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저한테 서운한 게 있는데도 상처줄까봐 말을 못해서 혼자 쌓아두다가 저한테 거리를 두게 된 거래요. 5개월 정도요, 저는 거리감을 수시로 몇 번씩 느끼긴 했지만 기분탓일거라 항상 스스로 일축하고 더욱 챙겨줬어요. 그 친구가 공부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라, 방학 때는 하루에 12시간씩도 했거든요. 많이 지쳤을 걸 이해해서 항상 챙겨줬어요. 사소한 변화에도 바로 무슨 일 있냐 물어보고, 어쩌면 참 집착스럽게요. 전 정말 언제라도 그 애 편일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화를 해보니 친구는 혼자서 손절까지 생각했었대요. 챙겨주는 방식도 부담이 될 때가 있었고 제가 말하는 그 집착이란 게 본인을 지칠게 할 때도 있었다고. 학업으로 너무 바쁜데 제가 만나자는 약속을 잡으려 할 때마다 거절하는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고. 혼자 서운함 쌓아두다가 안 맞는 것 같아서 그냥 손절할까 했는데 나한테 고마운 게 너무 많아서 못했다고. 정이 떨어진 게 아니라 예민해서 그런 거였다고는 말하던데, 저는 모르겠어요.
나만 놓으면 끝날 사이였던 게 맞았구나 싶고, 말만 미리 해줬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었던 문제였는데, 게다가 그동안 서운한 게 있다면 말해도 좋다고 두 번 정도 그 친구한테 말했었는데 매번 없다고 대답했거든요.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해서 힘들었고 그 친구는 제가 좋아해서 힘들었다는 게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그렇게 배려한 이유도 그러다 보면 다시 사이가 좋아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는데.
제가 실수하면 언제든 그 친구는 떠났을텐데 저는 그 친구를 절대 떠나지 않을 거란 것을, 그 친구가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친구도 다 알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요. 내가 자기를 안 떠날 거란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우리 사이에 명분이 나에 대한 고마움 뿐인건지. 내가 그렇게 배려 안 했다면 혼자 정리하고 손절했을 관계인건지, 저한텐 이게 너무 상처예요. 망상일까요.
평소였으면 관대하게 수용했을텐데, 이전 관계에서 있었던 트라우마까지 요새 다시 떠올라서 겹쳐지는 바람에 이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이성적으로 판단이 어려워요.
저는 분명하게 상처를 받았어요. 이 친구한테 더이상 진심이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나만 놓으면 끝날 관계처럼 불안하게 친구하기는 싫어요. 한 번만 더 상처받으면 정말로 내가 모든 의지를 다 포기할 것만 같아서 못하겠어요.
그 대화로 친구는 서운함이 해소가 되었다고, 더이상 거리두지 않아도 되겠다고 제게 말했어요. 근데 전 그 친구가 저에게 너무 상처예요. 손절할 이유가 되는 걸까요 이게. 상처는 받았는데 합리적으로 제가 그 애를 손절하는 게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 애도 학업으로 많이 힘들어서 그랬던 걸 아는데 제가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힘들어요.