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싫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왕따|고등학교|중학교]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싫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sigisigi12
·2년 전
27살 여자입니다. 하고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저였는데 언제부턴가 단순해지면서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은것 같아요. 그래도 극복해보려고 여러 노력과 동기부여 , 자극을 주는 영상도 접하고 행동도 그렇게 해봤는데 오래가지 못하더라구요. 저는 학생 수가 적은 시골에서 자랐고 중학교 때까지 제가 속한 곳에서 늘 우등생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려고 노력해서 잘했던 것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였고 저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고등학교 진학을 평범한 인문계로 가서 내신 잘 따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아버지께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오는 명문고에 들어가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뜻데로 입학하게 되었고 제가 살아왔던 세상보다 더 큰 세상과 사람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습니다. 공부는 둘째치고 우물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으로 고등학교 적응하는데만 1년이 넘게 걸렸고 적응하느라 공부에 제대로 집중 못하게 되어 그렇지 않아도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여 있는 곳인데 따라잡지 못하고 성적도 늘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와 학교에서는 똑똑하고 상도 많이 타고 항상 칭찬과 인정을 받으며 자랐는데 환경이 180도 다른 곳에 놓여지니 성격도 소심해지고 눈에 잘 띄지 않은 아이로 자존감도 바닥을 쳐 3년이란 시간을 빨리 졸업하기만을 바라면서 보냈습니다. 성적도 매우 안좋은 편이니 대학도 대학같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됐고 그래도 서울에서 다니면서 생활하고 싶어 상경했습니다. 관광경영학과로 진학을 했고 대학을 가서는 성적이 상위권이었습니다. 3년간의 지옥같은 고등학교와 기숙사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다시 되찾았고 더불어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전공에 맞게 여행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 최고의 행복하고 만족하는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가이드 업무, 만나는 사람들 등등 모든 요소들이 저에게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저에겐 나이 7.8살 차이나는 언니 2명과 밑에 5살 차이나는 남동생 한명이 있는데 저는 평소에 큰 형부를 동경하고 존경해왔습니다. 그런 형부가 저에게 제안을 하나 건냈습니다. 저희 형부는 당시 행복하게 여행사 일을 하던 22살인 저에게 본인이 하는 일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 했습니다. 제 친구도 할만한 사람 있으면 가까운 사람들끼리 으쌰으쌰 해보자구요. 형부의 제안과 설득에 솔깃했고 천안 사는 제 친구도 끌여들여 형부와 언니가 있는 전라도 광주로 내려가서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와 제 친구 둘 다 각자 모든 것들을 접고 내려 갔습니다. 역시나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3달정도 일하다 저는 형부에게 해고를 당했습니다. 제 친구와도 사이가 서먹해졌고 그 해에 저희 어머니로 인해 그 친구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일이 생겼습니다. 안좋은 일을 연달아 겪게 됐습니다. 제 남동생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자퇴까지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힘든 상황을 겪었습니다. 저는 남동생을 데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어떻게든 우리 둘이 잘 살아보자 하며 아직 미성년자인 동생을 보살피면서 닥치는데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깃집에서 일을 하며 동생과 제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3년이란 시간동안 그 곳에서 일을 하게 됐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그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저의 꿈과 목표가 사라지더라구요. 사람이 사는데로 생각하게 된다고 단순하고 멍청하게 돈만 벌면서 사는 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동생이 검정고시를 따고 대학에 진학도 했고 저도 이제 제 인생을 살아보자 라고 생각 했는데 그게 잘 쉽게 되지 않더라구요. 서울에서 사려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고 돈 버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제일 편하니 돈만 계속 벌었던거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뭔지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지 늘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힘들게 서울에서 꾸역꾸역 지내는데 코로나까지 터지고 서울에서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아 결국 올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고 내려오자마 마자 공인 중개사 자격증을 따자고 마음 먹었고 아버지가 강의 수강권을 결제 해주셨습니다. 2월부터 시작했고 하루도 쉬지 않는 알바와 병행해 왔습니다. 제가 정말 한심하고 제 자신이 싫은 이유가 27살이 되도록 반듯한 직장, 뭐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돈만 벌면서 시간을 허비해왔는데도 고향에 내려와서 마음잡고 공부하겠다고 집에 빌붙으면서 공부하는척만 하고 또 게으름 피우고 아직도 정신 못차린거 같습니다. 공부 말곤 모든게 좋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집에 손 안벌리고 집안일도 많이 돕고 대부분 제가 합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선 인정을 받고 있으며..... 사장님에게 칭찬도 자주 듣고 보너스도 자주 주십니다.. 오늘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외부 상황은 다 좋은데 공부만 안합니다.. 빨리 자격증 따서 취직해야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시간만 흘려보내는 제 자신이 싫고 한심합니다. 2주뒤에 시험인데 이미 재수가 정해진 것 같습니다.... 일만 하는게 익숙해서 그런건지 공부 외에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데.. 정작 제 미래를 대비하는 시험 공부에만 소홀하게 됩니다.. 일머리가 좋으니까 그냥 일만 하고 살까 싶다가도 그렇게 사는 것은 의미 없다 이제 제대로 된 직장에서 전문적인 일을 해야한다 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린거 같습니다...
걱정돼부끄러워의욕없음불안해답답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2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ridewe
· 2년 전
전 글쓴이님이 부럽습니다.. 일도 잘하고 책임감도 강하셔서 무슨 일을 해도 잘살거같아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sigisigi12 (글쓴이)
· 2년 전
@ridewe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뜻밖의 위로가 됐네요.. 긴글이긴 하지만 제 인생을 다 담기엔 짧은 글이었는데도 읽어주시고 책임감 강하고 무슨일 해도 잘 살거 같단 말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