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큰 감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초등학교 다닐 때 5년동안 왕따였어요. 시작이 다 그렇듯이 처음에는 별 것 아닌 이유였죠 뭐... 저희 어머니가 왕따 주동자 어머니랑 같은 직장에 다니셨는데 그 아이 어머니보다 직급이 높았거든요. 그게 재수가 없었대요. 반도 두 개 밖에 없어서 5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요ㅎ 그리고 한 4학년때쯤인가? 뭔가 간신히 버티고 있던 줄이 툭 끊어지는 것 같더니 그때부터 생생한 감정같은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뭐랄까... 음식을 먹으면 달다 짜다 느껴지기는 하는데 코 막고 먹는 것 처럼 향이 없다고 해야하나? 화난다 좋다 싫다는 구분이 되는데 그 다음이 없어요. 그것마저도 알아채는게 늦고요.
대학생이 되고 알바하면서 한 번은 정말 부당한 일이 있었는데, 다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 내가 화가 났었구나'하고 알아챈 적도 있어요. 피해사실을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으면서도 몸은 덜덜 떨리는데 머릿속은 아무렇지도 않더라구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것 처럼.
이런 스스로가 웃기면서도 약간 텅 빈 것 같이 느껴져요. 이제와서는 뭘 어쩌고싶지도 않고... 감정을 되찾을 방법이 있다고 해도 굳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