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할아버지가 굉장히 싫다. 내 평생 이렇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우울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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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솔직히 할아버지가 굉장히 싫다. 내 평생 이렇게 싫어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싫다. 할아버지가 아프다고 건강을 챙기는게 꼴보기 싫고, 같잖다. 이유없이 이랬다면 당연히 내가 나쁜놈인거지만, 이유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난 태어나서부터 조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는데, 그래서 저 인간의 밑바닥을 잘 안다. 할아버지는 알콜중독이다. 매일 술을 마셨으며, 술버릇이 고약했다. 체력이 끝내줘서 술에 취해 가만히 잠드는 법이 없었다. 그 우악스런 목소리로 매일 밤마다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해댔다. 꼭 밤에, 다들 잠에드는 시간에만 그랬다. 할머니는 옆에서 그 욕을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같잖은 이유로 할머니에게 시비를 걸며 소리를 질러댔다. 싸움은 종종 크게 번졌고, 할머니께 손찌검을 하거나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할머니를 죽일 기세로 부엌에 가 칼을 찾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그만큼 깡패같고 무지한 인간이었다.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엄마와 아빠가 크게 부부싸움을 하던 날, 폭력적으로 변한 아빠에게서 피하려 엄마가 현관으로 가자 할아버지는 그냥 죽으라며 현관을 막고 섰다. 어이가 없었다. 할머니는 자기 딸이 잘못될까 온 몸을 던져 엄마 대신 구타를 당하고있었는데, 엄마의 애비라는 인간은 온몸으로 추잡하게도 현관문을 막으며 죽으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때부터 난 할아버지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할머니가 병을 얻고 제대로 몸을 못 가눌 때에도 그 인간은 술을 먹고 방에서 온갖 진상짓이란 진상짓은 다 해댔다. 결국 할머니는 아픈 몸을 거실 소파에 뉘일 수 밖에 없었다. 방을 장악해 아픈 노인을 내쫓은 걸로도 모자란지 그 인간은 거실로 나와 뭐라고 뭐라고 할머니께 욕을 해댔다. 난 꼭지가 제대로 돌아버렸고 그 인간의 더러운 손목을 잡고 질질 끌고 가 방에 집어넣었다. 솔직히 대***로 문을 막아두고 싶었다. 난 할아버지를 방에 집어넣으며 뭐라고 욕도 했던 것 같다. 그 인간은 너 책임질 수 있냐? 그래, 내가 지금 뭔 짓을 하던 다 니 책임이다. 이런 말이나 싸질렀다. 난 그 말이 뭘 암시하는지 알았다. 자기가 수면제라도 먹고 자살쇼라도 펼치겠다는거였다. 난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한참은 어린 손자에게 잘도 지껄인다고 생각했다. 난 솔직히 그때 할아버지가 죽어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내심 알고있었다. 할아버지는 절대 스스로 죽을 위인이 아니었다. 죽음을 누구보다 무서워하는 인간이니까. 할머니는 그렇게 병세가 악화되어 병실에 가셨다. 그 인간이 무슨 심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병문안을 늘 갔다. 내 생각에는, 천벌을 받을까 드디어 두려워진거겠지 싶었다. 내가 병문안을 갔을때 보여진 상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대여섯명이서 같이 쓰는 병실에는 솔직히 여기가 노인정인가, 싶을정도로 멀쩡한 여자 노인들 뿐이었다. 그중에 한쪽 얼굴만 짓눌러져 퉁퉁 부은 채로 몸도 못가누는건 우리 할머니 뿐이었다. 그 노인네들은 할머니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 행동했고, 할아버지를 오빠,오빠 부르며 노골적으로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즐겁게 병문안을 가는 이유는 여기 있었겠지, 싶다. 그도그럴게, 병문안을 간다는 작자가 술을 쳐마시고 병원에 드나드는건 좀 아니지않나. 몸을 못가누는 할머니를 병실에 홀로 두고 할아버지는 자주 병실을 비웠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할머니는 내가 병문안을 간 지 일주일도 안되어 돌아가셨다. 