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자살로 겪는 트라우마
전 50대 주부이고 23년째 미국거주중인 교포입니다.
1998년 IMF때 남편 외국계회사가 문을닫고 그 중 두명만 미국지사발령을 받아 맞벌이중이였던 저는 제 일을 포기하고 선택의 여지가없이 남편을 따라 미국생활을하게되었고 미국, 한인이없는 작은소도시에서 언어문제와 문화 그리고 고국에대한 향수로
적응못하고 늘 한국을 그리워하며 1년에한번 아이들 방학때마다 고국을 방문하는 즐거움으로 버티며살았습니다.
1년에 시부모님이 한번, 저희가 한번씩 서로 방문하면서
그렇게 시간이흘러 아이들은 다 성장해서 독립했고..
미국생활의 외로움은 더 심해지던 지난몇년..
코로나로 인한 고립으로 우울감까지 겹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연세가 제일 많으신 시아버님이..
6년전 사고처럼 뇌출혈로 지적장애가되버린 시아주버님(59세), 형님은(시아주버님의 부인, 15년전 우울증으로 자살하심) .
슬하에 아들 하나(32세, 따로 독립해 살고있음)
치매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시어머니(83세)
두 환자를 케어해야만 했는데 88세인 아버님도 폐섬유화증을 앓고계시고..
너무 화목하고 즐거웠던 집안이 형님의 자살을 시작으로 시아주버님의 뇌출혈, 어머니의 치매등으로 점점 무너져.. 가족들로인한 스트레스로
자존심강하고 인지는 또렷하신 아버님이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작년 시부모님과 같이살던 시아주버님은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시게되고..
시어머니도 올 5월 요양원으로 모시게되었습니다.
저 또한 미국서 외로움과 우울감에 힘들어하다가 이제 혼자가되어
식사때마다 홀로 챙겨드셔야하는 아버님이 맘에걸려 남편과 의논끝에 2년정도 남편을 미국에두고 저 혼자 시아버님을 보살펴드리러 나오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버님과 저와의 한집 동거가 시작되었고..
식사시간이 늘 일정하신 아버님의 식습관에 맞추면서 낮에만 잠깐잠깐 외출해 저만의 시간을 갖고 나머지 아침, 저녁은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서 그동안 힘들었던 아버님의 시간들을 제 나름대로 위로해드리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안좋으셔서 호흡을 힘들어하시고
폐질환이 점점 악화되는지.. 갈비뼈아래 결림이 심해지셔서 많이 고통스러하셨지만..
제가 식사이외엔 별다르게 해드릴수있는게 없었습니다.
물론 병원진료도 더 이상 도움이 안되었구요..
몸도 몸이었지만.. 그동안의 힘겨웠던 시간들동안 마음의 병이 깊어지셨던거같아요.
어머니 요양원보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시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고계셨다는걸 나중에 알게되었어요.
처음 자살시도는 수면제로 하셨지만 119구조대가오셔서 응급실가시고
깨어나셔서 헤프닝으로 끝나.. 놀란가슴쓸어내리고 아버님께 당부와 협박
등등 다시 그런일이없을거라 믿은 제가 잘못이였을까요?
그 후 일주일정도 뒤 낮에 잠시 외출하고 들어올일이있었는데
그 날따라 아버님이 이것저것 사오라 심부름을시켜 정말 아무생각없이
제 볼일을 본 후 부탁하신 물건들을 사들고 들어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현관문앞에 낯익은 화장대의자가 보이고
고개를 돌려 비상구 문을보니.. 아버님이 넥타이로 목을메어 매달려 돌아가신걸 목격했어요.
미친사람처럼 119에 신고하고 응급대원온 후, 확인한결과
벌써 사망하신 후라
자살인지, 타살인지 경찰올때까지 건드릴수없다하시며
그 상태로 한시간여를 내려드리지못한상태에서 기다려야했습니다.
경찰서 조사, 정신없는 장례절차.. 그 바쁜와중에 잊고싶은 장면들이 순간순간 뛰쳐나와 저를 미치게했습니다.
케어가 필요한 두분을 장례식에 모시고오면
남편도 미국서 들어오지못한상태에 조카와 둘이 상주가되어
치루는 장례라 감당이안될거같아서
시어머니,시아주버님께는 아버님의 부고를 알릴수없었어요.
그렇게 악몽이였음싶은 시간들을 보내고 정신없이 두분이사셨던
집안에 살림들, 유품들을 정리하면서 이런 뒷치닥거릴 시키려고 나를 나오게했나.. 화가나고 울화가치밀어 몸도 마음도 그로기상태입니다.
주변에서 상담받아야한다고해서 두번정도의 상담을 이어갔지만
제 얘기를하는것도 귀찮고.. 세세히 설명하는것도 에너지가 딸립니다.
만사가 짜증나고 귀찮고 누가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주면 바로 폭발해버립니다..
제 안에 분노가 화산처럼 터질거같습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있나..
좋은마음으로 남은여생 너무 외롭지않게 해드리려고 보살펴드릴려고
제 생활을 포기하고 왔는데.. 나한테 이런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신
시아버지에게 슬픔보다 분노가 더 일어납니다.
88세라는 연세는 언제 돌아가셔도 타고난 수명은 사셨다고 생각되는 연세라... 존재의 상실감과 허전함은 피할수없겠지만..
결혼 30년동안 친정아빠한테보다 더 살갑게 내가 해드릴수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슬픔보다 배신감과 분노가 생기는 제 감정..
전 어떡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