고 굳이 감정을 더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때문에 매 순간 타인을 분석하죠. 자동적으로요. 늘 대화할 때는 약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요. 웃긴 건 전 항상 타인의 심리상태를 분석하지만, 정작 저는 제 감정을 어느새 부터인가 모르겠더라고요, 분명 진짜 행복해서 웃을 때도 있었고, 가슴 설렐 때도 있었고, 진심으로 고마웠을 때도 있었고, 어쨌거나 '감정'을 몸소 느꼈을 때가 있었는데 거의 까마득한 옛날로 다가와요. 요즘은 거의 회색으로 살고 있거든요. 우울한 것도 안 우울한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상태. 딱히 감정의 동요가 없는 상태. 감정기복도 폭이 거의 없는 상태. 화가 나는 일도 딱히 없고 그냥 평탄하게 살아왔으니까요. 지금까진 이게 장점인 줄 알았어요. 왜냐면, 왕따가 되었을 때도, 대학에 떨어졌을 때도,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도 누구보다 태연하고 초연하게 대처했으니까요.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요.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저만 태연했어요. 동생들은 울었고 할머니께서도 밤잠 설치셨는데도요. 되려 엄마의 암의 진행 상태와 수술 방법, 비용, 회복 기간 등을 알아보고 초조해하는 가족들에게 알려줬죠. 그리고 동생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언니, 언니는 어떻게 엄마가 암이라는데 안 울어? 안 슬퍼? 그 때부터 제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어요. 슬픈 지 딱히 모르겠었거든요.(지금은 완치하셨답니다.) 슬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이 마인드였죠. 이게 이번년도 초여름 쯤이에요. 그리고 가족들이랑 대화할 때는 거의 무표정으로 있어요. 사실상 웃고 안 웃고. 딱 이 두개네요. 웃긴 건 되려 표정을 짓는 게 어색할 정도에요. 근데 가끔 친구들이랑 만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고 떠들고 막 그래요. 이런 제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스스로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고요. 또, 이 친구가 나와 정말 친한 친구고, 이 친구도 나를 정말 친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불편함과 긴장이 공존해요. 누굴 만나도 그래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느끼는 것보단 덜하지만 말이에요. 무엇보다도 단 한 번도 깊고 진지한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않았어요. 주로 들어주는 쪽이었죠. 웃긴 건 그저 그런 관계 혹은 가벼운 관계의 사람한테는 술술 잘 얘기해요.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안절부절하지 않아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아, 올게 왔구나. 어떻게 수습하지? 이 생각만 하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요. 그러다 가끔 갑자기 지금처럼 우울해지고 생각이 많아져요. 제가 항상 하는 생각이, 난 언제 죽어도 괜찮다. 죽으면 죽는 거지 아쉬울 거 없다. 억울할 게 뭐가 있냐. 후회같은 거 없다. 미련도 없다. 빨리 죽어도 오래 살아도 운명인 거다. 이런 생각이거든요. 그러다가도 갑자기 막 서러워져요. 심할 때는 혼자 망상하면서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오열해요. 제가 취미가 글 쓰기잖아요? 혼자 한참 슬픈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몰입을 해요. 그리곤 울죠, 그렇다고 몇 시간 씩 울지 않아요. 드라마 찍듯이, 연기하듯이 컷! 하면 눈물이 뚝 그치는 것처럼 짧게는 몇 초, 길게는 5분 울다가 금방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을 해요. 문제는 이제 조금씩 자주 그래요. 자꾸 망상이나 하고 있고, 괜히 다 하기 싫어지고, 미루고 미루다 결국 할당량 못 끝내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진 않지만 곧 다가올 수능 준비에는 지장이 생길 거 같아요. 그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실은 아니었나 봐요. 그냥 그렇다고 강하게 믿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그런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정은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조금이라도 감정을 되찾아야 하는 걸까요? 뭘해도 그저 그렇고 흥미도 금방 떨어지고, 좀만 지적받아도 금방 위축되고 포기하고 싶고 점점 재밌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저 무념무상으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심지어 현실도피 증상인 건지, 낮에 수시로 자꾸 졸리고, 졸리지 않아도,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하기 싫을 때 그냥 냅다 엎드려서 눈을 감아버려요. 그러다 그대로 잔 적도 많아요. +) 저 운동은 필라테스 하고 있고, 걷는 거 좋아해서 자주 산책하러 나가요. 체중도 정상입니다. 외모는 객관적으로 딱히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얼굴이에요. 저 좀 이상한 거죠?
의욕없음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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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3344 (글쓴이)
2달 전
제가 왕따였던 건 동생들만 알고 있고 부모님은 모르세요. 굳이 말씀 안 드렸어요. 그리고 아빠랑 엄마는 제가 초 6때 이혼하셨고 엄마랑 살고 있어요. 당시엔 슬펐지만 원래 아빠가 가정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교류가 적어서 빈자리는 점점 작게 느껴졌답니다. 지금은 딱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어색한 아저씨 정도에요. 외가 가족들에게 아빠 욕 들으면서 자라왔지만 그냥 엄마와 아빠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 옛날엔 저를 자꾸 비교해서 스트레스였지만 요즘은 딱 잘라 말해요. 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