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알 것 같은 것이, 내가 왜 아무것도 안하는지 알았다. 다른 사람도 그러는진 아직 잘 모르겠는데,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지금 내 상황으로 예시를 들면, 오늘부터 10일 동안 할 일이 빡빡한데 오늘 아무것도 안한 채 오후 9시가 되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린다. 상황 : 오늘 할 일의 최대 1/3까지 할 수 있는 상황. 나머지는 오늘까지 완료해야 하지만 포기해야 된다. 경우 1. 과제와 보고서를 쓴다. ㅡ 3시간 동안 엄청 열심히 작성하는 상상을 끝낸다. ㅡ 녹화강의 8개와 퀴즈를 포기하고, 점수 깎이는 상상을 끝낸다. ㅡ 강의는 일단 어떻게든 들어야하니 또 한심해하며 일정을 조정하고, 남은 9일 동안 강의를 매일 하나씩 추가해야함을 생각한다. 경우 2.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있는다. ㅡ 아무것도 안할 때 평소 느끼는 자기비하 감정을 연상한다. ㅡ 과제와 보고서, 녹화강의까지 모두 점수가 대폭 깎이는 상상을 끝낸다. 경우 3. 과제와 보고서를 지금 끝내고, 녹화 강의는 밤새 전부 듣는다. ㅡ 밤을 새면서 그동안 계속 쉬지 못하는 피곤함을 연상한다. ㅡ 이 선택을 했지만 결국 밤을 새다 중간에 포기했던 일이 생각난다. ㅡ 이래봤자 내가 한 일은 전체의 10%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내가 고를 수 있는 경우는 딱 한가지밖에 없는데, 비교하려다보니 각자의 단점만 생각나서 느껴지고... 결국 나는 아직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는데도, 보고서/과제/강의 모두 감점당하고, 밤샘공부의 피곤함과 자기비하, 그리고 내가 한 일이 10%에 불과하다는 허탈함까지 (0%지만ㅋ) 다 느낀다. 똑같이 느끼진 못해도, 경험을 통해 연상하다보니 비슷하게 느껴진다. 왜 이러지? 차라리 난 아무 할 일을 생각하지 않고, 비서가 내 스케줄을 관리해줬다면 이런 고생은 안했을 것 같다. ㅋㅋ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벌써 오후 9시 반이 넘었다. 이젠 보고서밖에 하지 못할 시간이다. 이러니까 내가 짜증이 많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