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압박감이 너무 심해요
저는 스물여섯 여자고, 대학생 4학년인데요..
특출나게 할 줄 아는 것도,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싶어하는 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그냥 취업해서 돈 벌려면 학위가 필요하니까 대학을 막연히 다녀야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아직도 그때만큼이나 문과 인식이 안좋은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제 고3때는 문과는 교대 아님 경영이었거든요..
꿈도 없고 특별히 공부를 잘 했던 것도 아니여서 경영학과를 다녔는데... 다니는동안 자취방만 오면 혼자 멍하니 있다가 펑펑 울다가 대부분의 과목 점수를 f를 받고 이건 아니다 생각하고 가족들이랑 엄청 싸워가면서 끝끝내 자퇴를 하고
그 후로 2년간 알바, 공장 전전하며 살다가 진짜... 고졸에 아무런 스펙도 없는 사람은 일할 곳이 너무 한정적이고 이 한정적인 근무환경에서 일하고싶지는 않아서 스물셋에 대학에 다시 입학했어요
1학년 1학기때는 또래들도 다시 만나는 것도 즐거웠고 이번엔 내가 선택한게 맞단 생각에 학점도 4점대 받았었는데 점점 배울수록 내가 이 학문을 배워도 되는걸까? 점점 자신감 자존감이 끝도 없이 바닥을 치는거에요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고... 그러는동안 학점도 절반이 뚝 깎이고... 나름대로 우회해서 비슷한 일이라도 하려고 복수전공도 신청해서 했는데... 이렇게 장문으로 쓰는동안 해놓은게 없는거에요
한심하죠? 저도 한심해요 그런데...
더 답답한건 지금 한시라도 급히 토익도 컴활도 면허도 따야하는데 마음은 급한데... 해야할게 투성이인데 누가 목을 조이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족쇠를 차놓은 것처럼 내스스로가 죄인인 것 같고 자취방에서 학교로 등교하는 발걸음도 무겁고
수업 들으러가는 과목도 한정적인데다 복수전공이라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는데
'너 왜 아직도 여기있어?' 같은 그런 시선이 느껴지고.. 아무도 그런 말 안했는데...
시간표가 꼬여서 1학년 수업을 지금 듣는데 1학년은 수강신청 따로 없이 시간표 짜서 주는 학교라... 타학년이 1학년 수업 들으려면 담당 교수님께 말씀드려야했거든요 그때도
4학년이라고? 근데 왜 이 수업을 이제 듣니? 질문에
대답은 잘 했어요 꼭 듣고싶은 과목 먼저 우선했다보니 시간표가 꼬였다고...
그랬구나~하시면서 이 수업 들었니 저 수업 들었니 하시면서
아직 못들었다하고 하니 되게 표정이 묘하다고 해야되나.. 불편했어요
그 후로 수업 들어갈때마다 교수님이 출석 호명하실때 눈 마주칠때
아 걔네 4학년인데 아직도 안들은 수업 많은 걔
설마 직접 말씀하시겠어요? 아니요 심지어 제 환청도 아니에요 근데 괜히 저 혼자 그런 생각이 막 드는거에요 이렇게 생각하겠지? 생각하실거야 하면서...
남들에 비해 너무 초라한 제 자신이 너무 싫어 또다시 눈물이 펑펑 나요
이미 다 끝난 것 같고 스물여섯까지 먹어놓고 아무것도 없는게 정상이냐고...
다른 사람들 늦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아요 근데 그런 사람들도 보면 자신이 갈 길은 명확하더라구요... 잘하거나 좋아하거나 하나씩은 무언가가 있더라구요...
근데 저는 없어요.... 저는 중간에 도망쳐버린 기억밖에 없어요...
취업 준비할때 면접 볼때도 왜 자퇴했냐고 자기가 맡은 일 싫으면 도망칠거냐고 물어볼 것 같고, 그 질문이 나온다면 저는 대답할 용기가 없어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잖아요?
쉴 틈은 없어요... 당장에 토익 한단어라도 외우지 않으면 안돼요...
근데 너무 숨이 막혀요... 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