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힘듦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옛날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가 나와서
그냥 저도 아무 생각 없이 제 얘길 했는데
누군가가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라고 하면 기분이 나빠요.
무시당하는 느낌? 조롱당하는 느낌도 받구요
그 상대방의 뉘앙스가 기분 나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절 생각해주는 사람이 말해도
기분이 안 좋아지더라구요.
무슨 말을 해야할 지도 잘 모르겠고
반감이 든달까요?
속에서 내심 그런 마음이 있는 거 같아요.
'힘들다고? 나는 그깟 걸로 힘들지 않아. 물어보길래 그냥 말한 건데 왜 갑자기 감성적이어져?' 이런 마인드요.
하루는 엄마가
혼자서 특히나 이 시국에 타지에서 얼마냐 힘드냐며
항상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도움이 못 되는 거 같아 미안하더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음이 너무 따듯하신 것도 알고
제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힘들긴 뭘 힘들어 별걸 가지고 힘들다고 그러네. 세상 사는데 이거 가지고 힘들다하면 앞으론 어떻게 살아?'
이런 마음이 한 켠에 있었어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포장해서 말씀을 드렸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저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저렇게 공감해주고 감싸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거
정말 복받을 일일텐데
저는 왜 온기로 감싸줄 수록 뿌리치고 싶어질까요.
그 온기에 공격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해요.
내가 이만큼 마음 다잡고 살고 있는데
내 상황을 함부로 힘든 상황이라고 정의해서
그래 나는 지금 힘들어ㅠㅜ라고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무너지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이게 굉장한 허세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저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 같아서
조금 개선해야할 거 같은데
어떤 식으로 마음을 고쳐먹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한계를 정해놓지 않으려 하니까
가끔 좀 무리하는 것 같기도 해요.
힘들다고 인정하는 건 어떤 장점이 있나요?
그로 인해 주저앉거나 하진 않을까요?
그리고 상대방이 힘들었구나하고 말해주면
저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