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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겨우 2개월 전에 쓴 글이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hugmeonce
·3년 전
"벌써 중3이다. 4년 뒤면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근데 시 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세울 장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분명 성격 하나는 좋았는데. 낙관적, 긍정적, 밝게 살고 있었는데. 어릴때는 학년대표로 연설도 하고, 회장선거도 나가곤 했는데. 사람을 좋아하고 말을 잘하는건 내 큰 장점이었는데. 우울해지고 대인기피증이 심해진 후에 ***가 됐다. 누가 말 걸어오면 대답도 잘 못하겠다. 친구랑 전화하는것도 무서워서 몇개월간 잠수탔더니 이제는 친구도 한명도 남아있지 않다. 밖으로 외출하는게 무섭고 사람을 피해다닌다. 말투도 목소리도 표정도 다 ***같은 나. 분명 공부도 잘했던것 같은데. 초딩때는 한자 2급까지 따고 영어 말하기 대회 우승했는데. 백일장, 골든벨, 발명그리기, 독후감 상 쓸어왔는데. 100점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대인기피증이 심해져 학원을 끊고 나서, 영어는 다 잊어버리고 딱 그 나이대 수준에서 그쳤다. 제곱근이 이해가 안 돼서 수학도 포기했다. 이제는 이해력도 딸려서 글을 읽을수가 없다. 작년 성적은 90점대 중반이였는데, 올해는 더 낮아질걸. 입시도 망했어 할줄아는게 없어. 인맥도 무지 좁다. 정말로 아는 선배 한명이 없어. 돈이 많은것도 아니다. 4명에서 20평 살고있고 명품은 꿈도 못 꿔. 얼굴이 되는것도 아니다. 존 나 ***같이 생겨서 거울보기도 싫어. 목소리도 이상하다. 다들 높고 이상한 내 목소리를 따라하고 조롱해. 성격도 더럽다. ******인데 ***도 없어. 옷도 못 입는다. 나랑 어울리는 화장, 머리, 옷을 못 찾겠어. 생활력도 부족하다. 요리 못하고 설거지하다 그릇깨고 혼자 살아갈수 없어. 엄청난 기계치다. 컴퓨터로 하는건 아무것도 못해. 예술감각 제로다. 그림, 악기, 노래, 춤 모두 나와 거리가 멀어. 운동신경은 다 뒤졌다. 달리기도 느리고 구기종목이 무서워. 공감능력이 사라졌다. 내 얘기 하는것도 남 얘기 듣는것도 싫어. 멘탈도 약하다.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지고 피폐해졌어. 그나마 좋아했던 글쓰기마저 못하겠다. 내 글은 자기혐오가 그대로 묻어나올 뿐이다. 별다른 재능도 없어보이고, 이젠 글쓰기가 무섭다. 나는 혼자 살아갈수 없다. 살아갈 능력도, 가치도 없다. 쓸모없는 내가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요즘들어 내가 세상의 공기만 축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뭐 하나쯤은 괜찮은 구석이 있겠지, 했는데 생각해볼수록 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될때까진 얼마 남지도 않았다. 뭐든 해야하는데 하고싶은것도 할줄아는것도 없다. 노력도 안 하고 움직이기도 싫다. 정말 2021년이 된 후 한건 자기혐오밖에 없다. 내가 능력이 안되는데 어른이 될수 있을까. 정말로 쓸모없는데 그냥 죽어버릴까.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잘하는게 없어. 나는 쓸모없어. 나는 필요없어. 나는 세상에 필요가 없는 존재야. 나는 살아갈 이유가 없어. 나는 살 수 없어. 나는 죽어야 해. 나는 사라져야 해." 이 글은, 겨우 2개월 전에 내가 이곳에 남겼던 글이다. 그땐 내가 진심으로 미웠고, 진심으로 죽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외출이 무서웠고 반에서도 겉돌았다. 상담선생님을 만났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떤 트라우마나 이유도 없이 엉망이 된 내가 미웠다. 정말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이유를 찾았다. 정말 단순했다. 그저 환경, 그게 다일뿐이었다. 중학교 1, 2학년때의 우리 반은 엉망 그 자체였다. 서로를 뒷담화하는 여자애들, 틈만 나면 쿵쾅거리며 싸우고 소리지르는 남자애들. 일진들도 많아서 매 쉬는시간 선배들이 교실에 오고 애들끼리도 명품을 자랑했다. 나에게 친해지고자 오는 친구들은 모두 나를 이용해먹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공부에서는 견제받고, 체육에서는 못하면 대놓고 욕먹기까지 했다. 수업 종은 무시하고 다들 늦는게 일상이였다. 그런 반에서 부반장하며 통솔하려니 정병걸릴수밖에 없지. 자존감은 점점 깎이고, 담임선생님은 무신경한 나이드신 남선생님이고. 학교 가기 전에는 긴장해서 배가 아프고 가기 싫었다. 이렇게 많은 이유들이 있었는데 나는 내탓만 하고 있었다. 올해 우리 반은 이렇게 평화로울수가 없다. 쉬는 시간엔 남자애들마저도 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매점간식 까먹으며 공부하거나 수다떨다가 수업 종이 치면 다들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진 않게, 수업시간에도 가끔 농담이 오고갔다. 서로를 견제하지 않고 칭찬해주고 모르는 것도 물어가는 어색하지만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3월이 흘러갔다. 단체줄넘기에서 걸려도 욕받이가 되지 않았고, 미술시간에는 내 자리 근처에 모여 내 그림을 보며 칭찬하고 감탄해주는 애들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졌다. 음악시간엔 삑사리가 나도 다같이 웃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가장 놀라운 점은 우리 반에는 은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여자애들 13명, 남자애들 12명이 다 순해. 겉돌거나 불편한 분위기가 정말 없어. 올해 새로 오신 선생님들도 모두 좋은 분이셨고 담임은 베이킹이 취미인 젊고 키가 큰 남선생님이셨다.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나쁘지 않게 어제 중간고사를 치뤘다. 뒷풀이로 친구들과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고기집에 갔다. 더이상 사람이 무섭지 않았다. 시험이 끝나고, 유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다. 전처럼 무기력하고 텅 비어있지 않았다. 정말 뭐라도 해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채우고 싶어져서, 아이돌도 파고 동네 빵집도 자주 들러서 맛있는 것으로 채우고 화장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무언가를 입고 꾸밀때 주변 눈치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추구하는 스타일이 굳어지며 편하게 눈치보지 않게 되었다. 가족끼리도 편해져서 이번 주말에는 같이 캠핑을 가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 잠깐 사귀었던 남자애를 다시 만났는데 그 아이는 키가 엄청 커져있었고, 다시 사귀게 되었다. 핸드폰을 정리하다가 이 앱을 다시 찾게 되었고, 옛날의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누군가가 다시 빛나게 될거라고 말해줘도 믿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말들이 진짜임을 다시 느낀다. 옛날이라고 해봤자 겨우 2개월인데, 뭐가 참 많이 바뀌었구나. 그냥, 힘든것들은 다 지나가고 변해간다는걸 비로소 느낀다. 행복을 쫓진 않았지만 바뀐 환경이 나를 행복으로 데려다 주었다. 2달전에 나야, 너는 행복해질거야. 날 믿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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