심정지 소식은 새벽 12시쯤에 듣게되었는데, 병원 로비에 있던 할아버지는 역시나 만취상태여서 할머니가 계신 곳이 어디인지도 말을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난 할아버지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게되었다. 할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 이후로, 할아버지는 두려워했다. 갑자기 안받던 검진을 받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겁을 먹고 병원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렇게 술을 마셔댔으면서 죽음이 무섭긴 한건지, 아니면 할머니처럼 자기도 죽을까봐 두려웠던건지. 할아버지는 딱히 이상증세도 없으면서 이유를 들어대며 췌장수술을 받았다. 꼴에 수술도 무서***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해 댔다. 자기 목숨은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면서, 남 인생은 *** 취급하는 몹쓸 인간이었다. 할아버지가 수술을 하건, 입원을 하건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았던 건 그탓이었다. 할아버지는 수술 이후로 술을 끊는가 싶더니, 친구를 잘못 사귀었는지 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 심했다. 12시쯤에 술을 마시러 가 6시쯤 집에오면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말상대도 없으면서 미친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혼잣말을 중얼대고, 욕을 해 댔다. 새벽 4시에. 엄마 아빠가 못참겠다고 아무리 닦달을 해도 그때그때만 쫓겨날까 두려워 알겠다, 안하겠다 말을 하곤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우리는 새벽에 자주 깨게되었고, 덕분에 집안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죄책감이라는게 없는 인간 같았다. 할아버지는 알콜성 치매가 드는것 같았다. 멀쩡한 집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새벽에 제 발로 집을 나가놓고 문이 이상하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들겨댔다. 새벽 3시에 지금이 낮 3시지, 새벽이냐? 라고 지껄이며 나갔다. 변기에 오줌을 조준하지 못해 온 변기며 바닥이며 오줌이 흩뿌려져 지린내가 진동을 했고, 똥을 바닥에 지려놓기도 했다. 난 할아버지가 차라리 치매에 걸리길 바랐다.요양병원이든 어디든 가둬버리고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술에 취했을 때 뿐이었다. 참 끈질기고 질기다, 싶었다. 그러다가 또 그 인간이 술에 거나하게 취했을 새벽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회까닥 돌아버릴 정도로 마신건지 거실을 한발짝 이동할때마다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1분에 한번씩 우당탕, 깨장창, 뭐가 넘어지고 물건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참다못한 엄마와 아빠가 이 미친 노인네야, 하면서 튀어나갔을때도 정신을 못차렸다. 그러다가 또 넘어져서 테이블에 머리를 찧었다. 피를 본 모양이었다. 정말 우스운 일은 다음날에 일어났다. 술병이 나서 자기 혼자 테이블에 머리를 박아놓고 그게 뭐 그렇게 자랑이라고 병원을 다녔다. 멀쩡한 속을 수술한 인간이 피를 봤으니, 그럴 법도 했다. 머리 한번 박은거가지고 뇌출혈이니, 머리가 어지럽고 멍하다느니, 우스웠다. 의사들도 얼척이 없는 듯 이상이 없다고만 하는데도 이 인간은 어지간히 죽음이 두려운 듯 병원을 또 드나들고 약을 지어댔다. 우스웠다. 우습고 같잖았다. 꼴에 건강을 챙기겠다며 술을 끊고, 밥을 제 때 먹고, 일찍 자려고하는게 같잖았다. 할머니가 화병이 나도록 끊으라 애원했던 술을 자기 몸 챙길때가 돼서야 끊는것도 우습고, 밤 11시에 내가 거실에서 티비라도 볼라하면 자기 잠 자야한다고, 시끄럽다고 타박을 하는게 우스웠다. 참 질겼다. 엄마는 우울증에 걸려 죽고싶다 난리고,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런데도 저 인간은 장장하게 살아남는다. 목숨줄이 너무 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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