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행
어릴때부터 아버지가 지방에서 일을 하셔서
아버지 얼굴을 거의 못보고 살았다
엄마는 어린 두 자식을 데리고 혼자 육아를 해야했고
아빠의 돈을 빌려오라는 독촉전화를 받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당시 아버지는 여자는 바깥일을 하면 안된다고 여기던
보수적인 사람이였던 탓에 엄마는 많이 답답했을거 같다
그래서였을까 동네아주머니들과 십원짜리 화투라며
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걱정스러운 말을 보태도 엄마는
괜찮다며 동전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이제 항상 아버지가 없는 우리집이 하우스가 됐다
엄마는 뽀찌를 받는 사람이 됐다.
실평수 11평밖에 안되는 그 작은 집에서 밤낮으로 화투를 쳐댔다.
우리는 안방을 내어줄 때도 있었고
반대로 안방에 갖혀서 화장실도 못가고 참아야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이제 엄마가 일을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밤에..
나는 밤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윗집에 사는 친구 엄마처럼 엄마가 성실하게 공장에 다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도 남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텐데…
엄마는 아가씨나오는 술집 찌라시를 돌리는 일을 했다
너무 혐오스러운 그런 산업에 엄마가 우리가족이
기생해서 근근히 살아간다는 생각에
수치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제 내 나이 삼십후반 엄마는 과연 바뀌었을까?
한순간에 일탈이였으면 좋겠지만
삼십년간 하나도 바뀐게 없다
도박은 스케일이 더 커졌고, 그 중간에 바람도 몇번피고 두번이나 그 남자들에게 큰 돈을 사기 당했다
다행히 외할아버지가 두번 재산을 증여해 주셨는데
첫번째돈도 남자에 미쳐서 세입자에게 줄 돈을 사기 당하고
수억의 빚을 지고
두번째는 우리몰래 있던 1억넘는 사채빚을 갚았단다..
그래서 아무리 외갓집에서 도와줘도 우리는 너무 가난하다.
이제는 오래되서 곰팡이 핀 11평 집을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히키코모리처럼 생활한지도 오래다
왜 내가 엄마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아야하나.
아빠가 아빠답게 엄마를 좀 감시하고 책임졌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이제 너무 버거운데.. 엄마의 진짜 얼굴을 아는건
우리뿐이고 아빠도 모른다. 우리는 철저히 엄마를 위해 모든걸 숨겨줬다.
그래서 남들은 우리가 나쁜 애들이라고 생각하겠지..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고 나 자신도 꺼내서 마주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얼마전부터 글로 써보고 있다.
글로 써서 내 눈으로 확인할 수록 놀랍다.
근데 왜 나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던 걸까
엄마가 도박중독이라는 걸 깨달은것도 최근이다
조용히 스며들어와서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치채지 못한걸까
아님 우울증이였나…
엄마의 비행은 지금고 진행중이고 끝나지 않을거 같아서
내 발목을 잡을거 같아서 엄마를 생각하면 무엇을 할 힘도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