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뭘 더 해야할까요
십년 넘게 개인 생활 희생하면서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밥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회사에 모두 쏟아붓고 살았습니다 당연히 일로는 인정받았고 저 스스로도 어디가서 일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실무자로 중압감에 책임감에 오기로 근성으로 버티면서 지내오다 관리자급이 되었습니다 관리자급이 된다는건 일을 떠넘길수 있는 권리와 시간을 마음대로 쓸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전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혼자 죽도록 챙기지 않아도 되고 일 시키고 체크만 하면 되니 죄책감이 느껴지면서도 편했습니다 출퇴근도 적당히 조절할수 있게 되어서 지각할까봐 조마조마하던 것도 없어지고 마냥 좋을줄 알았습니다
쓸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누워있는것 말고는 할줄 아는게 없었습니다 개인 시간이 없었던게 너무 오래라 맘편히 밥 한끼 먹자고 할 친구도 없고 취미가 있지도 않습니다 밥먹는 시간 빼고는 하루에 12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었던지라 구석구석 엉망인 몸과 반쯤 나가서 얼타고 있는 정신과 5분만 걸어도 마라톤 한것마냥 심장박동 올라가는 바닥 체력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몇년째 매년 건강 검진 결과가 똑같습니다 암이 의심되니 조직 검사 해봐라 종양 근종 같은 것들이 많으니 추적검사 해야 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일수도 있으니 정밀검사 받아라 한달에 한번씩 병원가서 오만 검사 다 해봐도 크게 이상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계속 조심해서 살아야 하는 몸인가 보다 체념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런 몸뚱이가 되어버린게 서글프고 일하다 이렇게 된것 같아 서럽습니다
문제는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겁니다 누워있는것 말고는 할수 있는것이 없어졌습니다 전에는 이틀이면 처리했을 일을 일주일을 잡고 있어도 끝나지 않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잊은것 같습니다 마감 시한이 되면 정말 어거지로 대충 떼워놓거나 펑크를 냅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로 지낸지 일년이 다 되어갑니다
속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마음이 갑갑할때는 글을 썼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쓰기라도 하면 좀 풀리는것 같아 오아시스인것 마냥 쓰던 일기도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무얼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체력이 좋아지거나 취미가 생기면 나아질까 싶어 취미로 삼을만한 운동을 일주일에 일곱 여덟 타임씩 무리다 싶게 해봤지만 더 피곤하고 더 누워만 있고 싶습니다 단체 레슨에 개인 레슨에 미친 사람처럼 열중해봤지만 집중을 할수가 없으니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지금의 제 상태가 너무 싫습니다 에너지 가득하고 씩씩하게 활기차게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누워만 있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서변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더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쉬는것도 지친것 같습니다 자꾸만 이렇게 사는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더 할 수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뭘 더 해야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