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외로우면서도 인간 관계에서 다 벗어나고 싶어요.
저는 매우 예민한 성격입니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까지 신경이 쓰이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가 거슬려서 음악도 잘 듣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굳이 깊게 마음 쓰지 않는 일에도 고민에 빠집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나 지금 이래서 힘들어, 아파.’라고 하면 저는 제 일인 것처럼 마음을 쓰는데 정작 그 사람은 말만 그렇게 던져두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일을 하고 있으면 제가 바보가 된 느낌이 들 때도 많아요.
어릴 때는 낯가림 심하고 예민한 성격 때문에 어른들께 못된 아이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었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이건 남에게 나쁜 성격이 아니라 제 자신에게 나쁜 성격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호흡이 힘들어져 심장 검사를 받고 약 복용 중이지만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약도 효과가 없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집중도 안되고, 좀 버겁다 느껴지면 잠이 쏟아져요. 그래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제 가족마저 저를 그렇게 보는 것 같아서 사무치게 외로우면서도 혼자 있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까지는 과 수석을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큰 충격에 빠진 어머니와 집안일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그리 길어질 줄 몰랐던 제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동생은 자신의 생활을 하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지만 저는 경력이 단절되어버렸고 이후로는 일이 다 안풀리기 시작했어요. 또 갑자기 닥친 가장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서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는데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어요.
가장 가까운 어른이던 고모는 태도가 바뀌었고, 저희 집은 얽혀있는 돈 문제로 연을 끊지도 못하는 불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또한 직접적인 연락을 피하고 싶어하니 저는 지금까지도 중간에 낀 전달자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동생은 되려 제가 똑부러지지 못한 탓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모까지 매번 어머니는 네가 챙겨야 한다는 말씀을 하니 부담스럽고 듣기 싫어요.
시간이 흘러 동생은 결혼을 해 자신의 가정이 생겨서 이제 어머니보단 남편을 챙기게 되었고, 집안 문제는 오롯이 제 몫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저를 가장 믿어 주셨던 것과는 다르게 어머니는 저를 가장 못미더워하시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동생이 가장 효녀라고 하시니 제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요. 게다가 제가 용돈까지 주면서 돌봤던 동생조차 제가 살아온 삶을 한심하다고 한 것이 큰 상처가 되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요. 무엇보다도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바보같구요.
예전의 ‘우리 가족’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다 남같이 느껴집니다. 차라리 남이 나를 힘들게 하면 쉽게 연을 끊을 수 있지만 그럴 수도 없고, 가끔 연락이 와도 또 나에게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싶은 불안함이 생깁니다.
친구들은 저에게 독립을 하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그러기엔 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더 비참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엄마가 잘못되는 것이예요. 세상에 저 혼자 남겨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불안하고,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는 본인의 몸을 잘 챙기지 않는 분이라, 제가 엄마를 챙긴다는 것이 엄마를 피곤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네요.
엄마가 시집살이에 대한 고충을 늘상 얘기하셔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고, 지금 내 가족도 버거운데 새로운 가족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아서 누굴 만나도 방어적인 자세였어요. 그런데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내가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때는 후회스럽기도 해요.
그렇지만 지금 저는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데다 내가 너무 예민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져서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져요.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언제 느껴봤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사는게 그저 버겁기만 한데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