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포기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불안|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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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포기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커피콩_레벨_아이콘whoiam123
·3년 전
그냥 도망치고 싶어요 정말 아무에게라도 다 털어놓고 싶은데 그것조차 무서워요 별거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테니까. 저는 의대생이에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진로를 정했어요. 좋은 대학 가봤자 취준생으로 살 바에는 탄탄대로가 보장된 길로 가는 게 편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은근히 제가 의대 가기를 원하셨어요. 제게 하신 말씀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제가 애기 때 어떤 용하시다는 무당 비슷한 분이 저보고 의사가 될 거라고 하셨대요. 모르긴 몰라도 용하시긴 한 거 같아요. 고2때까진 반항심 반 무관심 반으로 의대가기 싫다고 버텼어요. 의사라는 직업과 저는 사실 거리가 매우 멀었어요. 저는 사람 대하는 것도 엄청 서툴고 말하는 것도 잘 못했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친구들과 관계도 그리 좋지 못했고 따돌림 비슷한 것도 당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상도 타면서 과거를 잠시 잊고 있었나봐요. 어쨌든 저는 3학년때 갑자기 즉흥적으로 의대를 지원했어요. 처음에는 몇개만 쓰려다가, 최대한 많이 써야 붙을 확률이 높다길래, 또 자소서를 여러개 쓰기 싫어서 전부 의대에만 원서를 넣었어요. 예비번호를 받고, 수능 최저를 겨우 맞춰서 붙었어요. 눈물 찔끔 흘릴 만큼 기뻤어요. 마냥 신나서 저는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알지 못했죠. 순진했어요. 저는 의대생들은 전부 순수하게 학업 얘기만 하면서 하하호호 지낼 줄 알았어요. 그건 제가 제일 잘하는 거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선배의 제안을 받고 친목동아리에 가입했어요. 동아리 가입하기 전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친목동아리는 가입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아 말했거든요. 동아리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동아리 덕분에 학교 생활이 즐겁다... 저는 동아리가 무슨 스터디모임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선배가 동아리에 들어오라 했을 때 뭔지 묻지도 않고 바로 들어가겠다고 했죠. 그런데 실상은 달랐어요. 시작부터 완전히 꼬인 만남이었어요. 여름 수련회 날 생리가 터지는 바람에 선배에게 전화했지만 회장한테 연락해보란 말을 들었어요. 선배가 하늘같이 느껴지던 때였는데, 심지어 동아리 회장씩이나 되는 드높은 선배한테 생리 얘기를 어떻게 꺼낼지 몰랐던 전 그냥 수련회에 참석했어요. 당연히 장소는 바다였고, 완전히 컨디션이 바닥이었던 저는 그날 처음 본 동기들과 대화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이미 동기들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데다가 저만 혼자 한 살 어렸기 때문에(이것도 제가 의대 가기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어요. 의대는 현역보다 재수생이 훨씬 많이 간다는 걸...) 대화도 잘 끼어들지 못했어요. 하는 말들이 다 재수학원 어디서 다녔니 등등 모르는 말들 투성이었거든요. 전 혼자가 되어서 바닷가를 걸었어요. 그때 고등학교 선배가 저한테 와서 그랬어요. 이럴 거면 오지 말지 그랬냐고.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무너지기 시작한 모래성, 잘못 끼운 첫 단추가. 그 다음 동아리 모임에서 저는 다시 다가가려 했지만, 수련회 때랑 다르게 활발해 보이려 하는 제가 이상했는지, 저를 보던 차가운 눈빛들을 잊지 못해요. 그 다음 모임에도, 그 다음에도 저는 겉돌았어요. 친목동아리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반과 같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수련회, 체육대회, 축제 따위를 하고, 그런 행사들을 할때마다 꼭 뒤풀이를 했어요. 저는 당연히도 적응하지 못했어요. 뒤풀이를 마음대로 빠지면 눈치가 보이는데, 술집에 조용히 앉아서 선배들의 형식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곤욕이었어요. 친목동아리는 마음대로 탈퇴할 수 없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어요. 정확히는 깨달은 거죠. 선배들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전에 탈퇴한 선배의 얘기를. 몇년 후에도 이름모를 그분은 술자리에서 썰로 오르내릴 거에요. 의대는 매우 폐쇄적인 곳이었어요. 다른 대학교는 그래도 휴학하고 복학하면 거의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잖아요. 의대는 휴학은 거의 생각할 수 없어요. 국시는 매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유급을 하는데, 유급을 하게 되면 다들 알게 돼요. 특히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 더더욱 다들 알게 되겠죠. 거의 하루 종일 수업을 같이 듣고, 같은 정독실을 사용하니까요. 저는 주변에 둔감해서 잘 모르지만, 이전에 어떤 사람이 같은 학년에 커플이 몇명인지, 누구 성적이 어떤지를 다 알고 있어서 놀랐어요. 한 학년에 거의 130명인데... 