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나약한것같아요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최근에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피 1순위인 업무라 다들 하기 싫어해서 눈치싸움이 팽팽했는데 결국 제가 져서 떠맡게 되었어요.
업무의 특성에 따라 성격상 그 업무가 정말 안맞는 사람이 있고 그래도 조금은 괜찮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건데,
저는 전자입니다. 정말 안맞는 사람.
이전에 이 일을 하셨던 전임자분은 활달한 성격에 사람 만나는거 좋아하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해소를 잘 할 수 있는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사람한테 어울리는 업무입니다.
저는 완전 반대예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에 혼자서 차분히 일하는걸 좋아하고 사람 상대하는거에 스트레스를 매우 잘받는데 해소도 못해서 끙끙 앓다가 병나는...그런 사람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진짜 병이 났어요. 출근해서 점심시간에도 업무걱정에 밥도 안넘어가고, 다음날이 오는게 싫어 잠도 못잤습니다. 어차피 잠을 자도 꿈속에 자꾸 사무실이 나타나서 심장이 쿵쾅거려 잠에서 자꾸 깼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도 계속 업무 생각이 나서 쉬는게 쉬는게 아니고 스트레스는 최고치로 쌓이고...
결국 아침에 몸을 일으키지 못해 이틀째 병가를 내고 쉬는중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저의 이런 상황을 알고, 출근하게 되면 업무조정을 위해 얘기를 해보자고 말이 나온 상황이긴 한데
그냥 다 싫습니다.
전임자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쨌든 수개월간 잘 해왔던 일인데 왜 나는 이렇게 금방 무너지는지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스럽고
만약 업무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할텐데 그사람이 날 원망하지는 않을까, 나는 미안해서 그사람 얼굴을 어떻게 보지 싶고...
사실 이 기피업무뿐만 아니라 이 조직에서 행하는 업무 대부분이 외부사람 상대하면서 욕먹고 말도 많이 하면서 설득, 회유해야하는 업무들이라 외향적인 사람에게 잘맞는데 저는 조용하고 멘탈도 약해서 그 어떤 업무를 해도 힘들어할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 조직에서 몇십년을 있어야한다는게 지옥같아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때려치는 생각을 하는데
요즘 취업난도 심한데 때려치면 뭐해먹고살지싶어 차라리 살고싶지않다는 안좋은 생각도 하게 되고...
같은 사무실에 남자친구도 있는데 만약 그만 두게되면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것도 두렵고...
남자친구 또한 성격이 쾌활하고 외향적이어서 아무 문제없이 일을 잘 하는데, 이런 제 모습을 보이는게 너무 창피합니다.
부모님 뵙기도 죄송스럽구요. 정말 미칠것같습니다.
저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은 '너의 성격에 이 일들이 안맞는것뿐이지, 절대 너가 이상한게 아니다' 라고 해주는데 저는 그냥 제가 이상한것 같아요. 남들 다 하는걸 왜 나만 못하는지...
당장 내일 출근해서 업무에 관한 얘기를 해야하는데 그 시간이 오는것도 두렵습니다. 다들 나를 안좋게 생각하고 민폐라고 생각할것같아요. 너무 힘듭니다. 저는 왜이렇게 나약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