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제 존재 자체가 프로그램의 버그같이 느껴졌습니다. 있으면 안되는데 생겨버린 불순물 같이요. 아무도 나라는 사람을 모르게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합니다. 이런 생각을 초등학생 때부터 24살이 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는게 힘들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발표를 하러 나가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고 목소리가 제어할 수 없이 떨려 항상 발표는 실패합니다. 최근에는 끝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겨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자꾸 위화감이 듭니다. 존재하면 안되는건데 잘못 태어난 느낌이에요.
낮에도 그렇지만 밤이 되면 쓸모없다는 생각,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특히 더 심해집니다. 아무런 징조 없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족들이 잠든 새벽에 우는 일이 많습니다.
깨어있을 때는 항상 뭔가가 어긋나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계속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고 싶습니다. 잠들어있을 때는 생각을 안해도 되니까요.
현재 저는 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취업에 성공해 둘을 병행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해야할 일이 많아졌는데 자꾸 미루게 됩니다. 데드라인 직전에 겨우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겨우 해온 일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물이구요. 시간도 그냥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시간 관리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방 청소도 너무 하기 힘들어서 방에 들어오면 정리가 안된 상태가 너무 답답합니다.
원래 게으른 생활습관이 심화된건지 아니면 정신질환 때문인건지 혼란스럽습니다. 병원이나 심리 상담을 받고 싶지만 막상 갔는데 정신이 아픈게 아니라 그냥 게으른거다라는 판정을 들을까봐 두렵습니다. 나태한 모습을 정신 질환으로 변명하려는거다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저만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걸까요…? 제가 정신과에 가보거나 상담을 받아봐도 되는건지 막막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