의대를 졸업해도 대부분 같은 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레지를 하고... 다른 병원이더라도 같은 의대 출신 선배는 분명히 만나게 될 거에요. 그중에는 같은 동아리 선배도 분명 있어요. 그래서 친목동아리는 탈퇴할 수 없었어요. 평생 같이 가는 꼬리표를 나는 너무너무 생각없이 달았던 거에요. 동아리는 제가 잊고 있었던 제 부족한 사회성을 적나라하게 다시 일깨워 주었어요. 저는 더 나아가 무서워요. 작은 모임에도 불안하고 무섭고, 어떻게 하면 바보같이 보이지 않을까 심하게 고민하는 제가 무서워요. 의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인데, 벌써부터 제가 적합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의사가 되겠다는 애가 해서는 안될 나쁜 생각이지만, 저는 코로나의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해요. 2년동안 동아리 행사가 많이 줄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다시 동아리 행사가 늘어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하도 모이지 않아서 그동안 더 친해지기는커녕 더 어색해지기만 했는데. 동아리만 저와 안맞는 게 아니에요. 친구랑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모든게 다 정해져서, 꿈이란 게 사라지니까 의욕이 없어진다고. 고등학교 때는 정해진 게 없는 미래를 기대하며 그래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미래를 생각해 봐도 한숨만 나온달까... 저는 앞으로 최소 50대까지는 의학적인 것만 고민하면서 부족한 시간의 재촉에 치여서 살겠죠. 의대에 오고 나서야 저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좋아하고, 여유로운 것을 좋아해요. 전 이제 그런 걸 서서히 잊어야 하겠죠. 4년을 질질 끌어 여기까지 왔어요.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저 너무 바보같죠. 동아리 내 작은 소모임이 잡혀서 공부가 손에 안 잡히고, 겨우 작은 모임 따위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불안한 내가 또 싫어서 우울해요. 내년에는 교수님과 얼굴 맞대면서 하는 실습을 하게 돼요. 저는 내년에 꼭 제 밑천을 드러내게 될 것만 같아요. 자꾸만 의대가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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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ran2
· 3년 전
의대 간호대쪽이 사회생활 힘들다고 들었는데 정말 빡빡하네요.. 속하신 집단 자체가 그런 분위기라면 혼자 튈 수도 없을테니 정말 숨막히실것같아요ㅠㅠ 음.. 저는 프리랜서인데요 프리생활을 하다보니 오히려 외로움과 싸우는 정도로 인간에 치일일이 적고 누가 누구랑 어쨌다더라, 태도가 모나더라 하는 남 이야기가 한세월의 주제거리인 사람들을 굳이 마주칠 일도 없어요 프리랜서 중에서도 저같은 성향의 분들도 많이 봤구요 집단의 분위기가 다르긴 하니 그냥 더 성향에 맞는 쪽으로 정착하기위해 도전하시고 살아가시면 되지 않을까요 저처럼 외로움을 매순간 다스리는 직업이 더 성향에 맞을지,(성격상 이 생활이 천직인 사람도 봤어요) 혹은 사회생활이 빠듯한 직업이 더 맞을지 아니면 중립적으로 약간 느슨한 사회생활을 할수있는 직장을 찾을지 .. 시도해보셔야 본인성향을 알수 있는 점도 있을거고, 직업마다 뭐하나씩 고충이 있는것 같고, 또 겪어가면서 익숙해져가시는 분들도 봤어서 정말 본인에게 안맞는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 한번 지금의 분야에 조금이라도 뜻이 남아있으시다면 최대출력으로 도전해 보시는것도 추천드리고 싶지만요,,! 아니다 싶으시면 새로 뭔가를 시작하는것도 늦은 나이는 없으니 너무 막막해하지 마셔요..😢 글쓴이님은 선택하실수 있어요ㅠㅠ 쌓아올린걸 놓는게 겁날수도 있겠지만 서른이고 마흔이고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여럿 계시고, 결국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도전해 정착하는 편이 맞는 옷 찾아입듯이 많이 편안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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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k14
· 3년 전
의대라니 대단하세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 아니잖아요ㅎㅎ 의학계가 그런 분위기인진 몰랐네요... 음, 본인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잘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늦었다고 하기엔...ㅎㅎ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전 관련학과 졸업하고 관련 일 4년 경력으로 도합 8년을 쏟다가 이 일이 안 맞고,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아 그만두고 지금 다른 공부하면서 다른 직업 도전하고 있습니다ㅎㅎ 늦는 건 없어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정말 의학쪽 일이 싫은건지, 의학쪽 인간관계가 싫은건지는 정확히 해보시면 좋겠어요. 어느 회사를 가든, 뭐 어느 직업을 가지든 윗분처럼 프리랜서? 가 아닌 이상 모든 일상에는 인간관계가 중요하잖아요... 인간관계 부분이 걱정이신 거라면 그 부분에 관한 해결책을 찾아보면 어떨까요?ㅜㅜ 본인이 지금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드신 나머지 회피하고 싶으셔서 다른 일에 관심이 가는 걸 수도 있어요...제가 그랬거든요ㅠ 문제를 정확히 생각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한 번 결정하면 돌이키기 어려우니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